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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선정 백태ㅋㅋㅋㅋ

하늘 맑은 날 오후....학교 운영위원회실에서 웃지 못할 코미디가 펼쳐지고 있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읽을 책을 구입하기 위한 '학교 도서선정위원회'가 열리고 있었다.

 

백태1]

학교 도서선정위원회의 위원들은 학교 관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어' 선생님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역시 도서선정위원이다(참고로 난 지금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헐~~~ 읽은 책은 쥐꼬리만큼도 쫓아가지 못하거늘...이 우찌~~~~

독서=국어...라는 도식적이고 편리한 의식의 반영...

범교과적이고, 세상의 모든 영역을 망라한 활자가 소위 '도서'이거늘...우짜자고 그 도서 선정에 '국어'만이 특권을 누리고 있단 말인가...ㅋ~~~~~

독서를 국어로부터 해방시켜라!!!!!

 

백태2]

학교 도서관의 사서선생님이 추천한 책들과 학교 선생님들이 추천한 책들이 정리되어 있는 목록이 각 선정위원 앞에 놓여 있다. 이번 심사 대상의 책들은 380여권....목록에는 책 이름, 저자, 출판사, 가격만이 적혀 있다...말씀인즉슨, 책 이름과 저자와 출판사와 가격만 보고 그 책이 어떤 책인지를 판단해서 심사하라는 것이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무슨 족집게 도사도 아니고....카피와 이미지를 통해 속내를 꽁꽁 감추고 왜곡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본성인 것을....그 카피와 이미지에 현혹되어 책을 고른단 말인가?????

책은 읽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각자 자신만의 영양분이 되는 것을...그 첫 장도 읽어 보지 않은 상태에서 380여권의 책들을 골라 낸다는 것은 코미디이다...그것도 슬픈 코미디....

 

백태3]

울며 겨자 먹기(선정위원들이 그랬을라나?)식으로 책 이름을 하나씩 짚어 가며 확인을 한다...그러다가...

 

질문1]  (책 제목 : 00추리소설-살인 편) 아니? 이 책은 살인을 다루고 있군요..살인의 내용은 아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것 같은데요....

헉!!!] 제목에 '살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아이들에게 부정적이다?

 

질문2] (책 제목 : 나는 침대에서 다리를 주웠다) 침대에서 다리를 줍다? 너무 선정적이지 않나요? 아이들에게 부적절할 것 같은데요....

헉!!!] 이 책은 내가 알기에 말했다...이 책은요 노르웨이에서 다리를 다친 저자가 의사이면서 환자가 되는 경험을 통해 병원 시스템의 완고함, 관료적인 의료진, 어쩔 수 없이 수동적이 되어야 하는 환자의 모습 등을 쓴 에세이입니다....(제길...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뭐? 침대와 다리가 만나니까 야하냐? 으이구~~~)

 

질문3] (책 제목 : 왕을 낳은 후궁들) 왕과 후궁들의 이상한 관계 이야기인 것 같은데...좀....

헉!!!] 이 책 또한 내가 알기에 말했다...이 책은요 후궁들의 삶을 통해 당대의 민중들의 잃어버린 역사를 다룬 책입니다...(미친다...미쳐....이게 지금 선정위원회 맞아?)

 

질문들]

-이 책은 판타지소설인 것 같은데...비교육적이예요...(환장한다~~~판타지라는 것이 상상력의 표현이라는 거, 꼭 말해야 아나?}

-이 책은 TV 드라마로 했던 거니까 구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미친다~~~읽는 행위를 통해 상상하는 맛과 만들어진 이미지로 감상하는 것은 같은 작품일지라도 설탕과 소금만큼이나 다른 것을....에궁...)

-이 건 만화잖아요? 만화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왜? 그럼 책은 무조건 활자로만 되어 있어야 하는 건가? 뭔 만화인지나 알아보고 결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만화에는 허영만의 '식객'도 포함되어 있었다....ㅋ)

-에궁...다 생각나지 않는다...

 

도대체 책을 대신해서 항거(?)를 하고 있는 내 꼴은 또 얼마나 우스개스러운가....ㅠㅠ

 

선정위원들에게 무어라 이야기할 이유는 없다...빌어먹을 학교 시스템이 이따구라서 그 톱니바퀴에 끼여 있는 사람들이니까...하지만 무어라 한 마디는 해야겠기에 말했다...

"이런 선정위원회는 안 하느니만 못한 것 같은데요, 대신 수시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추천 도서 혹은 신청 도서를 받아서 구입하는 방식으로 하는 게 어떨까요?"

 

누군가가 읽을 책을 누군가가 선택해서 밥상차려 주는 것이 좀 웃긴다....아이들이 바보가 아닐진대 말이다...

물론 좋은 책은 보약이고, 나쁜 책은 독약이다...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 보약인 책이 누군가에게는 독약일 수도 있다...자신이 읽은 책을 추천해 줄 수 있지만, 어떤 책을 읽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좋은 책들의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이야 당근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식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 으휴~~~

 

또하나...음식도 먹어봐야 맛이 있고 맛이 없음을 아는 법이지 않을까? 좋은 책만 읽는 것보다 나쁜 책도 가끔 접하다 보면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아!! 물론, 인간을 인간으로부터 끊임없이 소외시키는 이노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독이 든 사과를 먹고도 그게 독인지 모르게 만드는 탁월한 능력이 있기에...독이 든 사과를 구별할 줄 알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할 것이다...그럴려면 역쉬나 교육이 얼릉 민중의 손으로 들어와야 할틴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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