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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미 정치

수세미 키우는 것은 '초록정치'의 희망 키우는 것
[제안] 환경과 녹색, 그리고 일상정치의 즐거운 만남, 수세미를 키웁시다
 
 

이건 관악구의 도림천 살리기에 매진하시는 유정희 의원으로부터의 질문입니다.

세제를 줄이는 수세미가 뭐가 없을까?

끙... 할 말이 없다. 생각해본 적이 없는 종류의 질문이다.

▲수세미    
왜, 수세미 있쟎아... 함께 하는 시민행동의 오관영 국장의 대답이다.

수세미라? 진짜 수세미를 정말 수세미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수세미에 얽힌 기억은 다섯 살 때 개봉동 살 때의 기억이지만, 수세미라는 이름 외에는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거품을 잘 내는 수세미가 도움이 되기는 한다. 세제를 줄일 수 있고, 하수종말처리장의 계면활성제 처리하는 부하를 줄여주고, 궁극적으로는 물, 물을 살려준다.

그래서 유정희 의원의 질문은 정확했다.

1. 수세미외

수세미의 정식 이름은 수세미외로 되어있고, 덩굴과의 1년산 식물이다. 최근에는 수세미 수액이 천식과 기관지에 좋다고 해서 좀 기르는 데가 늘어나는 모양이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서식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잘 자란다.

정말 잘 자라나 보다. 가꿀 필요도 없고, 손 볼 필요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벌이나 나비 없이도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신기한 넘이군...

이 수세미를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화분에서 자랄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 심으면 좋은지, 이런 기술적인 고민들이 생겨났다.

워낙 질기기 때문에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사용한 사람들의 경험담이다.

화분에서도 잘 자란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심으면 된다고 한다. 봄에 심는 1년산 식물이라고 한다.

한살림에서 공급한다는 전설이 있지만, 한살림 홈페이지를 암만 뒤져봐도, 수세미에 관한 건 거의 없다. 그대신 한살림에서 책도 판다는 사실을 알았고, 두 권 있는 책 중의 한 권이 아토피에 관한 책이고, 600원 정도 한다.

돈만 있으면 한 백 권 사다가 사무실에 오는 엄마들한테 선물했으면 한다...

얘기가 또 옆으로 샌다.

2. 수세미에 대한 고민

총선이 끝나기 얼마 전부터, 정확히 얘기하면 초록정치연대의 설립이 의결되면서 나에게는 새로운 고민거리 한 가지가 생겼다. 물론 한 가지가 아니라 엄청나게 생겼지만, 그 중의 한 가지 고민거리...

초록정치가 무엇인지 사람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는 질문인데, 이런 질문은 대개는 그냥 생각해보라는 질문이 아니라, 여름 오기 전까지 알기 편한 핸드북으로 만들어놓으라는, 그러니까 협박성 질문이다.

이 협박을 제일 자주, 그리고 피해나갈 구멍없이 정확하게 해오는 사람은 도봉구의 김낙준 의원이다.

초록정치? 음, 나도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에, 그러니까, 독일에도 초록당이 있고, 프랑스에도 초록당이 있고, 에 또, 호주에도...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한다는 건 아무 말도 안하는 것도 못하고, 또 이럴거면 차라리 먼산 처다보면서, 그게여, 에, 또, 하여간 좋은 건가봐요...

생명, 평화, 풀뿌리, 나눔, 뭐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것도, 일종의 지식인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가 있다. 낸 그렇게 어려운 건 모르고라고 팽하니 지나가는 아주머니들에게 초록정치를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까지의 시민단체가 지향했던 생태, 여성, 평화 등의 가치를 모아서 정치화시키는 것이고라는 설레발은 기자용 멘트이다. 그리고 그렇게 얘기해봐야 한 줄도 신문에서 실어줄 것 같지 않다. 입장 바꿔놓고 보면,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일 것 같다.

그런 고민의 연장선 속에 수세미가 떡 하니 서 있다.

나, 수세미...

3. 수세미가 아름다울까?

평화 교육 모임을 얼마 전에 만들었고, 평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하여간 같이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 평화를 배울 수 있게 하는 건 어른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인라인 스케이트 동호회도 평화 홍보에 같이 하면 어떨까라고 한 마디 했다가 주위 사람들에게 디지게 터졌다. 인라인 하는 애들의 계급성이 어떻고, 걔네는 파괴주의자라는 얘기부터, 가진 넘들이구, 어쩌구... 하여간 딥따 터졌다.

초록정치에 백합... 영어로는 릴리, 불어로는 릴리아라고 하는 꽃이 어울릴 것 같지 않다.

마찬가지로 장미, 영어로는 로즈, 불어로는 호즈라고 하는 꽃도 어울릴 것 같지는 않다. 이유? 음따... 괜히 그렇다.

지금은 싫어하는 작가인, 그러나 그 시절에는 재밌게 봤던 이현세의 '며느리 밥풀꽃에 관한 보고서'... 며느리밥풀꽃도 어울릴까? 그것도 왠지 아닌 것 같다. 괜히 그렇게 꾸질꾸질하면, 생활의 정치가 또 아닐 것 같다.

