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하다 옷장을 열어보니 습기가 가득하다.
옷엔 곰팡이도 슬은 것 같아서, 넣어둔 하마를 보니 물이 가득 먹었다.
집앞 가게에 물먹는하마를 사러 나갔는데 하마가 없다.
그냥 나오기 머쓱해서 소주 한 병 사들고 나왔다.
마셔야겠지...

나의 말은 글보다 넘치거나 모자란다.
나의 글은 나의 머리보다 과하거나 부족하다.
나의 머리는 나의 마음보다 격하거나 잔잔하다.
나의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겠다.
그냥 돌멩이였으면 좋겠다. 차갑고 딱딱한 돌멩이...
나이값 못하고 지난 며칠 푼수맞게 소원하던 비,
그 비를 새벽에 실컷 맞았다.
포기, 포기... 포기하는 게 서럽고 슬프다.
그래도 포기다!
그냥 간밤에 맞은 비에 쓸려간 거면 좋겠다.
미련스럽게 몸뚱아리 어딘가에 달라붙어서 날 괴롭히진 않았으면.
맹추.
속옷까지 흠뻑 젖어서 오빠집에 들어갔다.
젖은 옷을 허물처럼 벗어놓고 잠들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엄마가 옷들을 다 빨아서 선풍기로 말리고 다림질까지 해두셨다.
맹추. 나 말이다.
그냥 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지.
내가 소중한 것 보다는, 날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