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비정규법안 관련 노사정협상 평가와 전망

 비정규법안 관련 노사정협상 평가와 전망


2005.5.9, '노동자의힘' 기고

 


1. 비정규법안 관련 국회 노사정 협상 경과


1) 4.6 노사정대표자회의 재가동과 위태로운 협상테이블


2004년 3월 중앙위원회에서 노사정 사회적 교섭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후 민주노총은 이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1년후인 2005년 3월 15일, 대의원대회 무산으로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대의원대회 의결을 유보하고, 노사정 사회적 교섭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첫째,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정부의 비정규개악안을 국회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노사정 교섭이 필요하다. 둘째, 이를 통해 4월 임시국회에서의 강행처리를 저지하고 전조직적 총파업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한다. 셋째, 협상과정에서 민주노총 요구의 정당성을 대내외에 홍보하여 조합원의 관심을 높이고, 국민적 명분을 획득한다”. 이런 명분 하에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재가동하고 비정규법안 협상을 제안했다. 그러나 4월 5일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비정규법안을 국회 밖으로 끌어낸다는 것과는 달리 국회 환노위에서의 노사정협상이 결정되었다. 4월 임시국회 처리유보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했으나, 4월 8일 국회 환노위 여당간사가 주관하는 노사정 실무회의에서 4.13, 4.16, 4.20 세 차례의 협상일정이 결정되었다. 정부여당은 4월 25일경 환노위 법안심사소위를 비롯한 그들의 국회일정 내에서 협상일정을 잡아가고 있었다. 노사정 협상이 이런 방식으로 흘러가는 데 대해 노사정교섭에 동의하는 입장 내에서도 강한 문제제기가 나타났다. 여기에 4월 13일 노사정 협상 테이블에 제출할 노총과의 노동계 단일안 논의가 실패했다.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의 파견제철폐안을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국회 내의 노사정 교섭 막바지에 정부여당은 수정안을 내고 한국노총이 이 안을 받을 가능성이 점점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안을 약간 수정한 수준으로 정부, 경총, 한국노총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상의 잠정합의가 이미 되어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2:1의 구도도 안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노무현정권의 비정규개악안 문제는 이미 2년 가까이 끌어 온 것이기에 노사정교섭으로 조합원들의 이목도 별로 집중시키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여당은 법안처리의 절차적 명분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형국이었다.


2) 4.14 국가인권위원회 결정과 반전


1차 실무협상이 열린 4월 13일만 해도 끝이 뻔히 보이는 노사정 협상 수렁에 빠져든 민주노총에게 마치 한가닦 빛과도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4월 14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의 비정규법안이 반인권적이라는 권고결정을 한 것이다. 인권위원회 결정을 끌어내기 위해 민주노총 집행부가 많은 공을 들인 이 사건을 계기로 협상분위기는 급반전되었다. 4월 임시국회 일정에 맞춘 협상테이블로 민주노총을 끌어들여 여유만만하게 밀어붙이던 김대환, 이목희 등 정부여당 인사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인권위안을 중심으로 정부안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잡게 되었다.


3) 민주노총 수정안 논의


4월 21일 민주노총 11차 중집에서 집행부는 인권위안을 중심으로 하는 양노총 단일안 마련을 제안했다. 한국노총의 발목을 잡기 위해 인권위안을 중심으로 양노총 단일안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양노총 위원장의 단식투쟁 돌입을 병행한다는 안도 제안했다. 그러나 양노총 단일안 제안배경에는 다른 이유도 혼재되어 있었다. 일부 중집위원들로부터 인권위 결정으로 인해 정부개악안저지투쟁 국면에서 개선안 쟁취투쟁 국면으로 변했기 때문에 공세적인 수정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공공연맹, 금속연맹 중집위원 등이 수정안 결정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현재의 협상구도로 볼 때 정부안을 일부 수정하여 강행처리하거나, 6월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많은 데 민주노총이 양노총 단일안 형식으로 파견제철폐를 포기하는 수정안을 내는 것은 원칙적으로나 실리적으로나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결국 11차 중집에서는 수정안을 내지 않기로 결정하고, 교섭석상에서 인권위안을 최저수준으로 공세를 펴는 것으로 확인했다.


