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노동자 권리, 합법 불법 따지지 말고 제공되어야

 

- 버마 이주노동자 위한 지역순회 노동법 강의를 가다

 

이현정, 2009-02-09 오후 3: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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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회관의 김우정 활동가가 노동법을 강의했다. 근로시간, 급여, 퇴직금, 구제 등 이주노동자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이었다. ⓒ 이현정 

 

일요일 오후 23명의 노동자


버마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법과 안전보건을 교육하는 '지역순회 노동법 강의'가 경기도 모처에서 열렸다.


지난 2월 8일(일) 버마국민운동촉진위원회(버마위원회) 주최로 연 이날 교육은 오후 3시부터 6시30분까지 별도의 휴식시간 없이 진행되었다. 버마위원회는 NLD(버마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버마행동?소수민족 단체?한국 내 지역 모임?버마 이주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단체이다. 교육에는 23명의 버마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이들 중에는 고용허가제 기간 중의 사람도 있었지만 다수는 이미 정부로부터 ‘불법’ 꼬리가 달린 이주노동자들이었다.


노동법 강의는 ∇근로시간 ∇급여 ∇퇴직금 ∇구제방법을 중심으로 한 내용이었다. 교육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은 월 120만 원 정도의 급여에 대개는 초과근로수당을 지급받지 않는 것이 질문과 대답 과정에서 드러났다. 또한 급여명세표를 따로 받지 않았다. 은행계좌 입금확인이 대신한다. 그래서 어떤 항목이 급여에서 제공되는지 모른다.


 

 

노동안전을 강의하는 소모뚜 씨. 그 자신도 평일에는 일하는 노동자이다. ⓒ 이현정 

 


“와서 교육해 주니 도움 많이 된다.”


안전보건은 소모뚜 씨가 맡았다. 그 자신도 평일에는 일하는 노동자다. 소모뚜 씨는 2008년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노동인권회관이 주관한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강사 양성교육’ 수료자이기도 하다.


한국에 1993년에 온 덩풍 씨는 “열심히 일했는데 다치거나 월급을 못 받는 버마 노동자들을 도와주는데, 아는 게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이렇게 와서 교육을 해주니 도움이 많이 된다.”며 소감을 밝혔다. 덩풍 씨는 1994년의 사고로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 한 마디가 없다. 일하다 다친 산업재해였지만 보상은 없었다고 한다.


 

 

노동법 강의가 끝난 뒤 질문하는 한 노동자.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노동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 ⓒ 이현정 

 


제대로 된 강의는 이번이 처음


통역과 안전보건 강의를 한 소모뚜 씨는 버마위원회 지역순회 노동법 강의는 앞으로 안산, 대구지역에서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동법 강의에 관심 있는 버마 노동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지역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교육 참가생 조수아나 씨는 아스팔트 재료를 생산하는 제조업체에 다닌다. 한국에 온 지 8년 되었다. 노동법 강의는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몇 년 전, 월급을 못 받아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를 찾아갔을 때였다. 그는 “여기까지 와서 설명해주고 버마 사람이 와서 통역도 해 주니까 너무 고맙다.”며 몰랐던 것을 알게 되어 좋다고 말했다. 조수아나 씨는 한국에서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운 다음에 한국과 버마를 오가는 무역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합법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버마노동자 부부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대한민국은 이 아이에게 차별없는 인권을 제공할 수 있을까? ⓒ 이현정 


휴일 반납해도 기꺼운 지식 쌓기


합법이든 불법이든 적어도 이주노동자에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안전보건 내용은 제공되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노동으로 지친 한 주일의 피곤함을 씻고 재충전해야 할 일요일에 어디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노동법과 안전보건 지식을 배우려고 그들은 휴일을 반납했다. 버마 노동자들 얼굴에는 비록 휴일에 제대로 쉴 수는 없었지만 일터에서 필요한 내용을 배워 즐거웠다는 표정이 가득이 했다.


 

[덧붙이는 글]

 교육을 마친 뒤 버마 요리를 대접받았다. 오리고기 요리와 마늘과 붉은고추 등을 매콤하게 볶은 것, 국, 밥, 김치. 후식으로 딸기, 배, 껍질을 깐 귤까지. 외지인에게 베푸는 따뜻한 마음은 우리네 인심과 다를바 없었다.(지금은 더 후하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주노동자들이 3D 업종에서 생산을 도맡는 사실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 현실에 맞게 법과 제도를 고쳐야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그들을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검거하고 내쫓을 것인가? 

 2009-02-09 오후 3:34:07   © safed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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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9 12:37 2009/09/1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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