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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26
    넌 얼마짜리 친구니?
    花無十日紅

넌 얼마짜리 친구니?

오늘은 어떤 친구일까? 맘에 쏙 드는 친구였음 좋겠는데. 거금 13만원을 들인만큼 본전생각 안날 친구였음 금상첨화일 터. 적당히 버무려진 긴장과 기대감을 가지고 그/녀는 고민의 발길을 옮겼다.


그/녀는 한달 전 ‘외국인친구(외친)’을 소개받기 이해 00어학원에 13만원의 소개료를 냈다. 외친을 만나는 날. 천만다행이었다. 소개받은 캐나다인 친구는 13만원의 값어치가 있다. 벌써 한달째 그와 교류를 이어가고 있으니 수지맞는 장사를 한 셈이다.


외국어 열풍이 거세지면서 신종 비즈니스가 등장했다. 이른바 ‘외친 소개’ 서비스업. ‘돈’으로 외친 사귀기를 중계하는 업체가 그것이다. 한 어학원에는 한달에 20여건이나 ‘외친 소개’ 문의가 들어온다고 한다. ‘외친’의 등급은 국가와 언어에 따라 최상급에서부터 최하급으로 나뉜다. 가격도 천차만별. 많게는 13만원에서 적게는 7만원의 가격이 매겨진다. 당연히 영어권 외친의 몸값이 높다. 이들을 소개해 주기 위한 사설 브로커까지 등장해 활개치고 있다. 이들은 외친을 소개시켜 주고 건당 2-3만원의 중개료를 챙긴단다.


외친 짝짖기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고전적 ‘미팅’에서부터 외친과 함께하는 시내투어(tour)까지 등장했다. 외친에게 볼거리, 먹을거리를 제공하며 구석구석 시내투어에 나선다. 소개료와 별도로 모든 경비를 ‘쏘는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

 

(위 그림은 미디어충청 박원종 님의 만평입니다.)


‘우정’이 아닌 ‘목적’을 위한 친구 사귀기 비즈니스가 범람하고 있다. 어린쥐의 ‘강림’ 이후 몰아친 영어광풍이 빚어낸 결과다. 이제 초등생들부터 ‘학습성과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법을 체득하게 된다. 그야말로 비즈니스 프렌들리 학습법이다.


이명박 정권 이후 교육관련 비즈니스는 표정 관리에 신경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최근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영훈, 대원학원의 국제중설립을 추진하겠다는 발표 이후 더욱 그러하다. 국어와 국사를 제외하고 영어만으로 수업을 하는 국제중. 이곳에 입학하기 위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초등학교 때 중학교 3년 교육과정을 머릿속에 담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어로 교육과정을 마스터하고, 영어로 심화 마스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 달인’이 되는 건 필수.

어린쥐의 출몰이후 영어 사교육 시장은 급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미 정권 초기부터 국제중 설립러시를 예상한 눈치빠른 부모와 학원들이 실시한 ‘국제중 입시설명회’는 북새통을 이뤘다. 이런 여파로 영어 관련 사교육업체인 정상JLS와 CDI홀딩스의 평균수강생 수는 올 3-6월 사이에 전년 대비 60%와 49%가 증가했다. 국제중 호재 속에 주가도 들썩였다. 사교육비 증가는 없을 것이라 했지만, 수강생 급증을 그들은 어떤 핑계로 설명할 수 있을런지 궁금하다. 업계에 따르면 수강생 뻔한 일이다. 선택받은 아이들을 위한 국제중 대비 '소그룹 프리미엄 영어 사교육' 비용은 상상 자체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

 

국제중학교의 연간 수업료는 480만원. 얼마전 방송에서 소개된 바 있는 자율형 사립고와 가장 유사하다는 전주 상산고의 연간 납입금 450만원보다도 비싸다. 물론 이건 수업료만 계산한 것. 전주 상산고의 예를 들자면 식대, 기숙사비 등의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월 10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귀족학교'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통계청의 2007년 연간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교육비가 지출 항목에 차지하는 비중은 11.6%. 월평균 256,400원 정도다. 통계적으로 교육비의 구성이 공교육 50% 사교육 50%를 차지한다. 수업료만 한달 40만. 월 평균 공교육 지출액 가정액인 128,200원의 3배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 국제중을 보내는 사람의 월 수입은 400만원. 사교육비까지 감안하면 최소 800만원 이상의 수입이 있어야 보낼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된다. 그런 이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런지. 이쯤되면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부정할 수 없을터다.

