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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나만의 손수건 만들기

하나뿐인 나만의 손수건 만들기 [제 894 호/2009-03-27]
한참 크레파스로 정여사와 함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던 채원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나비가 아주 예쁘게 그려진 거 같아요. 그런데 이 그림 내 손수건에도 그려 넣으면 좋을 것 같은데 손수건에다 그려도 돼요?”
“음~ 글쎄 손수건에다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구나.”
“내 손수건에도 이렇게 예쁜 나비 넣고 싶은데…”

아쉬워하는 채원이를 보고 고민하던 정여사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그래 채원아. 우리 손수건에 예쁜 나비 그림을 그려 볼까?”
“정말요? 그럼 어서 빨리 그려요.”
“아~ 그런데 손수건은 천으로 되어 있어서 직접 크레파스로 그리기가 어려워. 그러니까 우리 여기 사포에다 그림을 그린 뒤 손수건에 그림을 넣어보자.”

“까칠까칠한 사포에다 그림을 그려요? 사포에다 그림을 그리고 어떻게 손수건에 그림을 옮겨요?”
“일단 엄마랑 같이 그려보자. 엄마가 마술을 부려 볼 테니까.”
채원이는 정여사와 함께 사포에 예쁜 나비 그림을 그린 뒤 사포 위에 손수건을 올리고 나서 전기다리미로 가열하기 시작했다.

10여 분 정도 다리미로 가열한 뒤 뜨거워진 손수건이 다시 차갑게 식자 정여사는 손수건을 조심스럽게 사포에서 떼어냈다. 그러자 손수건에는 채원이와 정여사가 그렸던 나비와 똑같은 그림이 손수건에 찍혀 있었다.

“와~ 엄마 어떻게 하신 거예요? 엄마 완전 마술 같아요!”
“그렇지. 어때? 채원아, 예쁘게 나왔지. 이 손수건은 이 세상에 하나뿐인 채원이 만의 손수건이란다.”
“맞아요. 이건 내가 그린 그림으로 채워진 손수건이니까요. 이 손수건 친구들에게 자랑할래요.”
“그래. 그런데 크레파스가 묻었으니까 예전처럼 닦거나 그러기는 어려울 거야. 나만의 손수건이라는 기념으로 보관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그런데 손수건을 들고 친구들에게 자랑하러 나간 채원이를 물끄러미 보던 현민이가 정여사에게 물었다.
“엄마. 그 마술 어떻게 하신 거에요? 저도 좀 알려 주세요. 너무 신기해요.”
“그래 알았다. 이 마술의 비밀은 바로 크레파스에 있어.”
“크레파스요?”

“응. 크레파스는 색을 내는 안료에다 왁스나, 야자유, 파라핀 등을 섞어서 분쇄한 다음 65~75℃의 온도에서 약 20여 분간 녹인 다음 우리가 사용하는 이런 막대 모양의 형틀에다 주입시킨 뒤 냉각시킨 것이란다. 크레파스는 딱딱하지 않은 부드러운 왁스나 파라핀을 사용하기 때문에 색칠이 진하면서 부드러워지고 혼색이나 덧칠이 가능한 특징이 있단다.”

“크레파스가 무언지는 알겠는데 사포에 그린 그림이 어떻게 손수건에 찍힌 거예요?”
“성질도 급하기는. 이제 엄마가 알려줄게. 사포 위에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면 사포의 거친 표면에 부드러운 크레파스 조각들이 달라붙게 되겠지. 그런 다음 사포 위에 손수건을 올려놓고 다리미로 가열하면 어떻게 될까?”

“글쎄요. 사포랑 손수건이 뜨거워 지지 않을까요?”
“그래 사포랑 손수건이 뜨거워지겠지. 그런데 아까 엄마가 크레파스는 65~75℃ 사이에서 녹여 만든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 온도보다 더 높아지면 고체로 된 크레파스는 어떻게 될 것 같으니?”
“당연히 녹겠죠!

“그래 맞아. 사포 위에 그려진 크레파스가 다리미로 인한 높은 열 때문에 녹게 되면 기름 성분의 왁스나 파라핀이 면 성분의 손수건에 잘 옮겨지겠지. 그렇게 다리미로 녹인 다음 식히면 사포에 그린 그림이 손수건에 판화처럼 찍히게 되는 거란다.”
“엥 그게 다에요? 너무 간단하잖아요. 난 뭔가 멋진 비밀이 숨겨 있는 줄 알았는데…”

“원래 마술도 비밀을 알고 보면 간단한 원리잖니. 그래도 크레파스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으니 튀어나온 입술은 다시 넣는 것이 어떨까?”
“알았어요. 그럼 엄마 나도 한번 그려 볼래요.”
“그래 알았다. 이번에는 어떤 그림을 그려 보는 것이 좋을까?”

얼핏 보면 어린아이 장난 같은 실험이지만 이번 실험은 크레파스의 성질과 특성을 알아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실험이기도 하다. 이번 주말에 집에 있는 자녀 또는 조카들과 함께 실험하면서 크레파스에 대해 설명을 해 준다면 과학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이 조금은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실험방법]
준비물 : 크레파스, 사포, 다리미, 면 손수건, 신문지, 수건, 그림도안
(사포의 거칠기가 클수록 선명한 그림을 찍어낼 수 있다)
[실험순서]
1. 그림 도안을 보고 사포 위에 그림을 그린다.
   사포 특성상 세밀한 부분의 묘사는 힘들다. 큰 형태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다.
사포위에 그림을 그린 뒤 손수건에 찍어내면 좌우가 거꾸로 되기 때문에 좌우를 구분해야 할 그림은 거꾸로 그려야 한다.
2. 사포 위에 그림을 다 그렸으면 가열을 위해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사포를 놓는다.
3. 사포 위에 면 손수건을 잘 펴서 올린 뒤 수건을 한 장 깐다.
갑자기 강한 열을 내면 사포 위에 녹은 왁스나 파라핀이 다리미에 달라붙을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수건 위에서 가열한다.
4. 다리미로 수건 위를 전체적으로 누르며 가열한다.
다리미 온도 조절기는 면이나 마 정도에 놓거나 150℃로 조정한다.
5. 어느 정도 가열이 되었으면 수건을 걷어내고 바로 손수건 위에서 다시 가열한다.
6. 약 10분 정도 다리미로 가열한 뒤 녹은 왁스가 굳어질 수 있도록 그대로 둔다.
7. 손수건이 차갑게 느껴지면 조심스럽게 사포에서 손수건을 걷어 낸다.

[실험 Tip]
- 세밀한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고운 사포를 이용하면 되지만 거친 사포에 비해 그림이 선명하게 찍히지 않는다.
- 무른 크레파스 대신 단단한 크레용을 사용할 경우 세밀한 그림을 그리기는 좋으나 사포에 크레파스가 조금 남게 되므로 선명한 그림이 나타나지 않는다.

글 : 양길식 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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