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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構圖)

<<방각본 살인사건>> 2권 중에서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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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살구나무 아래 작은 집 한 채 있다. 방에는 시렁과 책상 등속이 삼분의 일을 차지한다. 손님 몇이 이르기라도 하면 무릎을 맞대고 앉아야 하는 너무나 협소하고 누추한 집이다. 하지만 주인은 아주 편안하게 독서와 구도에 열중한다. 나는 주인에게 말했다.

 

"이 작은 방에서 몸을 돌려 앚으면 방위가 바뀌고 명암이 달라진다네. 구도란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바뀌면 그 뒤를 따르지 않을 것이 없지. 자네가 내 말을 믿는다면 자네를 위해 창문을 밀쳐 주지. 웃는 사이에 벌써 맑고 드넓은 공간으로 올라갈 걸세."

 

- 이용휴, <행교유거기(杏嶠幽居記)>

 

(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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