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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묶는 어머니

잿빛 투피스 정장에 

곱게 화장한 딸이

단아한 자태로 

어머니 앞에 섰다.

 

어머니는 하얀 밧줄로 딸을 묶는다.

지긋이 깨문 입술에는 사뭇 다잡은 마음이 보이나,

가늘게 떨리는 손에는 차마 힘이 들어가지 못한다.

줄끝 놓치기를 몇 번.

결박의 마지막 매듭을 짓고 돌아서는 어머니는 울고 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어머니란 죄로

제손으로 딸을 묶어야 하는 세상

이놈의 세상이 언제까지 갈건지

 

 

 

* 2006년 9월 28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앞에서

KTX여승무원들이 쇠사슬과 밧줄로 몸을 묶고

노동부의 불법파견조사결과 왜곡하려는 철도공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했다.

그들은 이렇게 외쳤다.

'너희들이 구속, 해고, 출입금지가처분 ...

온갖 탄압으로 우리의 손발을 묶을 수 있다.

그러나 너희들이 정작 모르는 게 있다. 

우리들의 투쟁의지마저 묶을 수는 없다는 걸

너희들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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