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싸이버타리아트 2

@ 2장 살림용 기술 @

- 해방자인가 속박자인가 -

 

 

“사회주의 여성주의자를 포함한 맑스주의자들의 전통 한 가지는, 새 기술이 기본적으로 좋은 것이라고 여기는 점이다.” (55쪽)

 

 

“새로운 기술이 가정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려면, 지금까지 가정에 도입된 기술들이 여성을 가사 노동자 처지에서 해방시키지 못했으며 여러 시간을 무보수 가사노동에 들여야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게 하지도 못했다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57쪽)

 

“여전히 대부분의 가정에서 가사 일은 여성의 책임으로 여겨진다. 가정 내 노동시간에 대한 조사 또한 평균적으로 여성이 가사노동에 들이는 시간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20년대에 주당 60시간 정도였던 것이 1970년에는 70시간 이상이 됐다.” (57쪽)

 

 

“상황을 이렇게 만드는 데 기여한 요소는 몇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이데올로기적인 것이다. …… 교육 체계, 광고, 의약품 및 정신의학 ‘전문가’들의 조언이 어우러지면서, 여성들은 자신의 할머니들은 1년에 한번 봄철에 하던 대청소를 집안 구석구석 매주, 심지어 매일 소독까지 겸해서 하도록 설득 당했다. 또 옷은 한번 입으면 언제나 빨라고, 아이들은 끊임없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으면 극도의 결핍에 시달리게 된다고 설득 당했다.” (57~58쪽)

 

“가사노동이 줄지 않게 만드는 두 번째 요소는 가정생활의 개별화 현상의 직접적인 결과다. …… 음식 조리 기구를 꺼내서 조립하고 분해하고 씻고 다시 집어넣는 건, 두 명분 음식을 만들건 이십 명분을 만들건 별 차이 없이 많은 시간이 드는 일이다. 여성들이 각자 자기 집에서 하는 다른 수많은 일들도 사정이 이렇기는 마찬가지다.” (58~59쪽)

 

“세 번째 요소는 경제 전반에 기술과 과학이 적용된 결과물이다. 임금노동 영역이 자동화되고 이익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한편 임금은 최소화하기 위해 합리화되면서, 보수가 없는 ‘소비 노동’(이는 배티어 와인바움(Batya Weinbaum)과 에이미 브리지스(Amy Bridges)가 이름 붙인 것이다)이 날로 소비자들에게, 다른 말로 하면 가정주부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59쪽)

 

“무보수 노동은 곧 여성의 일로 통하는 사회에서, 이런 셀프서비스(경제학자 조너선 거슈니(Jonathan Gershuny)는 ‘셀프서비스 경제’ 경향을 주장한다)는 압도적으로 여성들에게 떠넘겨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더 넓은 경제 범위에서 여성노동의 가치가 낮게 취급되는 경향을 공고히 하고, 이는 다시 가정 내에서 여성 억압을 영구화한다.” (59~60쪽)

 

“가사노동을 늘리는 데 기여하는 네 번째 요소는, 여성의 보살피는 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성은 가정 내에서 가족 전체, 더 구체적으로는 아이들과 나이든 이들과 몸이 불편한 식구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도록 요구된다. 임금 노동자들이 깨닫게 됐듯이,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위험을 유발한다. 지난 100여 년의 과학과 기술 발달의 결과, 이제 가정과 집 주변은 몸이 건장하고 기민하고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죽음의 덫과 같은 곳이 되어 버렸다.” (60쪽)

 

 

“이 모든 것의 효과는 아주 모순된다. 한편으로, 가사 일이 쉬워지고 덜 전문적으로 바뀐다는 것은 누구나 맡아서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남성들이 그전보다 더 많은 일을 나눠 맡음으로써 여성을 해방시켜 줄 잠재성을 여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물건 판매상이 광고하는 것만큼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남성들이 더 자신 있게 비판할 수 있게 해 준다. 한 여성이 다른 젊은 여성에게 전수해 주던 비법들은 이제 누구나 아는 대수롭지 않은 게 됐고, 그래서 비법에 대한 존중도 사라졌다. 이것은 특히 나이든 여성들에게 자신이 없어도 그만이고 다른 여성들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는 여성들을 더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더 불안하게 만든다. 이런 경험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일이 더 쉬어질 때 나이든 수련 노동자가 자신의 값어치가 떨어지고 자신이 없어도 그만인 처지라고 느끼는 것에 필적하는 것이다.” (62~63쪽)

 

 

“분명히 일터의 새 기술 문제에만 대응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기술이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인식해야 하며, 이 악영향에 저항할 길을 찾아야 한다. 지역 공동체들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부분적으로 제시할 수 있으리라 본다.” (63쪽)

 

“아마 우리는 의사와 사회복지 담당자, 산파가 자주 더 집을 방문하라고 요구하고 슈퍼마켓에서는 배달을 요구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또 탁아소와 양로원, 장애인 시설 확충, 거리와 놀이터의 안전 확보, 집의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운동도 분명 계속해야 한다.” (64쪽)

 

“또 가사노동의 사회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분명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믿는다. 지금 가정에서 여성들이 하는 모든 일을 자본주의를 몰아내지 않는 채 자동화 또는 유급 서비스를 통해 해결하는 사회 또는 여성이 해방을 달성하는 사회를 상상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 분명히 규정해야 하며, 이 서비스들이 우리의 통제 아래서 이뤄지도록 요구해야 한다.” (64쪽)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