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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브로커와 낭만

 그래 욕해도 좋다. 뜬금없이 탤런트 윤동환 후보 선거운동을 한다니... 난 진보신당 당원이고 같은 지역구에 진보신당 구의원 후보자도 출마한다. 진보신당 후보자를 도와야 하나, 뜬금없이 윤동환 후보를 돕기로 맘먹었으니, 머지 않아 소문날테고 욕을 들어먹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고 싶은대로 하고싶다. 적어도 선거만큼은... 진보신당 후보자의 연설문  녹음을 도왔으니. 빚진 마음은 좀 덜어낼 수 있으리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를 뒤져서 윤동환 후보사무실 연락처를 알아냈다. 이런! 휴대폰 번호다. 선거사무실에 전화도 놓지 못했으니, 그의 선거운동이 얼마나 허술한지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전화했다. 직접 받는다. 연예인이라 그런지 왠지 좀 떨린다.

 

"저어, 저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사람인데요. 선거를 돕고 싶습니다"

"아, 예, 이따가 전화드리죠. 띠띠띠띠"

오우, 이런. 고맙단 소리를 듣기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왠지 썰렁하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니 경계할 만 하다. 나를 선거브로커 쯤으로 여겼을터. 그러게 메일주소라도 알았다면 나의 순수성을 장황하게 설명할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난 문자를 남겼다. "저 선거브로커로 오인하지 마세요"

 

자발성이 크면, 그 순수성을 의심받는 세상인줄을 몰랐던가. 내가 이쯤에서 토라질 내공은 아니지. 그는 전화했다. 흠. 전화하겠다고 하더니 직접 전화를 주니 신뢰가 간다.

난 짧게 나를 소개했다. 긴장하면 혀도 굳고 귀도 굳는 법. 쓸데없이 장황하게 나를 설명했다. 또한 그가 자신의 블로그 주소를 영어로 알려주는데 그것도 제대로 못알아 들었다.

 

이런 된장. 귀가 굳었다.

 

그는 건조하게 말한다. "급여를 줄 수 없는데요"

오우, 이런. 난 급여따위 필요없다. 나도 월급받고 일하는 사람인걸.

 

내가, 그를 지지하고자 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낭만주의적이라는 거다.  중앙정치가 흙탕으로 뒤범벅이된 장마철 한강이라면 풀뿌리정치는 흙탕 구덩이다. 다를 바가 없다. 투표율이 낮을 수독 끈끈한 지역토호들의 잔치일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뻔한 선거운동은 토나올정도로 유치하다. 하지만, 현행법상 진보정당도 마찬가지의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닮아가고 있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는 살사공연을 준비하는 등 선거문화를 바꾸고자 하고, 특히 주변 조직도 없이 순진하게 선거운동을 하는거다.

 

추노에 출연했음, 추노 배경음악이라도 틀어대야 마땅하지 않은가. 생각을 못해서는 아닐테고, 닭살돋아서 시도하지 않는건 아닐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참, 순진하고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웃음도 나온다. 

하지만, 난, 낭만과 순수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불법선거를 마구 저질러대서라도 기득권에게 유리한 선거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령 하지 말라는건 더하는거지.

 

그리고 막걸리를 마셨다. 회의를 마치고 선배들과 종로 광장시장 한복판에서 부어라 마셔라...

맛도 고마고만하지만, 사람들은 들끓었다. 추억을 마시는듯 하다. 몇십년전 손님들이 앉아서 '이모님'과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손님들끼리도 이야기한다. 손님 어깨를 비집고 껌파는 할머니가 껌을 내민다.

 

빈대떡집 이모님은 필사적으로 '사지마'라고 소리지른다. 내가 '왜요?" 그랬더니 빌딩이 3채란다. 그 다음 오는 껌팔이는 아들이 '판사'고 다른 껌팔이는 부천에 빌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물었다. "이모님은 빌딩이 몇채인데요?"  대답 회피.

내가 듣기론 빈대떡 이모님이 아주 부자라고 들었다.

 

껌은 동정과 연민을 보태어 시중가보다 비싸게 팔린다. 하지만 그녀는 그냥 껌팔이다. 빈대떡 이모도 그렇고  껌팔이가 빌딩이 여러채면 어떤가. 그냥 그것밖에 할 줄 아는게 없어서 그 장사를 하는거 아닌가. 그녀들은 그저 자신의 직업에 충실할 따름이다.

 

문제는 껌을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행상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통해 우월감을 사는 행위 말이다. 그리곤 그들이 재산 때문에 심하게 배신당했다고 느끼는거... 어쩌면 그냥 편의점에서 사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소규모 자영업자의 급여가 이미 최저생계비수준이 된 지 오래다.

 

차암 건조한가?

 

세상은 그렇다. 정치판이던, 오늘처럼 비오는 빈대떡집이던, 낭만은 눈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

어쩌면 난 윤동환 후보에 대해 나 나름대로 낭만적인 상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낭만적으로 덤벼드는 새내기 정치인에게 그런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았다. 나같은 유권자도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미 경계하는 사람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경험이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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