더욱이 올 들어 교육관련 소비자물가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충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교육관련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동기 대비 7.4%나 상승한데 이어 2월 7.1% 상승 등 지난 3월(5.1%)을 제외하고는 올상반기 내내 6.2%이상의 고물가 상승을 이어갔다. 월 평균 소비자물가지수를 항상 상회해 교육물가에 고삐가 풀렸음을 보여주고 있다.

 

(위 그림은 미디어충청 박원종 님의 만평입니다.)


충북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충북의 사교육 학원은 지난 3년간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어왔다. 직업기술 등을 포함한 전체 사설학원 수는 해마다 증가했다. 특히 입시검정 및 보충학습 사설학원(이하 입시학원으로 칭함)은 급증세를 이어갔다. 2005년 810곳에서 2006년 1,003곳으로 급증했고, 2007년에는 다시 90곳이 늘어나 1,093곳이 운영하고 있다. 입시학원 수강자수도 2005년에 비해 급증했다. 2005년 35,928명에 불과했던 수강생은 2007년 51,204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학생수는2005년  26만명, 2006년 25만 8천명, 2007년 25만 9천명으로 큰 변화가 없어 사교육 시장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됐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학원 월 수강료의 경우 평균액이 아닌 최고액과 최저액으로 조사되어 있어 비교하기 어렵지만, 최고액을 기준으로 할 때 3년 평균 148,000원에 달했다.


최근 충북일보는 4.15 ‘학교자율화 조치’ 이후 사교육비는 더욱 급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종합반과 단과반의 수강생이 감소하고, 소규모 그룹의 수준별 과외가 큰 인기를 끌면서 과목당 20-40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2007년 월 수강료 최고액인 135,000원보다 3배 가까이 껑충뛴 금액이다. 학교 자율화 조치가 사교육비를 증가시키고 있음을 반증하는 보도라 할 수 있다.

 

(위 그림은 미디어충청 박원종 님의 만평입니다.)


전국적으로도 올해 들어 교육비 높은 상승세는 지속됐다.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1/4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의하면 교육비는 전년동기대비 6.7%나 상승했다. 이중 학원 및 개인교습비는 무려 12.1%나 상승했다. 작년 동기 134,300원에서 150,600원으로 증가해 가계부담이 높아졌다.


이런 상승세는 2/4분기에도 이어졌다. 8월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분기 교육비 상승률은 10.5%에 달해 두 자리수나 상승했다. 특히 2분기 도시노동자 가구의 교육비 지출은 무려 18.2%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사교육비 실태조사에서 작년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22,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사교육비 지출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목은 68,000원을 지출하는 영어와 57,000원을 지출하는 수학과묵으로 조사됐다. 영어와 수학이 전체 사교육비의 56.3%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국제중이니 특모고, 자율형사립고 등의 추진은 교육비상승 화염에 기름은 끼얹는 행위다.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은 도입 연합고사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사교육비 급증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사교육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마당에 '입시 전문' 사교육에 쏠릴 경우 교육비 급증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연합고사에 대비해 ‘선행학습’을 위한 고등학교 교육을 이수한 중학생들이 급증할 수 있다. 특히 국영수 위주와 ‘소규모 그룹 수준별 교육’으로 이어져 일반 사교육비의 3배 이상의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 돈을 주고라도 외친을 사귀려는 행태를 막기 위해선 입시위주와 경쟁 위주의 교육이 아닌 공교육의 강화가 더욱 절실하다.

 

(위 그림은 미디어충청 박원종 님의 만평입니다.)

 


돈을 주고 친구를 사귀는 부끄러운 한국의 자화상을 바꾸는 것이 교육자의 역할이다. 사교육 시장을 확대시키는 고입 연합고사 추진을 중단하기 바란다. 그동안 학교자율화 조치 등에 대해 학생들의 강한 거부감이 촛불로 표현됐다. 이러한 대중적 저항에도 '부자 교육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면 다시 한 번 촛불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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