명절 전 날, 결혼 2년차인 나에게도 드디어 명절 컴플렉스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속이 부글거리고 소화도 안 되고

자꾸만 도망치고 싶고....시댁한테는 제사지낸다면서 꼬박 꼬박 돈 주고,

제사를 지내지 않는 우리 집에는 형편상 한 푼도 주지 않는 이 불평등!함, 

이제서야 느끼기 시작한다.

 

종가인 시댁의 엄청난 제사 규모에 20만원 꺼내 지출하는 것조차 속보이고 미안해서

올 해는 10만원을 더 얹어주어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하고 있다.

된장, 나와 남편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살게 생겼는데...

 

둘째 동서네가 아이를 가졌다.

 

이제 나에게도 아이를 가지라는 주문이 쇄도할 것이다.

 

남편이 7개월째 실업 중이다.

 

자발적 실업인 주제에 타의에 의한 강압적 실업으로 포장하고 있어서 미칠 지경이다.

 

센터 반상근을 하고 있어 당장의, 심리적 안정은 채워주지만...

 

고약한 나는 잔심부름 등의 잡무를 맡기기에

 

저항하면, 정말 미안하다-는 이야기만 반복한다.

 

이 생활도 며칠 째 하다보면 서로의 인내심을 시험하게 될 때가 올 터.

 

남편의 생계를 책임지기 싫다. 헌데, 시댁에 가서 몸종 노릇까지 해주어야 하다니...

 

바쁘니 어쩌니 하며 말하면 싸늘한 시선과 함께 들어야 할 욕은 내가 들어먹고,

 

아! 지옥같다.

 

다 끊고 가지 말까, 제사에 가지 말아버릴까...

 

남편 눈치보다, 시부모한테 미안해서...그것 때문에 또 그렇게도 못 한다.

 

참 나도 바보 같구나. 무엇이라는 이름이 나를 당당하게 만드나.

 

성폭력 피해 생존자?

 

웃긴 이름이다. 나야말로 주변 사람을 억압하며, 또 나를 억압하는 기재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그 족쇄속으로 들어가 얽매여 산다.

그런 나는

저런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으리라 결심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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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2 02:19 2009/10/02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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