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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지지 엄마가 몇 달 전 쓴 일기다.)

 

우리 지지는 요새 너무 똑똑해요.

웬만한 글자는 다 읽고 말도 얼마나 잘 하는지...

한참 앉아서 책을 읽는 지은이를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대견스러워.

그런데 가끔 고집이 너무 세서 식구들을 화나게 한다. 얼마 전에는 말을 안 들어서 때리려고 하니까 지지가 하는 말,

"엄마, 도대체 왜 이래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세상에, 이게 다섯 살 짜리가 할 말인지...

어쩔 때는 너무 영악해서 할 말을 잃는다. 정말 미운 다섯 살인가 보다.

거짓말도 능청스럽게 하고, 물건 정리도 안 하고 내퍙겨쳐서 유치원 선생님도 심각하다고 하는데 큰일이다.

가정통신문(6월)에 '정리정돈을 잘 안 해요'라는 공문을 보고 읽은 후에

"아이씨~ 이제부터 정리 잘 하려고 하는데 써 보내냐?"라고 해서 한바탕 웃기도 했다.

정말 지지는 평범하게 자랄 것 같지는 않다.

- 6월 1일 지지 엄마의 육아일기

 

 

(다섯 살 지지, 뚜렷한 한 명의 인격체로 다가온다. 그래서 요즘은 지지를 대할 때 가급적 의식적이 되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훈계할 일이 아니라, 지지 말을 새겨듣고 또 소통하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어른은 아이를 판단한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도 어른을 판단한다는 점이다. 지지의 자유로운 판단과 아빠의 규격화된 판단 간의 대립, 세대차의 대립은 이미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다.)

 


 

- 사진은 오늘 낮 차 안에서 찍은 것. 뿡뿡이 가방을 메고 시흥 할머니 집에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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