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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와 안상수 [미디어 오늘 펌]

              
 
‘좌파 타령’ 안상수와 드라마 추노의 명언 
[기자칼럼]"한번 변심한 자는 동지들을 더 매섭게 몰아 붙인다"
 
 
KBS 인기드라마 ‘추노’의 주인공 중 한명인 정승 이경식(김응수)은 조정을 쥐락펴락하는 막후 실력자이다.
그는 추노꾼 대길이(장혁)와 조선최고의 무장 송태하(오지호)와 대립각을 형성한다.

이경식은 송태하와 같은 편이었던 조선비를 이용해 송태하 쪽 인사들을 하나하나 처단한다.
이경식이 드라마에서 전한 얘기는 의미심장하다.

"한번 변심한 사람은 자기 동지들을 향해 더 매섭게 몰아붙인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의심하는 이들에게 신임을 받기 위해서라도 더 철저히 ‘배신자’의 길을 걷는다는 주장은 현실 정치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의미심장한 분석이다.

최근 여권은 각종 설화(舌禍)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말을 옮기기에도 저속한 ‘큰집 조인트’ 논란은 대한민국 방송계의 수장 중 하나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입에서 나왔다.
이명박 정부 우산 아래 떵떵거리며 권력을 누리던 인물들의 그릇을 살필 수 있는 사건이었다.
결국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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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드라마 '추노'의 한 장면. ⓒKBS  
 
여권이 ‘큰집 조인트’로 궁지에 몰려 있을 때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안상수 의원은 연타석 병살타로 친정을 울렸다.
좌파정부 성폭력 유도 발언 논란으로 입방아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종교장악 논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2009년 11월13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만나 서울 강남 대표 사찰인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교체 문제와 관련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의혹의 내용이다.
이 자리에는 김영국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과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도 있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명진 스님이 누구인지 모른다면서 발뺌을 했고, 외압 논란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명진 스님은 “강남 부자 절에 좌파 스님을 그대로 나눠서야 되겠느냐”고 안상수 원내대표가 말했다면서 자신의 말이 사실과 다르면 승적부에서 이름을 지우겠다면서 배수진을 쳤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해명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11월13일 자리를 주선했던 김영국 대외협력위원이 “명진 스님의 발언은 모두 사실이다”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궁지에 몰렸지만 “앞으로 일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무대응 원칙을 밝혔다.
상황은 안상수 원내대표와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야권에서는 ‘안상수 원내대표는 우리 편’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에 정치적 부담을 안겨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연이은 설화는 관행적인 ‘좌파 타령’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권력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힘을 지닌 인물은 자신의 권한을 과신해 함부로 칼춤을 추는 경우가 있는데 어느새 그 칼이 자신을 향할 때도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친이명박계 핵심 인사이자 여당 원내대표라는 자신의 권한을 과신해 조계종에 부적절한 입김을 행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론 안상수 원내대표나 조계종 쪽은 “외압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국민 동의를 이끌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안상수 원내대표 과거 행적을 보면 드라마 추노의 정승 이경식이 전한 ‘명언’이 떠올려진다는 점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좌파 타령’으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지만, 그의 과거 행적은 참 한나라당답지 않은 경험의 연속이었다.

안상수라는 이름 석자가 유명해진 이유는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진상폭로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197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의 길을 걸었던 안상수 원내대표는 젊었을 때부터 할 말은 하는 인물이었다.

1965년에는 한일회담 문제로 9일간 단식을 했고, 1967년에는 6·8 부정선거규탄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을 폭로한 이후 변호사의 길을 걸었던 안상수 원내대표는 1991년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경실련 입법위원, 박종철기념사업회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보수 성향 신문이 아닌 경향신문과 한겨레라는 점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1992년 경향신문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했고, 한겨레 시평을 게재하기도 했다.

학생운동, 시민사회 운동, 진보·개혁성향 언론 필진 활동 등을 경험한 안상수 원내대표의 젊은 시절은 그가 말하는 ‘좌파 활동’과 다른 것일까. 물론 안상수 원내대표의 활동을 ‘좌파 활동’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문제는 안상수 원내대표가 생각하는 ‘좌파’가 무엇인지 헛갈린다는 점이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좌파라고 지목했다는 명진 스님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무료급식에 찬성하고 용산참사 유가족을 위로한 인물이다.
자신과 정치적 뜻이 다르면 좌파인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편한 인물은 좌파인가.

‘좌파 타령’의 가장 큰 의문점은 좌파에 대한 개념 규정 없이 일단 ‘좌파 딱지’를 붙이는 관행이다.
명진 스님은 지난 2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안상수 원내대표가 자신을 좌파라 불렀다는 것을 황당해하면서 이런 얘기를 전했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좌파주지 운운했다 소리를 그렇게 하더라고요. 그 사람은 좌파 좌파 하는데 내가 왜 좌파인가 모르겠다. (안상수 원내대표는)징집영장이 나오면 이리저리 도망 다니면서 피해가지고 결국은 고령으로 군대를 안 갔거든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우리 아버지도 육군병장으로 제대하셨고 저도 육군병장으로 제대했고 군 복무 중에는 제가 맹호부대로 월남까지 갔다 왔는데, 그리고 내 동생은 스무 살에 해군에 자원입대해서 훈련 받던 중에 순직을 해서 지금 동작동 국립묘지에 이렇게 묻혀 있는데 내가 왜 좌파….”
 
김문수나 이모기도 안상수와 비슷한 동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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