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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노조 위원장의 1인시위

8월 22일, 오늘은 보육노조 김명선 위원장이 1인시위 하는 날.

 

작은 체구에 피켓이 유난히 커보인다.

길 건너에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집회를 한다. 극우보수의 입장이 너무나 유치하고 적나라해서 어이 없고 씁쓸하다.

 

위원장이 하니 뭔가 달라도 다르다. 평소 고개 돌리고 1인시위 하는 우리를 모른 척 지나가던 여성가족부 사람들이 다들 아는 체를 한다.

 

노란 깃털이 나풀거리는 요란한 옷을 입은 이복실 국장이 말을 건넨다.

"점심은 드셨어요?"

누구 염장 지르나! 점심시간 아니면 얼굴 보기 힘든 정부청사 높으신 분들 보라고 일부러 점심시간에 맞춰 1인 시위한 지 3주차인데 이런 속보이는 겉치레 인사를 하다니!

 




국장은 재미난 얘기를 많이 해 준다.

보육노조 관련 실무 담당이자 얼마 전 보육노조 간부에게 상스러운 말을 해서 물의를 빚고도 사과 한 마디 없는 사무관이 일주일 뒤에 다른 부서로 옮긴단다. 원래 2년마다 부서 변동이 있는 것일 뿐 절대로 노조와의 문제 때문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강조한다.

 

그제서야 아까 눈인사도 없이 지나치는 그 사무관이 자꾸만 뒷통수를 긁적인 이유를 알겠다.

"캥기는 게 많으니 뒷꼭지가 땡기는 모양이네. 그러게 죄 짓고는 못 사는 법이라니까!"

국장이, 그 사무관이 아직도 사과하는 메일을 노조에 안 보냈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하니, 자기가 한번 더 얘기해보겠단다.

 

국장은 요즘 대체교사 인건비 확충을 위해 자신들이 엄청 열심히 발로 뛰고 있다고 생색을 낸다. 당연한 일 하면서 생색은! 창피한 줄도 모르는 모양이다.

약속이 없으면 자기가 끝나고 식사라도 대접할텐데 어쩌고 너스레까지 떤다.

 

점심식사 마친 사람들이 청사로 들어올 시간에 장소를 옮겨 전경들 앞을 약간 서성이니 "인도로 올라가세요!" 전경, 잠시 긴장한다. 우리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할까봐.

 

식사 마치고 들어오던 여성가족부 다른 직원, 모른 체 지나려는 걸 위원장님이 끝까지 눈맞추며 쳐다보니 마지못해 인사하고 들어간다.

 

그리고, 우리가 1인시위 다 마칠 때까지, 식사하러 나간 지 한 시간이 훨씬 넘었는데도 아까 그 사무관 다시 안 들어온다. 암만 해도 우리 볼 낯이 없어서 건물을 빙~ 돌아 정문으로 들어갔거나 일부러 심부름이라도 간 모양이다. 그러게 잘못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깔끔하게 하면 될 것을!

결국 얼굴 못 보고 아쉬워하며 시위를 마쳤다.

 

여성가족부 직원들과 눈인사 나누고 그들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은근히 즐기다 보니 금방 시간이 간다.

실무 담당자가 변경되어 앞으로 여성가족부와의 실무협의가 잘 될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국장과 과장이 업무를 계속 하고 있으니 이들이 분명히 책임지고 임할 수 있도록 우리가 열심히 압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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