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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 이대흠
어머니는 말을 둥글게 하는 버릇이 있다 오느냐 가느냐라는 말이 어머니의 입을 거치면 옹가 강가가 되고 자느냐 사느냐라는 말은 장가 상가가 된다 나무의 잎도 그저 푸른 것만은 아니어서 밤낭구 잎은 푸르딩딩해지고 밭에서 일 하는 사람을 보면 일 항가 댕가 하기에 장가 가는가 라는 말은 장가 강가가 되고 애기 낳는가 라는 말은 아 낭가가 된다
장가 낭가 당가 랑가 망가가 수시로 사용되는 어머니의 말에는 한사코 ㅇ 이 다른 것들을 떠받들고 있다
남한테 해꼬지 한 번 안하고 살았다는 어머니 일생을 흙 속에서 산,
무장 허리가 굽어져 한쪽만 뚫린 동그라미 꼴이 된 몸으로 어머니는 아직도 당신이 가진 것을 퍼주신다 머리가 발에 닿아 둥글어질 때까지 C자의 열린 구멍에서는 살리는 것들이 쏟아질 것이다
우리들의 받침인 어머니 어머니는 한사코 오손도손 살어라이 당부를 한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둥글게 하는 버릇이 있다
***이대흠
1967년 전남 장흥 출생 1994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상처가 나를 살린다>,<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물속의 별> 현대시 동인상, 애지문학상 수상
[출처] [이대흠]동그라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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