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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정권의 자본가 편들기 : 사라지는 법정공휴일

노무현정권의 자본가 편들기 : 사라지는 법정공휴일

 

2005.4.8, '노동자힘' 기고

지난 4월 5일 강원도 양양과 고성에서 큰 산불이 일어나, 400ha의 임야와 낙산사가 불타고 보물 479호인 낙산사 범종이 녹아내렸다. 이제 공휴일로서는 마지막인 2005년 식목일에 일어난 재앙이다. 식목일은 1949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이 제정될 때 산림보호를 위해 공휴일로 정해졌다. 그로부터 58년만인 내년부터는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된다. 이제 산에 나무가 넘쳐나 더 이상 나무를 심을 필요가 없기 때문일까? 식목일에 심는 나무보다 불타는 나무가 많기 때문일까?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되는 식목일과 제헌절

지난 2003년 노동시간단축 논의 시 전경련, 경총 등 자본 측은 주40시간제 도입 대신 공휴일을 2-4일 축소할 것을 주장한 바 있는데, 정부여당은 자본 측의 이러한 요구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드디어 2005년 3월 15일 오영교 행자부장관과 열린우리당 원혜영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정부․여당 협의회에서 공휴일 축소방안을 합의했다. 주40시간제 확대적용으로 휴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식목일은 내년부터, 제헌절은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법정공휴일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국회에서 개정할 필요없이 국무회의에서 개정하면 된다. 따라서 이번 당정합의로 국무회의 의결만 남겨놓은 채 사실상 공휴일이 축소된 것이나 다름없다. 


단협상의 경조휴일까지 축소

노무현정권이 자본의 이익을 대변한 휴일축소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식목일과 제헌절을 법정공휴일에서 제외하는 것과 함께 경조휴가 축소까지 강행하고 있다. 공무원 본인, 배우자 및 배우자의 부모 사망 휴가는 7일에서 5일로, 자녀, 자녀의 배우자 사망 휴가는 3일에서 2일로 축소하며, 본인과 배우자의 회갑 휴가, 증조부모나 외증조부모 및 삼촌․숙모의 사망시 휴가, 탈상 휴가, 포상휴가, 퇴직준비 휴가 등을 모두 없애고 이를 연간 4∼23일인 연가를 활용토록 하는 공무원 특별휴가 조정안을 당정협의에서 합의했다.

2003년 노동시간단축 논의 시 자본 측이 연월차휴일 축소를 주장하여 25일 한도로 축소되었다. 이제 노무현정권은 공무원의 경조휴가를 축소하여 전체 노동자의 단협상 경조휴가 축소를 선도하려는 것이다. 공무원들에게 적용되는 공휴일 축소는 곧바로 민간부문에 적용될 것이다. 나아가 공무원의 경조휴가축소는 민간사업장의 주5일제실시 과정에서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다. 즉, 사용자들은 정부정책을 지표로 삼아 기존 단협상의 경조휴가축소 또는 연월차휴가축소를 더 강력하게 기도할 것이다.


해결기미가 안 보이는 장시간노동

<주당 노동시간 변화(노동, 매월노동통계)>

 

‘04

‘03

‘02

‘01

‘00

전산업

45.4

45.6

46.0

46.6

47.1

제조업

47.2

47.4

47.5

48.1

49.1

노무현정권은 주40시간제로 휴일이 늘어났기 때문에 공휴일을 축소한다고 하는데 현실은 어떤가? 노동시간단축의 핵심적 문제는 실노동시간의 단축이다. 금속을 포함한 제조업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은 주5일제 시행전인 2002년 47.5시간에 비해 별로 줄어들고 있지 않다. OECD 통계에 의하면 2003년 한국노동자의 연간노동시간은 2390시간으로 여전히 세계 1위이다. OECD 하위권을 맴도는 저임금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잔업특근수당 등 초과노동임금에 메달리게 만들어, 주40시간제에 의해 토요일이 휴일이 되었지만 특근으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살인적인 노동강도강화로 고통받고 있다. 산재사망자 역시 2605명(2002년), 2923명(2003년), 2825명(2004년)으로 주5일제 시행이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지 않다.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교육, 가족의 화목과 안정을 위한 여가활동 등 노동시간단축으로 기대했던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은 여전히 거리가 먼 실정이다. 노동시간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자고 했지만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정권이 공휴일을 축소하고, 단협상의 휴일축소를 주도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은커녕 저임금 장시간노동을 강요하여 자본만을 살찌우자는 것이다.


자본과 정권에게 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는 봉인가?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대목이 있다. 2003년 8월에 국회에서 통과된 법정노동시간단축안은 업종․규모별 단계적 실시안이다. 이에 따라 2007년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이 적용되고, 100인 이상 2006년, 50인 이상 2007년, 20인 이상 2008년, 20인미만 및 국가․지자체 기관은 2011년까지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정부는 주40시간으로의 단축을 이유로 공휴일을 축소한다는 주장인데, 2006년에도 주40시간제가 적용되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생짜로 휴일을 도둑맞게 된다. 노동시간단축의 최대 피해자가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임이 노무현정권의 공휴일 축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노동에 대한 공격을 가하면서 틈만 나면 ‘차별해소, 약자보호’를 들먹이고 있는 노무현정권 주장의 허구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현장에서부터 실노동시간단축 투쟁전선 구축을!

이런 문제에 비해 노동운동은 너무 조용하다. 지금이라도 노무현정권의 공휴일 축소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 전체 노동운동 차원에서의 노동시간단축투쟁 전열을 구축하는 것과 함께 각 현장의 임단협투쟁 과정에서 주5일제와 연동한 휴일축소저지, 공휴일의 단협조항 명시, 교대제개선투쟁 등으로 실노동시간단축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화마가 지나간 강원도 산 속에서 자연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소생의 투쟁을 시작할 것이다. 법정공휴일인 식목일은 1960년 3월 15일을 사방(砂防)의 날로 대체되어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가 이듬해 다시 식목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공휴일로 환원된 역사가 있다. 낙산사와 함께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법정공휴일로서의 식목일을 ‘자연보호의 날’로 되살려 놓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자연과 함께 노동자를 보호하는 날을 쟁취하기 위한 노동자 투쟁이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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