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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29
    딸을 묶는 어머니(1)
    가끔 낚시가듯이...
  2. 2006/09/16
    59세 택시노동자
    가끔 낚시가듯이...
  3. 2006/09/14
    좀 바꿔 보기는 했는데...(1)
    가끔 낚시가듯이...

딸을 묶는 어머니

잿빛 투피스 정장에 

곱게 화장한 딸이

단아한 자태로 

어머니 앞에 섰다.

 

어머니는 하얀 밧줄로 딸을 묶는다.

지긋이 깨문 입술에는 사뭇 다잡은 마음이 보이나,

가늘게 떨리는 손에는 차마 힘이 들어가지 못한다.

줄끝 놓치기를 몇 번.

결박의 마지막 매듭을 짓고 돌아서는 어머니는 울고 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어머니란 죄로

제손으로 딸을 묶어야 하는 세상

이놈의 세상이 언제까지 갈건지

 

 

 

* 2006년 9월 28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앞에서

KTX여승무원들이 쇠사슬과 밧줄로 몸을 묶고

노동부의 불법파견조사결과 왜곡하려는 철도공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했다.

그들은 이렇게 외쳤다.

'너희들이 구속, 해고, 출입금지가처분 ...

온갖 탄압으로 우리의 손발을 묶을 수 있다.

그러나 너희들이 정작 모르는 게 있다. 

우리들의 투쟁의지마저 묶을 수는 없다는 걸

너희들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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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택시노동자

한국노총앞에서 집회를 한다.

노동자 팔아먹는 어용노총 해체하라!

대한항공 해고자가 발언하고, 삼성SDI 해고자가 연설하고, 버스 해고자가 연설한다.

그 다음이 택시 노동자이다. 그 연설을 듣는 중 또 다른 택시노동자가 생각난다.

 

어제였구나.

광화문 공무원노조 농성장을 출발할 때 오후 3시 45분.

4시까지 영등포 대영빌딩에 가야한다. 사무금융연맹 교육을 4시에 시작해야 하니까.

택시를 잡아탔다. 바쁜 마음으로 차창밖 교통상황을 살폈다.

 

광화문 사거리를 막 지날때 쯤 앞에 앉은 기사 아저씨가 혼자말처럼 조용히 얘기를 한다.

시작은 이랬던 거 같다.

"요새는 일할 마음이 안생겨요"

정세에 밝은 직업, 택시기사 아저씨가 민생문제를 중심으로 시국 얘기를 하려나 보다 했다.

아주 잔잔한 톤으로 혼자말처럼 얘기를 이어간다.

앞에 붙은 등록증인지 뭐인지에서 개인택시임을 확인하며, 별 맞장구 치지않고 얘기를 들었다. 다른 사람이야기에 일부러 맞장구치는 성질아니지만, 그 양반도 별로 그걸 바라는 것 같지도 않다.

 

택시운전을 20년쯤 하고 있다. 1년전에는 모범택시를 했다. 그런데 모범택시라는 게 주로 밤일이다. 낮에 비싼 모범택시 타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밤을 주무대로 16시간정도씩 뛰었다. 너무 힘들어서 모범택시를 그만두고 일반택시로 바꿨다.

그런데 한달전쯤 어느날 저녁 욕실에 있는데 갑자기 오른쪽 수족에 힘이 빠지고, 감각이 없어졌다. 말로만 듣던 '풍'을 맞은 거였다.

 

이쯤됐을 때, 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50대초에 풍맞고 20년 이상을 반신불구로 고생하다 작년에 생을 마감하신 부친 생각이 났기 때문일까.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쉰아홉이예요"

 

그리고 또 조용한 얘기가 이어졌다. 마포를 지나고 있다.

쌍문동 한일병원으로 가서 사진 몇장 찍고, 몇 mm 만 더 깊이 파고 들었다면 오른 쪽 손을 흔들거리며 절둑거려야 할 상황임을 진단받았다. 다행이 아슬아슬하게 피해 간 거란다.

병원에서 주는 약먹고,  몇일 전에 100%는 안되도 99%는 치료되었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한강다리를 지나면서 59세 택시노동자는 얘기를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이 일 있기 전에는 죽는다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죽어야 할 상황이면 죽지.

그러나 이제는 살고 싶어요. 한 70살까지 살고 싶어요.

공장 다니는 마누라 눈치가 보여서 오늘 차를 끌고 나왔는데, 사실 일하기 싫어요.

차를 탄 후 처음으로 백미러를 통해 기사 아저씨 얼굴을 보았다. 그 말 하면서도 조용히 웃고 있다. 마치 도통한 사람같다는 생각이 얼핏 든다

서울교를 지나며 마무리를 한다.

집안에 혹시 풍 증세가 오는 사람이 있으면 쌍문동 한일병원으로 가세요.

나중에 들어보니 의사가 나이도 별로 안많은데 신경질환 계통은 아주 잘본다고 소문이 자자해요.

 

영2파출소 앞에서 "아저씨 건강하세요. 쉬엄쉬엄 하세요"

인사를 조용한 웃음으로 받고, 59세 택시노동자가 떠난다.

대영빌딩 3층을 잰걸음으로 올라가며, 평소에는 별로 안하는 부친 생각을 했다.

한솔신용금고에서 세번의 명퇴권고에도 버티다 결국 퇴직하고,

택시 몰던 동서 얼굴도 떠 올랐다.

 

'택시노조의 어용수괴 강성천'을 규탄하는 택시해고노동자가 연설을 마친다.

따라 외치는 나의 마무리 구호에 힘이 좀 더 들어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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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바꿔 보기는 했는데...

"좋게 말하면 여유가 있는거고,

나쁘게 말하면 냉혹한거다"

 

누가 나한테 한 말이다.

'여유'하고 '냉혹'하고 딱 대비되는 말은 아닌데...

 

하여간 이제 좀 바꿔서 생각 좀 해보자.

그래서 이곳을 좀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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