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인간적인....

아들과 이야기책을 읽었다.

취학 전 아동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만든, 어느 생활공동체에서 기획해서 나온 책 중 하나였다. 농사에 관한, 더 적확히 말하자면 "벼가 어떻게 자라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봄에 씨를 뿌려서 가을에 수확하는, 그 과정을 농사짓는 그림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아들과 그림책을 하나씩 넘기며 같이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인간적인...아니 인간중심적이라는 생각말이다.

 

이 책에서, 벼를 갉아 먹는 벼멸구는 소위 '해충'이고, 그 벼멸구를 잡아 먹는 메뚜기는 소위 '익충'이라는 (책에서 '해충'과 '익충'을 구별해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벼에 해가 되는 것들은 골칫거리이고, 그 해가 되는 것들을 잡아 먹는 먹이 사슬의 강자는 '고마운' 것들이라는 식이다.

"고마워요, 메뚜기", "고마워요, 개구리" 이런 식.....

 

그런데 이런 시각은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했을 때의 이해관계에서 보는 관점이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시각은 쌀을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난 아이들의 이야기책 속에서는 최소한의 전제로 '인간'을 중심으로 놓고 바라보지 말고, '생명'을 중심에 놓고 바라보는 시각이 먼저 제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벼멸구는 인간에게 해가 되니까 골칫거리가 아니라, 벼멸구도 함께 숨쉬며 살아가는 지구의 한 생명으로서 자신의 식량인 풀잎(인간에겐 벼)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고마워요, 메뚜기"라면 "미안해요, 벼멸구"라는 것도 함께 녹아들어간 이야기....

 

미트릭스(메트릭스 패러디 애니메이션)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도 마찬가지이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육고기가 어떻게 대량 생산되고 있는가를 이야기(고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얼마나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위해 우리의 먹거리가 얼마나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생산되고 있는가를 이야기할 뿐이다.(물론, 그것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다른 문제까지 섞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난 미트릭스에서,우리가 먹는 고기 즉 생산과정에 있는 그 고기의 실체인 소, 돼지, 닭 등에 대해 '생명'이라는 시각으로의 접근이 아쉬운 것이다.

소, 돼지, 닭 등이 식탁에 올려지기 전까지의 비위생적인, 비인간적인 측면의 강조가 소, 돼지, 닭 등이 '생명'이라는 부분을 잊게 하지는 않는가 말이다.

극단적으로 인간적이고, 위생적인 생산 과정이라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고기를 먹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먹건 안 먹건 그건 개인의 선택이다.

 

어떤 것이든 그 전제가, 인간존중이 아니라 생명존중이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중심이 아니라 생명중심이 전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