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이다.

이미 합의한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에 관한 교섭을 시작했으나,

회사는 미루기만 하고 안조차 내지 않다가 노조가 2시간 파업을 진행하자 곧바로 직장폐쇄를 단행한 어처구니 없는 공장이다.

아니나 다를까, 현대차 자본이 기획한 시나리오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유성기업 아산과 영동공장 조합원이 일사불란하게 아산공장 앞에 모였다.

용역이 대포차로 조합원들을 치받고 달아나버렸다. 조합원들은 여럿 다쳤는데도,

대표차를 운전한 용역은 경찰서에 가서 조사만 받고 풀려났다.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고, 심해도 많이 심하고, '상식'의 기준을 어디다 둬야할지 헷갈리게 만드는 나라다.

 

그 직장폐쇄 이후 오늘이 78일째다.

지난 7월25일, 아예 사무실 문을 닫고 유성 아산공장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연대대오가 많지 않을 것 같은 휴가기간에라도 조합원들과 함께 있자는 취지로 시작한 일이었다.

27일, 각계를 모아 기자회견을 연 뒤 릴레이농성에 돌입하기로 하고 조직을 시작했다.

25, 26일은 비가 억수로 쏟아졌던 날이다. 서울, 춘천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던 날이다.

27일 아침. 서울에서 내려와야 할 기자회견 참가자들로부터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서울은 도로가 끊긴 곳도 많고 비도 계속 내려서 이동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은데 기자회견을 그대로 진행하냐는 거다.

어쩌겠는가. 폭우가 쏟아진다고 해서 자본과 정권의 탄압이 멈추진 않는 것을.

기자회견은 예정대로 진행했고, 도착시간이 들쑥날쑥하긴 했지만, 많은 분들이 와주었다.

백기완선생님, 범민련 이규재의장, 최헌국 목사, 권영국 변호사, 민주노총 충북본부장 등등.

물론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도 왔고, 김세균교수도 왔다...

춘천에서 오던 손미아 교수만 침수로 도로가 끊겨서 대성리에서 회군했다.

기자회견에 '기자'가 많지 않았던 것이 안타까웠지만, 기자회견이 끝난 뒤 노동전선과 사노위만 남고 대부분 돌아가버린 것도 안타까웠지만, 그리하여 릴레이농성은 시작되었다.

 

오늘로 아산에 내려온지 열흘째다. 릴레이농성을 정식으로 시작한 지 8일째다.

그리고 직장폐쇄된 지 78일째다.

 

유성 동지들이 저점으로 쓰고 있는 공장 맞은편 비닐하우스는 컴퓨터도 쓸 수 있고 인터넷도 된다.

릴레이농성단은 농성장을 유성기업 앞 굴다리 밑에 차리는 바람에 인터넷 사용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스마트폰을 가진 동지들이 속속 농성에 결합하면서, 릴레이농성장에서도 인터넷 이용이 손쉬워졌다.

농성하며 벌어진 재미난 일들을 까먹기 전에 여기 적어두려 한다.

이런 곳에서는 사소한 일과 말들이 울림을 주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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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3 08:45 2011/08/03 08:45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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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요~~

2011/07/22 00:54

늘 시작은 나로 비롯된 것인데도, 종국에는 남 탓을 하고 있다.

더웁다. 어찌된게 사무실이 밤이되니 더 덥다.

 

월요일날 끝냈어야 할 일을 어찌어찌 하다 나의 게으름으로 하루를 넘기고,

또 누군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또 하루를 넘기고,

마음이 약해서 또 하루를 넘기고,

목요일, 그마저도 넘겨 이제 금요일이 돼버렸다.

 

시작은 나다. 내가 미리미리 해두었으면 이렇게 될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짜증스럽다.

 

일이 하루하루 밀리며 일정은 계속 빠그러졌다.

월요일 하려던 일이 하루 넘어가니, 화요일엔 집회가 있었다.

집회가 끝나고 일을 마무리하려 했는데, 화요일 집회는 밤10시에 끝났다.

원래는 수요일 저녁엔 약속이 있었다. 그런데 하루가 밀려서 수요일 약속에 가지 못했고 사무실에서 동동거렸다.

그런데, 또 같이 일을 할 친구는 수요일 저녁에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아침까지 하기로 했지만 그 친구는 잠이 들었다. 다시 목요일로 넘어간 것이다.

다시 목요일, 기다리다 그마저 마무리를 못하고 금요일.

난 금요일 일정이 많았다.

구속된 동지 특별면회를 잡아두었고, 그 와중에 비슷한 시간에 회의가 하나 잡혔고,

엄마 생일이라 조금 일찍 사무실을 나서서 시골에 내려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하려던 일, 바로 회원소식지가 진도가 이 지경에 이르르고 보니,

인쇄된 소식지가 언제 도착할지 모르고, 그게 오면 발송작업을 해야 한다.

 

집회가 끝난 뒤 밤을 새워서라도 했어야 한다.

아차, 그때는 또다른 누군가가 보내기로 한 원고를 수요일에 보내겠다고 통보한 뒤였구나.

정신을 좀 차려야겠다.

1주일동안,,, 너무 지쳤다.

문제는, 그게 다 나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다.

늘상 꾀부리며 주변 동지들한테 떠넘겨 대충대충 메워오다보니, 결국 이런 지경을 당한 게다.

 

이럴 때 딱 어울리는 말이 이거다. "돌아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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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2 00:54 2011/07/22 00:54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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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렁이다

2011/06/09 00:36

밟혔다.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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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9 00:36 2011/06/09 00:36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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