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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2주년을 맞이하여

 

<성명서>



오늘은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는 한국정부의 반인권적인 이주노동자정책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살인적인 노동강도, 폭행․폭언, 상습적인 임금체불로 인해 사업장을 이탈해 미등록이주노동자로써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았는가?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가혹한 노동 뒤에 천근같은 몸뚱아리 질질 끌며 차가운 컨테이너 바닥에 몸을 눕혀도 언젠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꿈만을 꾸며 하루하루 질긴 목숨 부지하는 그들의 처지를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았는가?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하루아침에 해고되고 미등록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범죄자취급을 받으면서 단속반에 이끌려 짐승취급 받고 철장 속 너머로 도와달라고 외치는 간절한 그들의 눈망울을 한번이라도 보았는가?


그들의 현실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았더라면 그들의 처지를 한번이라도 돌아보았더라면 그들의 간절한 눈망울을 한번이라도 보았다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법을 만들어 놓고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잡아가는 대한민국.

사람을 죽여놓고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파렴치한 대한민국.

오늘 우리는 그러한 대한민국 땅에 살고 있다는 현실에 부끄러움과 비통함을 느끼며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로 죽어간 영정들 앞에 고개를 숙인다.

다시는 그러한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다시는 이 땅에 이주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이주노동자도 인간이다.’ 라는 말이 구호가 아닌 당연시 되는 그런 세상을 위해 고인의 영정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다짐을 해 본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09년 2월 11일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2주기 추모제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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