수세미는 어울릴까? 왠지 난 수세미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아무 데서나 잘 자라고, 그리고 수세미를 주는 그 수세미가 아름답지는 않겠지만, 초록 내에서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4. 생각하면 바로 움직인다

사실 며칠 돌아다니면서 수세미 생각만 하다 보니, 요즘은 짜투리 땅만 보면 수세미 생각이 난다... 총선 앞두고 남들은 총선 얘기에 빠져있었지만, 나는 사실 수세미 얘기에 빠져있었다.

고양구청에 멋지게 - 고양시의 녹화사업비만 21억 정도 된다고 들었다 - 벌려놓은 조경용 관상수와 외국에서 수입한 꽃들이 갑자기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연세대학교 본관 앞에 거의 최초로 가꾸어놓은 서양식 정원이 있다... 그 앞에 잔디에 앉거나 노는 사람들은 옛날부터 머리없음, 생각없음, 혹은 아무 것도 모름의 대명사로 서로들 놀려대고는 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잔디의 문양이 유니언 잭이다. 영국 국기를 그려놓은 정원, 늘 재수없었다.

연세대학교를 건립한, 그래서 근대 교육의 개척자니, 어쩌구하는 그 알렌 동상이 그 앞에 떡허니 서 있는데, 이 알렌은 사실 노예장사가 본 신분이다. 하와이로 우리 할아버지들이 초창기에 노예로 끌려갈 때, 한 달치 봉급을 미리 떼어받아 축재한 사람이 알랜이다.

얘기가 자꾸 새지만... 이 때 하와이로 끌려갔던 사람들이 나중에 돈을 모아, 스스로의 애환을 위로하며 우리나라에 대학 하나를 설립하였는데, 이 학교가 인하대학교였다.

이 할아버지들이 노예로 사탕수수밭으로 끌려갈 때 떠났던 항구가 인천이었고, 살았던 곳이 하와이라서 인하대학교라고 이름붙였다. 인하대학교의 하자는 하와이 하자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어쨌든 구청이나 혹은 사직공원의 짜투리 땅의 일부라도 수세미를 심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수세미를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게 했으면 좋겠다.

집에 조그만 화분 하나라도 수세미 하나 심으면, 올 겨울부터는 화학 수세미 대신 자연 수세미가 '싱크대'로 올라갈 수 있다.

인공 수세미를 만들면서 수지류라고 하는 석유화학 제품이 들어가고, 또 생산과 제조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사용된다. 그리고 그렇게 된 물건들은 어지간해서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몇 천 년을 그렇게 화학물질로 버티고 있다. 화학물질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 유기물질이지만, 플라스틱의 분자구조는 자연물과는 다르다.

수세미가 과연 잘 닦일까? 이건 아직 모르겠지만, 오관영 국장의 주장으로는 세제 조금만 사용하고도 잘 딱이고 촉감도 좋다고 한다.

다음 주에는 어떻게든 수세미씨를 구해서 나도 화분 하나에 수세미를 길러볼 생각이다. 조금 더 부지런하면, 마당이 있는 아버지 집에 가서 마당에다가 수세미를 길러서 가을에는 주위 사람들에게라도 좀 나누어주면 좋겠지만, 그럴려면 아버지 얼굴을 또 보아야 한다. 고민된다.

5. 초록정치는 수세미의 마음 같은 것...

도시는 거대해도 조그만 공동체 같은 것으로 재구성되었으면 하는 것들이 풀뿌리 운동의 출발점이라고 믿고 싶다. 한겨레 신문 같은 곳과 대량으로 공급하고 단기간에 효과를 보는 것은 또 수세미의 경우는 아닌 것 같다.

수세미를 같이 길르거나 수세미 사용을 권유하는 그런 모임이 있는 곳을 따라 초록정치의 혈관이 움직일 것 같고, 수세미 보급을 따라서, 자연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고, 서로 나누자는 초록의 생각이 전파될 것 같다.

아마 생협 모임을 따라서 수세미가 퍼져나갈 것 같고, 초록의원들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그리고 물살리기나 산살리기 모임이 있는 곳을 시작으로 수세미가 퍼져나갈 것 같다.

그리고 수세미가 도시와 농촌을 연결시켜 주고, 한 평 땅의 소중함,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줄 곳 같다.

수세미를 다른 정당에서 로고로 사용해도 좋고, 자기들이 했다고 주장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그만큼 생명을 살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초록정치는... 수세미를 같이 기르고 나누어주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수세미가 퍼져나간 만큼, 하천과 바다가 조금은 더 살아나고, 생태계가 조금은 더 윤택해진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은 더 풍성해질 것 같다.

수세미 같은 걸 길러서 세상이 변하겠느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아직 초록정치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러나 수세미를 길러보면, 새로운 마음이 생겨날 것 같다.

* 필자는 녹색정치준비모임 ( www.greens.or.kr ) 편집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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