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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사랑','우정'만이 관계의 전부는 아니다

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0/08/14
    더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2)
    마돈나
  2. 2010/07/16
    내 안의 민주주의의(2)
    마돈나
  3. 2010/04/28
    연애기계로서의 인간, 이제 좀 연애의 속성을 알것 같다.(5)
    마돈나

더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1989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다.

이 짧은 시를 외지 못해 매번 더듬거린다.

전화기 너머 친구가 이 시를 낭독한다. 그가 고맙다.

 

사당동 족발집에서 족발을 뜯으며 시를 낭독한다.

웃음거리가 된다.

나의 절절함과 상관없이 웃는 타자들이 고맙다.

 

어장관리남이 명언을 날린다.

내가 돈이 있냐? 잘생기기를 했냐? 그래서 어장관리하는거야 임마.

섹스는 자위로 해결되니까 그냥 편한 여자친구가 좋아.

아하. 그럴때 어장관리를 하는구나. 애도에 관한 이야기를 에로로 받아치는 친구의

가벼움이 고맙다.

 

족발집을 나와 2차를 가려고 준비중인 친구들.

난 더 술을 마셨다가는 우울감이 깊어질것 같아 도망친다.

헐크가 된 친구가 나를 번쩍 안아서 들고 뛴다.

내 덩어리를 들고 뛰는 것 자체가 너무 웃겨서 눈물흘렸다.

 

결국 도망치기는 성공.

 

빈집이 아니라 시끌벅적한 곳에 갇힌 사랑도 간혹 고마울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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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민주주의의

민주주의는 귀찮은 일이다.  비효율과도 친분이 두텁다.

흔히 다수결로 결정하여 의견을 모으지만, 많은 경우 합리적인 선택과 거리가 멀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때, 대안의 질은 고민의 깊이와 비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고민없는 여러사람의 동의 보다는 이해당사자 한 사람의 대안이 조직을 위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독재로 가란 말인가?

결과론적으로 볼때, 독재는 목표달성에 있어 효율성이 높다. 스티브잡스가 자신의 직감과 독단적인 선택으로 애플을 이끌어 온 것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히려 독재를 했다면 한국사회는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독단'과 '독재'는 낙관적 결과가 담보되었을 때 긍정적인 가치판단을 할 수 있다.

진보진영의 조직, 정당에서는 민주주의의 이념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며 실천하고자 하지만 지도부와 평회원,당원간 의식수준(주도그룹의 생각)의 차이 때문에 독재를 하고 있다.

부정하고 싶겠지만, 의견수렴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다. 의견이 다를 때 전선을 긋는 행위는 독재와 독단의 표본이다.

 

그래도 왜 민주주의여야 할까?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기 때문이다.

민주화가 결과를 위한 행위였다면 민주주의는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과정의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시행착오가 많고 결과는 더디다.

하지만 그 과정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선동 보다는 실천적 경험으로 움직였을 때 지구력을 갖는다.

본인의 경험을 통해, 성찰하고, 다시 계획을 수정하고 실행하는 가운데 성장한다.

대중은 어린아이가 아니다. 어르고 달래서 선동하는 교육과 교화로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때문에 과정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

 

조직이 무너졌을 때 책임을 같이지고자 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그 조직운영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조직 안에서 사장이나, 대표에게 의존해서 일하는 조직원은 실패 후에 책임자를 원망하기 마련이다.

 

독재는 성공할 때 빛을 발하지만 실패할 때 모두를 망가뜨린다.

역으로 민주주의는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 결과가 없을 수도 있지만, 실패할 때 그 빛을 발한다.

 

쓰다보니 너무 범위가 넓어졌다.

그냥 내가 속한 조직의 의사소통과 관련하여 고민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진보의 성찰이 가능한 내가 좋아하는 조직안 에도 다양할 갈등이 있다.

그 갈등이 나를 성찰하게 한다. 갈등은 해결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의하고 다녔는데

정작 우리는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건 당연하다. 그 다른 생각을 드러내서 피튀기는 토론을 하기도 하고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냥 다르구나 인정하면 되는데, 감정이 실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힘들어하고 혹은 비난하는 맘은 갈등에 익숙치 않아서인것 같다.

 

민주주의란게 별게 있는가? 갈등에 익숙해지는 거다.

개별화된 집합체에서 조정하고 관리해야 할 일인데, 감정이 실리면서부터 민주주의와는 이별하는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나는 혹시, 나와 다른 의견들이 일어날 때 감정부터 상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내가 결정권자의 위치에 있을때, 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순응과 복종에 익숙한 이들과만 일하려고 할테니 말이다.

 

내안에 민주주의가 살아숨쉬고 있는지 돌아보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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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기계로서의 인간, 이제 좀 연애의 속성을 알것 같다.


연애/제프리 밀러/동녘 사이언스

<연애, 제프리밀러, 김명주 옮김, 최재천 감수, 동녘 사이언스, 2004>-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단지 인간을 생존기계로 보는 과학적 검증들 때문에 괜시리 시니컬했었다. 과학적 용어들이 낯설고, 번역 또한 가독성을 갖기가 힘들었지만, 이 책은 다르다. 연애라는 말랑말랑한 제목에 맞지 않게 연애기계로서의 인간을 다윈에 이은 제 3세대 진화학자 제프리 밀러는 차근차근 검증해간다.


