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문화연구방법론 수업 중 Ethnography(라고 쓰고 민족지라고 읽는) 파트의 페이퍼를 위해 한국에 사는 버마 사람 소모뚜 씨를 인터뷰했다. 연구계획을 세우고 직접 대상을 인터뷰하는 방법을 '맛이나 봐라'는 이동연 선생님-_-의 과제.
근접성과 선행학습유무를 따져(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었다!) 수유+너머 옆에 있다는 이주노동자 방송국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인터뷰 하려 했으나, 이분들이 다음주까지 계속 바쁘다고 하셔서 대상을 바꾼 것이 스톱크랙다운 밴드. 연구의 목적은 1)한국문화 적응과정에서 음악이라는 문화적 활동이 주는 영향, 2)이 밴드는 4개국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밴드인데 이 안에서 문화적 혼종성에 대해 이것이 장/단점으로 발현되는지 등.
시작은 좀 갑작스러웠다. 우리가 인터뷰하려 했던 소모뚜 씨가 그날 당장밖에 시간이 없다고 하셔서 급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질문지를 작성하고 만날 장소로 이동. 사실 가는 내내 난 걱정을 많이 해서,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외국에서 와서 우리나라에서 힘든 일 하는 분('이주노동자'라는 단어 자체가 폭력성을 갖고 있어서 쉽게 쓰고 싶지는 않다)을 인터뷰 한다는 것이 혹 실례가 될지는 않을지, 이런 점에서 말실수 하지 않을지, 어떤 단어를 써야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될지, 한국말은 잘 하실지-_-;; 등등. 다행히 나 혼자 가는 것이 아니었고 소모뚜 씨는 한국말도 너무 잘하시고! 친절하고 매우 smart한 사람이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떼로 찾아와서 어리버리 질문을 던졌음에도 불쾌해하지 않고(내색하지 않으셨을지도) 쉽게 잘 이야기해줬다. 나이 많은 학생임에도 '학생'이라는 신분만으로 다른 방송국과의 인터뷰를 미루고 도와주는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2시간 동안 그는 인상에 크게 남는 여러 말을 했다. 전체적인 나의 인상은 smart&nice. 그가 버마 외의 좀더 편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그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일을 했을 것이다. 버마에 태어났기에 현실을 바꿔보려 노력한 결과 현재의 그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한 말 중에 '세상을 보는 안경'이라는 말이 깊게 마음에 와닿았는데, 내가 지금 하는 공부를 정의하는 한 문장이었다. 나는 세상을 좀더 똑바로 보기 위한 안경 같은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 잠깐 외국인 노동자로 살았던 적이 있지만, 나의 경험은 현재 한국에 와 있는 많은 이들의 경험과 질적으로 완전히 다를 것이다. 자국민들과 똑같이 대접받았고, 어쩌면 외국학생이라고 더 우대받았을 수도 있다. 그들의 뮤직비디오 중 'pay day'는 내가 참 호사스럽게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한국인은 월급을 받지만 외국인은 월급을 못 받는 상황. 참 나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한국이 싫지 않냐는 질문에 소모뚜는 "개는 개 짓을 하고, 돼지는 돼지 짓을 할 뿐"이라고 말해줬지만, 그처럼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더럽고 서러운 기억만 갖고 가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한국인, 외국인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아주 기본적인 예의의 문제지만, 돈이라는 것은 우리의 눈과 양심을 장님으로 만들어버린다. 정말 예의의 문제다.
내가 그라면 그 사람처럼 못했을 것이다. 확실히. 그리고 우리 촛불송년회에도 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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