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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처럼-이산하 시

대나무처럼 

 

-이산하 

 

끝을 뾰족하게 깎으면 

날카로운 창이 되고 

끝을 살짝 구부리면 

밭을 매는 호미가 되고 

몸통에 구멍을 뚫으면 

아름다운 피리가 되고 

바람 불어 흔들리면 

안을 비워 더욱 단단해지고 

그리하여 

60년 만에 처음으로 

단 한 번 꽃을 피운 다음 

숨을 딱 끊어버리는 

그런 대나무가 되고 싶다. 

 

-이산하 시집 <악의 평범성>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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