4) ‘양노총 공통안’

4월 24일 6차 실무협상부터 인권위안을 중심으로 한 ‘양노총 공통안’이 제출되었다. 민주노총 중집에서는 양노총 단일안 형식의 수정안 제출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협상테이블과 협상결과보고 등을 통해 만들어진 ‘양노총 공통안’이라는 용어는 사실상의 민주노총 수정안이 되는 과정이었다.


5) ‘의견 접근’ 보고, 그리고 4월 임시국회 처리유보

4월 29일 10차 실무협상 후 민주노총은 ‘의견접근’을 보고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큰 틀 의견 접근, 사용자의 차별 입증 책임 명기 의견 접근, 파견허용업종․기간 현행유지 의견 접근, 불법파견 고용의제(또는 고용의무) 의견 접근, 파견노동자 사용기간 후 고용의제 의견접근 등이 그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언론은 협상타결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 의견접근 보고는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비정규연대회의에서는 민주노총과의 간담회 석상에서 파견제철폐를 포기하는데 대한 항의와 ‘고용의제’와 ‘고용의무’의 차이를 간과하느냐에 대한 항의성 질의가 거세게 제기되었다. 불법파견시 정규직으로 고용되었다고 간주하는 ‘고용의제’와 별도로 고용계약을 체결해야 정규직이 되는 ‘고용의무’는 전혀 다르다. ‘고용의무’라고 하지만 불이행시 벌금조항으로 사용자를 강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5월 2일 11차 협상에서 노사정 각 입장의 차이를 확인하고, 실무협상 중단 및  4월 임시국회에서의 법안 처리유보를 결정했다.



2. 노사정 실무협상 결과


5월 2일 11차의 실무협상 종료 이후 다시 노사정대표교섭을 재개하기로 하고, 지금까지의 실무협상에서 합의되거나 의견접근 된 내용 등은 이후 노사정교섭 및 입법과정에서 존중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실무협상에서 합의되거나 의견접근된 내용이란 무엇인가?


1) 정부안은 얼마나 달라졌나?

협상 과정에서 의견접근으로 보고된 부분은 정확히 표현하면 정부안의 변화라기 보다 경총안의 변화이다. 경총이 동의하는 선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시, 파견업종과 기간의 현행유지 정도의 변화가 있었다. 이 중 파견업종을 정부안의 네가티브 방식에서 현행 26개업종 포지티브 방식으로 수정하는 것은 이미 협상 전 당정 정책협의회에서 결정되어 있던 것으로서 협상 성과와는 별개의 것이다. 인권위결정의 영향으로 변화된 부분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명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경총이 동일노동의 기준으로 ‘동일한 자격, 능력, 성과’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노사정 입장 대비표(5.2 민주노총 13차 중집 보고자료)>

의제

양노총 공통안

경영계안

정부안

기간제

사용사유제한

객관․합리적사유없는 기간제 사용제한

배제

배제

사용기간

2년

4년

3년

소정기간 이후 및 사유외 고용보장

정규직(무기계약) 간주

기간 만료만을 이유로 한 해고 제한

해고제한

차별금지

동등처우(차별처우금지)

... 동등 유사한 기술, 작업수행능력이 같은 경우.. 임금 기타 근로조건 동등 처우

.. 동일한 자격, 능력, 성과가 같은 경우.. 임금 기타 근로조건 차별 금지

불합리한 차별금지원칙 규정

 

차별시정청구 주체

당사자+노조

당사자

당사자

차별입증책임

사용자

 

 

파견제

허용업종

현행 유지(포지티브 방식)

포지티브 방식(업종 조정 확대)

전면허용(네가티브 방식)

사용기간 - 휴지기간

2년 -6개월

4년 - 휴지기간없음

3년 - 3개월

소정기간 이후 고용보장

현행유지(고용의제)

 

고용의무

불법파견시 책임

고용의제

 

고용의무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노사합의문 처리)

․기설립노조 노동기본권 보장

 

․안 미제출(노사정위 논의로 유보)


2) 민주노총 협상안은 무엇이 달라졌나?

