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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정권의 노사관계 로드맵을 해부한다

 노무현정권의 노사관계 로드맵을 해부한다


2005.8.2 민중연대 웹진 기고


 

1. 노사관계 로드맵이란 무엇인가?


노동3권강화가 ‘사용자대항권강화’로!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한국노동운동은 노동3권쟁취를 위한 투쟁을 계속해 왔다. 그 결과  국제노동기준에 못 미치는 한국의 노동3권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없는 상황이 되었다. 노무현정권은 2003년 출범과 함께 이른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구축’을 노동정책방향으로 발표하고 노동3권을 국제노동기준에 따라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003년 상반기에 자본, 보수언론 등의 ‘친노동자정책’ 공세가 격화되고 이른바 ‘사용자 대항권’ 강화가 노무현정권 노동정책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를 위해 노동부는 ‘노사관계제도선진화연구위원회’를 구성하여 2003년말에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방안(노사관계 로드맵)’을 발표했다. 노무현정권은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금년 정기국회에서 입법화할 것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복수노조 체제에 대비한 총자본의 노동운동재편 전략!

노사관계 로드맵은 2007년 복수노조체제에 대비한 자본과 정권의 노동운동 재편전략을 담고 있다. 기업단위노조의 복수노조허용과 전임자임금축소를 연계하여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 한다. 1998년 노동법개악 과정에서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를 법제화했으나 이는 국제노동기준에 위배되어 국제노동기구로부터 폐지를 권고받아 왔다. 그런데도 노사관계 로드맵은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조항을 유지하고, 전임자수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복수노조의 교섭청구를 강제적으로 단일화하여 전체노동자 중 89%의 미조직노동자들의 자유로운 단결권을 가로막음으로써 비정규․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노동3권의 사각지대에 두려한다.


허약한 산별노조체제를 위한 포석!

기업별 노조체제는 낮은 조직률, 투쟁력의 분산, 노사협조주의 확산, 사용자의 지배개입 등으로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때문에 한국노동운동은 산별노조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총자본은 노사관계 로드맵을 통해 허약한 산별노조체제를 꾀하고 있다. 산별노조체제 하에서 작업장단위의 노조조직이 어떻게 자리잡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당연히 자본측은 작업장 단위의 노조조직 약화를 노리고 있다. 산별체제 하에서 현재의 기업별노조가 갖고 있는 왕성한 현장활동력과 일상투쟁력을 거세하고자 한다. 산별교섭에서 사용자들은 산별노조가 기업단위 노조의 요구와 투쟁을 적절히 제한하고 관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은 이후 산별노조체제에서 현재의 기업별노조를 강력한 작업장 단위 노조조직으로 남기보다는 서구의 종업원평의회와 같은 노사조직으로 재편되기를 원하고 있다. 노사관계 로드맵에서는 과반수노조의 근로자위원 지명권을 박탈하고 후보추천권으로 제한하고자 한다. 노동조합의 힘이 있는 상태에서는 이런 조치로 인해 노조가 노사협의회로 대체되는 일이 곧바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수노조로 전락한 사업장에서는 문제가 다르다. 더구나 조직률이 11%에 불과한 상태를 고려하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단체행동권이 없는 노사조직이 작업장의 보편적 조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임자수 축소방안으로 100인 이하 노조에서의 유급전임자금지 조항을 예시하고 있다. 100인 이하 사업장은 전체노조의 90% 이상이다. 이런 방향이 관철될 경우 그것은 단지 전임자수가 줄어든다는 문제 외에 대다수의 작업장 단위 노조조직의 약화 즉 산별노조체제에서 현장공동화가 급속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드맵은 단협유효기간 제한을 폐지하고 3년초과시 일방해지를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현재 2년의 단협갱신투쟁주기를 연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이 조항은 이제 시작하는 산별교섭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산별협약 주기가 3년으로 되면 산별체제에서 기업별 노조조직은 보충협약의 성격을 갖게 되므로 자동으로 전체노조가 3년주기의 단협체제로 이전하게 될 것이다.

로드맵은 별 실효성이 없는 지원신고제를 폐지하면서 초기업단위 노조 대표자 외에 그 회사 종업원이 아닌 조합원의 회사출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하고자 한다. 기업별노조체제 하의 노조간 연대에서도 문제가 되지만 산별노조체제 하에서도 기업별 울타리를 공고히 해두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파업권 약화!

