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어린아이들-백석 시

# 『시인 백석-백석 시 전집』 (송준 엮음, 흰당나귀, 2012) 중에서 #

 

- 백석 지음 -

 

[어린아이들] 

 

바다에 태어난 까닭입니다.

바다의 주는 옷과 밥으로 잔뼈가 굴른 이 바다의 아이들께는 그들의 어버이가 바다으로 나가지 않는 날이 가장행복된 때입니다. 마음 놓고 모래장변으로 놀러 나올 수 잇는 까닭입니다.

굴 깝지 우에 낡은 돋대를 들보로 세운 집을 지키며 바다를 몰으고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자라는 그들은 커서는 바다으로 나아가여야 합니다.

바다에 태어난 까닭입니다. 흐리고 풍낭 세인 날 집 안에서 여을의 노대를 원망하는 어버이들은 어젯날의 배ㅅ노리를 폭이 되엇다거나 아니 되엇다거나 그들에게는 이 바다에서는 서풍 끝이면 으레히 오는 소낙지가 와서 그들의 사랑하는 모래텀과 아끼는 옷을 적시지만 않으면 그만입니다.

 

밀물이 쎄는 모래장변에서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고 바다에 싸움을 겁니다. 물결이 그들의 그 튼튼한 성을 허물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들은 더욱 승승하니 그 작은 조마구들로 바다에 모래를 뿌리고 조악돌을 던집니다. 바다를 씨멸식히고야 말듯이.

그러나 얼마 아니하야 두던의 작은 노리가 그들을 부르면 그들은 그렇게도 순하게 그렇게도 헐하게 성을 뷔이고 싸움을 버립니다.

해질무리에 그들이 다시 아부지를 따러 기슭에 몽당불을 놓으려 불가으로 나올 때면 들물이 성을 헐어버린 뒤이나 그때는 벌써 그들이 옛성과 옛 싸움을 잊은 지 오래입니다.

 

바다의 아이들은 바다에 놀래이지 아니합니다. 바다가 그 무서운 헤끝으로 그들의 발끝을 핧아도 그들은 다소곤이 장변에 앉어서 꼬누를 둡니다.

지렁이 같이 그들은 고요이 도랑츠고 밭가는 역사를 합니다. 손가락으로 많은 움물을 팟다가는 발뒤축으로 모다 메워버립니다. 바다물을 손으로 움켜내어서는 맛도 보지 않고 누가 바다에 소금을 두었다고 동무를 부릅니다. 바다에 놀래이지 않는 그들인 탓에 크면은 바다로 나아가여야 하는 바다의 작은 사람들입니다.

- 남이두시기해빈 南伊豆枾崎海濵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