민주노총은 수정안을 내지 않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양노총 공통안’이라는 이름으로 안의 변화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파견제철폐안 대신 파견업종․기간의 현행유지안으로 바뀌었다. 기간제는 사용기간 1년에서 2년으로 바뀌었다. 민주노총은 인권위안을 최저수준으로 한다고 했지만 협상안으로 인해 정부안이 최저수준이 되고 인권위안이 최고수준의 안으로 되어버렸다. 



3. 노사정 협상 중간평가


1) 성과


5월 2일 끝난 노사정 협상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5월 2일 협상결렬을 선언하지 않았고, 이후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넘겨 계속 협상하기로 하여 아직 협상국면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내에서 노사정 실무협상에 대한 공식적 중간평가는 없었다. 그러나 5월 1일 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은 인권위안을 중심으로 한 노사정 협상을 통해 4월임시국회 강행처리를 저지하고, 정부안을 사실상 무력화시켰음을 선언함으로써 중간평가에 대신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4월임시국회 강행처리를 유보시켜 낸 성과가 있었다. 그리고 동일노동동일임금, 기간제 사유제한 등을 중심으로 정부개악안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사회적 여론을 반전시키는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에 인색할 이유는 없다.


2) 문제점

되돌아봐야 할 문제점은 없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의 안이 사실상 수정되었거나, 수정될 상황에 있다는 점이다. 아직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안을 수정하는 공식적인 의결은 없었기 때문에 민주노총 수정안은 없는 상태이다. 중집에서 양노총 단일안 형식의 수정안 제안은 폐기됨으로써 분명히 확인된 바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민주노총 중집에 ‘양노총 공통안’ 형식으로 민주노총의 수정된 협상안이 보고되었다. 언론보도에 힘입어 세상은 대체로 그것이 민주노총 안으로 알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파견제철폐 부분은 비정규투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투쟁이 특수고용노동자와 함께 파견노동자들의 투쟁이다. 앞으로 이 투쟁은 현장투쟁의 주축이 될 것이다. 또 하나 한국사회에서 비정규노동자투쟁은 이른바 네덜란드 모델과 같이 비정규직화를 인정하는 선에서 차별완화투쟁으로 선회하지 않는 한 파견제철폐는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단순히 노사․노정 역관계만을 보고 단기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800만 비정규노동자들이 이제 투쟁을 시작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규직노조인 양노총이 대리하여 정규직화포기를 선언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앞으로 계속하려는 노사정 협상에서 정부안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작금에 횡횡하는 노동운동의 실리주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별 실리없이 원칙만 훼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사정 협상은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것이라 했다. 협상이 진행되고 있을 때 현장에서는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이 처절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하이닉스 매그나칩, 울산지역건설플랜트, 덤프트럭 등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이 그것이다.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의 최선두에 서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투쟁이며, 새롭게 투쟁의 중심으로 서고 있는 파견(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다. 그런데 협상 과정에서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파견제는 요구안이 후퇴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투쟁대오를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하나로 묶어세우는 데 적극 나서지 못했다. 협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수십명이 연행․구속되고, 고공농성투쟁으로 목숨을 걸고, 견결하게 투쟁하는 충북지역본부를 유린․고립하기 위한 경찰도발이 버젓이 자행되었다. 총파업투쟁전선은 어떤가? 내용도 불분명한 ‘의견 접근’ 보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현장의 긴장감은 떨어져 갈뿐이었다. 비정규 노동자의 현장투쟁도,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전선도 ‘교섭활용’으로 강화되지 않았다.


