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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젤로 싫은 때 하나를 말하라고 한다면,

일요일 저녁이다.

누구의 책에서 나온 말마따나,

일주일 중 가장 무거운 날이 월요일이고,

가장 가벼운 날이 일요일, 게다가 저녁이라고 했던가.

삶의 무게를 고스라니 잘 표현한 말이었던 것 같다.

이 가벼움과 앞으로의 무거움에 허무와 두려움으로 이 순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어제 참 피곤해서,

일찍 잠들어 장장 10시간의 릴레이 잠을 잠을 자고 난 뒤,

시간 및 흥미관계 상 쪼개졌던 관람을 모두 마치고,

해야할 것들을 하려니 초조감에 미칠 것 같았다.

아침도 든든히 먹었건만,

그 초초와 허무감, 옥조이는 위 감각으로

다시 과자를 우걱다짐으로 씹고 나니 그나마 안정을 찾고,

더불어 오래전- 오래라고 해봤자 2주전.에 사두었던 아사이를 마시니,

몸이 노곤해져 스멀스멀 잠이 쏟아졌다.

그리고 나른해져 낮잠을 자고 다시 일어나 가벼워진 존재를 달래기 위해 다시한번 음식물을 닥치는대로 섭취하니, 죄책감이 물밀듯이 밀려오며 뱃살을 한껏 집어본다.

하려던 것들은 1/3도 못했다.

역시 죄책감이 물밀듯이 밀려든다.

 

2년이던가, 3년이던가.

오래 전

요전까지 잊지 못했던 J 때문에 떠나보냈던 K에게 문자가 와서 깜짝 놀랬다.

전화번호가 바뀌었다며 연락 좀 하라고 밥이나 먹자고.

2-3년 전이면 오래 전 아닌가...왜 전화번호를 지우지 않았던가.

하긴, 나도 J가 결혼했다는 말을 듣고서야 완전히 마음에서 잊었지 않았던가.

하여간, 만난 기간이 짦았지만 그럭저럭 무던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나로 하여금 K에게서 아무런 감정을 못 느끼게 만들었던 원인이었다.

모든 것이 좋은 게 좋은 것인, 그 피상적인 사람을, 나는 그 때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지금,

안정을 바라는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상대라는 생각이 문뜩 들어,

그 문자에 답을 했다.

물론 그가 갑자기 연락한 꿍꿍이가 미심적지만,

일단은 만나보고.

하지만, 언제 만날까, 아마 안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더니 답답하다.

잠시 산책이라도 다녀올까 보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봄이라는데, 난 아직도 춥다.

언젠가 나에게도 봄날이 오겠지.

 

아참, 그 아이는 결혼 잘 하고 신혼여행 잘 가고 있을까...

하긴, 이제 내 알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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