노사관계 로드맵이 노리는 것은 투쟁하지 않는(못하는) 노동운동이다. 이를 위해 노동3권의 핵심인 파업권의 약화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성장제일주의 국가정책과 기업경영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권을 제도적으로 거세하려는 것이다. 직장폐쇄권 확대,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제도 도입,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완화, 공익사업장 신규채용 및 하도급에 의한 대체근로 허용 등으로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직접적 대항권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쟁의행위찬반투표에 대한 개입(투표 시기 또는 유효기간 설정), 긴급조정시 쟁의금지기간 60일로 확대, 상급단체 및 대기업노조의 재정투명성 제고방안 도입 등은 국가권력의 지배개입권을 제도화하려는 것이다. 이는 노사자치 원칙에도 역행하고, 국가권력이 사용자 대항권을 대행하게 될 것이다. 특히 취업비리사건을 계기로 이후 논의과정에서 보다 강화된 지배개입 방안이 제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자의 대항권 강화나 국가의 지배개입강화가 꾀하는 바는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약화시키는데 초점이 두어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단체협약 및 단체행동의 대상과 범위 축소를 통한 파업권 제한이 기도되고 있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확대하고, 권리분쟁사항을 단체교섭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파업권을 제한하려 한다.


신자유주의 노동시장유연화 확대강화!

1997년 이후 급격히 진행된 노동시장유연화에 이어 이제 그것의 완성을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사용차 측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정리해고 요건완화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고용승계 및 단협상 근로조건을 백지화시키는 것과 다름없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아직 검토사항으로 제출하고 있으나 성과급 임금체계, 변경해지제도 등을 제출하여 이후 추가 개악의 근거로 삼겠다는 것이다.



2. 노동자.민중진영의 대응방향


97․98년의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도입으로 자본과 정권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제도적으로 밀어부쳤다. 이제 2007년을 앞두고 자본과 정권은 노사관계 로드맵을 통해 한국노동운동을 신자유주의 질서 속으로 재편하려 한다. 이에 맞서 민주노총은 비정규직개악법안저지 및 입법쟁취, 노사관계 로드맵분쇄 및 노동3권쟁취, 무상의료․무상교육쟁취 등 3대 요구를 중심으로 2006년 5월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정세로 보면 2005년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비정규개악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을 중심으로 노무현정권과의 한 판 투쟁이 불가피하다. 정기국회 막바지인 11월말-12월초가 투쟁시기가 될 것이다. 힘겨루기에 의해 2006년 2월, 4월 임시국회로 이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2005년 하반기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만약 하반기 투쟁이 준비되지 못하면 노무현정권은 정기국회 또는 2006년 2,4월의 임시국회까지 민주노총의 힘을 빼면서 밀어부칠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06년 5월을 투쟁시기로 설정하는 것은 정세에 대비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

비정규문제나 로드맵 문제는 정권의 개악공세를 저지하고 쟁취로 나아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개악저지와 쟁취는 투쟁시기로 볼 때 분리될 수 없으며, 국회에서의 입법화로 판가름나게 된다. 따라서 투쟁의 성격상 국회일정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쟁취를 중심으로 한다면 국회 법률재개정 일정상 가장 정점 시기로 투쟁일정을 잡고 공세적인 총파업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3대 요구 중 무상의료․무상교육은 그 구체적 내용이 사회보장예산 쟁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무상의료․무상교육쟁취투쟁 시기는 예산이 결정되는 정기국회시기이다. 2006년 5월은 보통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는 시기이다. 따라서 투쟁의 성과를 구체화하는 세부적인 계획이 보완되지 않으면 안된다. 민주노총은 이런 점들을 면밀히 고려하여 8월말 9월초까지는 구체적 투쟁계획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투쟁준비에 돌입할 것이다.


민중연대는 1998년 김대중정권의 신자유주의․세계화 공세가 노동자는 물론이고, 농민, 민빈 등 전민중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기층민중의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비정규개악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은 자본과 정권이 신자유주의를 제도적으로 완성시키려는 막바지 공세이다. 이 공세를 뚫고 비정규노동자 권리쟁취, 노동3권강화로 나아가는 것은 전민중 공통의 과제이다. 만약 2005년 하반기 투쟁에서 밀린다면 민중연대나 민주노동당이 설정하고 있는 2006년 5월 무상의료․무상교육쟁취 그리고 6월 지자체선거투쟁으로 이어지는 대중투쟁도 어렵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민중연대는 2005년 하반기 전민중의 투쟁선선을 구축하는데 최우선적으로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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