4. 전망과 과제


엄밀히 평가할 때 비정규법안의 4월임시국회 강행처리 유보는 노사정협상 자체의 결과가 아니라 국가인권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를 무시하고 노사정협상의 전술적 의미를 확대해석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후 재개될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민주노총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구체적 방침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비정규법안 문제와 더불어 노사정 교섭기구구성 문제까지 논의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이제 모든 중심은 사회적 교섭기구 구성논의로 자연히 옮아갈 것이다. 그 와중에서 비정규법안문제는 노무현정권에 의해 ‘적당히’ 강행처리됨으로써 민주노총 차원의 비정규투쟁전선은 급속히 약화되고 투쟁의 짐이 고스란히 현장으로 떠넘겨지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5월 2일 노사정 실무협상 종결 이후 노무현정권은 인권위 결정으로 다소 불리해진 국면을 반전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복지기금 유용과 관련한 한국노총 사무총장 체포영장발부, 현대자동차 입사비리 수사 등으로 노동운동의 도덕성에 타격을 가할 것이다. 5월 7일 ‘노사관계 대책 태스크포스’를 발족하고, 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조의 시위자 및 주동자 전원 사법처리, 하이닉스 매그나칩노조의 불법행위 엄단, 덤프트럭노조 불법행위자 처벌을 결정했다. 비정규투쟁의 핵을 그 싹부터 도려내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지작업을 거쳐 5월 8일 열우당 이목희 의원이 기자들에게 밝혔듯이 ‘협상과정에서 노사의 의중을 읽고’ 강행처리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따라서 인권위안 수준으로 후퇴한 민주노총의 비정규요구안을 원상회복하고 시급히 투쟁체제로 들어가야 한다. 진행중인 비정규투쟁을 묶어세워 민주노총의 투쟁전선으로 만들어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노무현정권의 자본가 편들기 : 사라지는 법정공휴일

노무현정권의 자본가 편들기 : 사라지는 법정공휴일

 

2005.4.8, '노동자힘' 기고

지난 4월 5일 강원도 양양과 고성에서 큰 산불이 일어나, 400ha의 임야와 낙산사가 불타고 보물 479호인 낙산사 범종이 녹아내렸다. 이제 공휴일로서는 마지막인 2005년 식목일에 일어난 재앙이다. 식목일은 1949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이 제정될 때 산림보호를 위해 공휴일로 정해졌다. 그로부터 58년만인 내년부터는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된다. 이제 산에 나무가 넘쳐나 더 이상 나무를 심을 필요가 없기 때문일까? 식목일에 심는 나무보다 불타는 나무가 많기 때문일까?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되는 식목일과 제헌절

지난 2003년 노동시간단축 논의 시 전경련, 경총 등 자본 측은 주40시간제 도입 대신 공휴일을 2-4일 축소할 것을 주장한 바 있는데, 정부여당은 자본 측의 이러한 요구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드디어 2005년 3월 15일 오영교 행자부장관과 열린우리당 원혜영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정부․여당 협의회에서 공휴일 축소방안을 합의했다. 주40시간제 확대적용으로 휴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식목일은 내년부터, 제헌절은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법정공휴일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국회에서 개정할 필요없이 국무회의에서 개정하면 된다. 따라서 이번 당정합의로 국무회의 의결만 남겨놓은 채 사실상 공휴일이 축소된 것이나 다름없다. 


단협상의 경조휴일까지 축소

노무현정권이 자본의 이익을 대변한 휴일축소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식목일과 제헌절을 법정공휴일에서 제외하는 것과 함께 경조휴가 축소까지 강행하고 있다. 공무원 본인, 배우자 및 배우자의 부모 사망 휴가는 7일에서 5일로, 자녀, 자녀의 배우자 사망 휴가는 3일에서 2일로 축소하며, 본인과 배우자의 회갑 휴가, 증조부모나 외증조부모 및 삼촌․숙모의 사망시 휴가, 탈상 휴가, 포상휴가, 퇴직준비 휴가 등을 모두 없애고 이를 연간 4∼23일인 연가를 활용토록 하는 공무원 특별휴가 조정안을 당정협의에서 합의했다.