왜 인간은 성선택을 하는가, 성선택에 있어 육체적 아름다움이 전부가 이닌 이유는 무엇인가. 생존에 도움이 안되는 유머, 미술, 음악 등의 예술적 창작물은 왜 창조되었는가 등등의 가설 또한 재밌지만 홍적세를 살았던 호미니드들의 삶을 유추하는 그의 상상력을 읽는 것 또한 독자로서 크나큰 즐거움이다.

과학에 있어 이데올로기는 낄틈이 없나보다. 일부다처제와 관련한 해석이나, 남자들은 원래 바람피울 수밖에 없는 동물이라는 단정적인 이야기에 있어 다양한 이즘들이 이용해왔지만, 같은 사실이라 하더라고 과학적인 설명앞에 정치적 판단은 위축된다.

내 방식대로의 질문을 제프리 밀러의 도움으로 해석해본다.

 

- 왜 운동권 남자들은 경제적 능력이 없음에도 결혼적령기에 결혼할 수있었을까?

 흔히 남자는 여자의 외모에 여자는 남자의 지위나 재력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가난한 운동권 남자들은 어떻게 결혼적령기에 덜컥덜컥 결혼을 잘하는걸까?(비혼운동권 여성이 많은 것과 대비됨)

 

동물은 다양한 성적장식을 통해 구애한다. 생존에는 아무 쓸모없는 수컷공작새의 부채꼴 깃털과 같은 경우다. 그러면 인간에게는 어떠한 성적장식이 있을까? 제1조건은 물론 육체적 아름다움일 것이다. 인간 남자의 경우 다른 포유류에 비해 페니스가 크고 굵은 것은 효율적 사정과는 거리가 멀다. 짝짓기에 있어 암컷이 선호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발달했다고 보는 것이다. 상체가 암컷보다 크고, 키가 평균 10센치 이상 큰 것은 암컷의 선호때문에 진화해왔다는것.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단기 성선택에 있어 영향을 미칠뿐이다.

장기성선택에 있어 다양한 성적 장식이 영향을 미치는데 거기에는 어휘능력, 예술적 창작, 도덕성 등이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인간은 구애기간동안 100만단어를 사용하며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입(말)으로 애무한다는 말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셈이다.

다시 운동권으로 돌아가면, 사회적 지위와 재력과 상관이 없다하더라고, 운동권 남자들은 여성의 지적로맨스를 채워 줄 만한 말빨을 가지고 있다.
그뿐인가. 호혜적 이타주의를 실천하는듯 보이기 때문에 도덕적 우월성을 통해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운동권 남자들은 특유의 말빨과 사회적도덕성을 과시함으로써 결혼에 성공할 뿐만 아니라 당당히 빌붙기도 한다. 그러한 성적 장식에 매료된 여성들은 안정적인 직장(교사, 의사, 약사)생활로 돈을 벌어 생활비까지 대는 경우도 많다.

 

- 젊음을 잃어가는 여성에게 연애의 희망이 있을까?
수컷은 양육의 부담이 없다. 어떻게든 자신의 유전자를 마구마구 퍼뜨리면 된다. 하루에 한명씩 만나더라도 정충들만 뿌려댈 수 있다면... 하지만 암컷은 한번 임신이 되면 10개월 동안 몸조심해야하고 양육의 부담도 있다. 그래서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고 수컷이 매일 한명씩 만나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
암컷은 배란일을 숨기기 때문에 적어도 몇주에서 몇개월동안 한명의 암컷과 정기적인 섹스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수컷은 그것을 안다. 그래서 단기성선택에 있어 대상을 그리 고려하지 않고 육체적 아름다움이나, 혹은 꼴려서 섹스를 하기도 하지만, 결국 장기성선택에 있어서는 최고의 짝과 오랜관계를 갖기를 바란다.
암컷은 단기든, 장기든 항상 신중하다. 현대사회에서는 피임때문에 암컷의 짝짓기도 좀 다른 양상이 있지만 여전히 진화의 관점에서 봤을때, 왜 여자들은 남자와 쉽게 섹스하려하지 않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수컷은 어떤 최고의 짝을 원할까?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허리잘록, 엉덩이 불룩, 건강함 등이 잣대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오해다. 홍적세의 호미니드들은 어떤암컷을 원했을까?
일단, 가임기간을 20~40세라고 봤을때, 한명 이상의 자녀를 낳아본 경험이 있는 암컷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왜? 이미 출산의 능력을 보였기 때문이다.(당시에는 결혼제도라는게 없었을 터, 모든 양육은 암컷에 의해 행해졌다) 그리고 능력있는 암컷, 그러니까 수컷들은 밖에서 헤매며 한달에 한두건 정도의 사냥감만 가져올 뿐 나머지 살림은 암컷이 해야 했을 것이다. 수컷입장에서 자신의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채집에 능하고 능력있고 당당한 암컷을 원했을 것이다. 수컷에게 징징대며 얼렁 곰잡아 오라고, 사냥감 없으면 자식과 함께 굶어죽겠다고 울어대는 암컷을 좋아할 수 있겠는가.