2003년 노동시간단축 논의 시 자본 측이 연월차휴일 축소를 주장하여 25일 한도로 축소되었다. 이제 노무현정권은 공무원의 경조휴가를 축소하여 전체 노동자의 단협상 경조휴가 축소를 선도하려는 것이다. 공무원들에게 적용되는 공휴일 축소는 곧바로 민간부문에 적용될 것이다. 나아가 공무원의 경조휴가축소는 민간사업장의 주5일제실시 과정에서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다. 즉, 사용자들은 정부정책을 지표로 삼아 기존 단협상의 경조휴가축소 또는 연월차휴가축소를 더 강력하게 기도할 것이다.


해결기미가 안 보이는 장시간노동

<주당 노동시간 변화(노동, 매월노동통계)>

 

‘04

‘03

‘02

‘01

‘00

전산업

45.4

45.6

46.0

46.6

47.1

제조업

47.2

47.4

47.5

48.1

49.1

노무현정권은 주40시간제로 휴일이 늘어났기 때문에 공휴일을 축소한다고 하는데 현실은 어떤가? 노동시간단축의 핵심적 문제는 실노동시간의 단축이다. 금속을 포함한 제조업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은 주5일제 시행전인 2002년 47.5시간에 비해 별로 줄어들고 있지 않다. OECD 통계에 의하면 2003년 한국노동자의 연간노동시간은 2390시간으로 여전히 세계 1위이다. OECD 하위권을 맴도는 저임금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잔업특근수당 등 초과노동임금에 메달리게 만들어, 주40시간제에 의해 토요일이 휴일이 되었지만 특근으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살인적인 노동강도강화로 고통받고 있다. 산재사망자 역시 2605명(2002년), 2923명(2003년), 2825명(2004년)으로 주5일제 시행이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지 않다.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교육, 가족의 화목과 안정을 위한 여가활동 등 노동시간단축으로 기대했던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은 여전히 거리가 먼 실정이다. 노동시간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자고 했지만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정권이 공휴일을 축소하고, 단협상의 휴일축소를 주도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은커녕 저임금 장시간노동을 강요하여 자본만을 살찌우자는 것이다.


자본과 정권에게 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는 봉인가?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대목이 있다. 2003년 8월에 국회에서 통과된 법정노동시간단축안은 업종․규모별 단계적 실시안이다. 이에 따라 2007년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이 적용되고, 100인 이상 2006년, 50인 이상 2007년, 20인 이상 2008년, 20인미만 및 국가․지자체 기관은 2011년까지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정부는 주40시간으로의 단축을 이유로 공휴일을 축소한다는 주장인데, 2006년에도 주40시간제가 적용되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생짜로 휴일을 도둑맞게 된다. 노동시간단축의 최대 피해자가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임이 노무현정권의 공휴일 축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노동에 대한 공격을 가하면서 틈만 나면 ‘차별해소, 약자보호’를 들먹이고 있는 노무현정권 주장의 허구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현장에서부터 실노동시간단축 투쟁전선 구축을!

이런 문제에 비해 노동운동은 너무 조용하다. 지금이라도 노무현정권의 공휴일 축소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 전체 노동운동 차원에서의 노동시간단축투쟁 전열을 구축하는 것과 함께 각 현장의 임단협투쟁 과정에서 주5일제와 연동한 휴일축소저지, 공휴일의 단협조항 명시, 교대제개선투쟁 등으로 실노동시간단축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화마가 지나간 강원도 산 속에서 자연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소생의 투쟁을 시작할 것이다. 법정공휴일인 식목일은 1960년 3월 15일을 사방(砂防)의 날로 대체되어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가 이듬해 다시 식목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공휴일로 환원된 역사가 있다. 낙산사와 함께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법정공휴일로서의 식목일을 ‘자연보호의 날’로 되살려 놓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자연과 함께 노동자를 보호하는 날을 쟁취하기 위한 노동자 투쟁이 시작되어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