- 나는 매력적인가?
진화학자의 말로는 그렇다이다. 장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커플들은 어휘력이 비슷한 경우가 많으며 어휘력에 대한 동류교배 경향은 다른 형질에서의 동류교배보다 더 놓다고 한다. 결국 난 지적인 사람을 매력적인 짝짓기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결국 난 그 지적인 어휘력의 소유자를 알아보기 위해 스스로 어휘력을 진화해온 셈이다.
후배가 "누나는 이빨(말빨)빼면 시체야"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인간의 언어구애는 진화가 만들어 낸 구애 형태들 가운데 천박함과는 거리가 먼 구애다.
그 구애방식을 끊임없이 진화해온 게 수컷이라면 그것을 해석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건 암컷이다.
난 잘생기고 멋진 남자가 좋긴 하지만, 어휘능력이 없고 지적능력과 상관이 없는 남자와 10분 이상 관계를 유지할 정도로 인내심을 갖추지 못했다.
때문에, 나는 지적인 수컷을 알아보는 능력을 갖춘 셈이다.
천박함과는 거리가 먼 구애방식만이 나를 사로잡을 수 있고, 난 그런 구애방식을 알아보는 몇 안되는 암컷이다.
육체, 재력, 지위, 하다못해 도덕적 우월성도 나를 사로잡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구애에 성공한 수컷은 어휘력을 발휘하기 위한 에너지를 덜 사용하게 된다.
하루에도 몇시간씩 떠들면서 입으로 애무하던 수컷도, 짝짓기에 성공하는 순간 말수가 줄어든다.
결혼남들이 집에서 '밥묵자, 자자' 만 반복하는 이유다.
그러나, 가끔 암컷이 불안감을 조성하면 다시 수컷이 말이 많아진다고 한다.
여하튼, 장기성선택에 있어, 출산과 양육의 능력을 갖춘 암컷이 인기가 많겠지만, 언어구애가 더 많은 정보를 가져다 줄수록 성선택은 더 효율적이 된다는 사실.


천일야화도 사례로 나온다.
바람피운 왕비로 인해 이세상 여자들을 못믿을 것들로 규정하고 자고나면 죽이고, 자고나면 죽이나가 강적인 세헤라자드를 만난다. 그녀는 끊이지 않는 재미난 이야기로 죽음을 보류하게 되고 결국 자식을 낳아 잘먹고 잘살았다.
여기서 왕은 매일 다른여자들과 자고 죽였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이득을 볼 수 없는 운명에 처했다. 그러나 세헤라자드의 언어구애는 그를 매혹시켰고, 결국 자식을 낳았다. 자식에 대한 양육 때문에 죽이지 말아달라고 그녀가 사정하자 왕은 죽이지 않았다. 왜? 자기 유전자를 안전하게 지켜야 하니까.

내가 수컷들로 부터 구애를 받지는 못하지만(제도적 한계도 있음), 휴먼네트워크 관계형성에 있어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는지 제프리께서 과학적으로 설명해주셨다. 걈사~

 

- 섹스가 별거인가?
이책은 읽으면 위험하다. 심리학 책들은 유리벽같은 인간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살살 다루면서 위안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진화의 한가운데에 네가 서있을 뿐'이라며 짝찟기하는 동물로서 정체성을 확고하게 만들어준다.
연애초기 왜 그는 아리까리할까? 그리고 왜 결국, 그녀를 선택하거나 나를 선택했을까?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

대화가 잘통하는 상대와 왜 스킨쉽을 하고 싶은건지, 어떤 수컷과는 섹스뒤가 개운치 않고, 어떤 수컷과는 섹스후에도 계속 관계를 맺고 싶은지 등등. 인간을 그저 실험실의 흰쥐처럼 보게 만드는 이책. 섹스에 있어 시니컬해진다.
물론 장기선택은 다르지만 말이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성선택에 의한 육체적 진실


- 페니스 크기가 중요하다.
- 음핵,음핵은 성교가 시작되어도 여성성택이 계속된다는 걸 상징한다. 음핵의 오르가즘이 잦은 반면, 질오르가즘이 더딘건, 진짜 수컷과의 짝짓기를 구별하기 위함이다. 질오르가즘은 아무랑 느낄 수 있는게 아니라는 뜻이겠지? 물론 음핵도 쉽지 않다. 여성이 그 남성의 몸, 마음, 성격에 매혹될 때. 그리고 그 남성이 적절한 자극을 통해 그의 세심함과 적응도를 입증할 때 비로소 오르가즘을 일으킨다.
- 유방, 남성이 상대를 까다롭게 고르지 않았다면 여성들은 침팬치처럼 편편한 가슴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 엉덩이와 허리: 여성들은 왜 포유류의 일반적인 지방 저장패턴에서 벗어나 엉덩이에 지방을 저장했을까?남성선택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그밖에 적응도 지표로서의 다양한 예가 나온다. 책을 구입해서 읽어보길 강권한다. 너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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