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 그리고 준호

from diary 2010/11/14 20:52

 

 

잘 몰랐는데 엄마의 감정 상태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그건 내가 엄마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어서 라고 했다. 엄마가 방황을 하고 있을 때 나를 보면 내가 방황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느껴진다고. 그런데 정말 엄마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기라는건 참 신기한거니까. 엄마가 우울하면 나도 우울하고 엄마가 아프면 나도 아프고. 이건 정말 친한 사람일 때 일어나는 일이다. 성은이랑 나도 이런식이었다. 성은이가 아프면 내 몸이 진짜 아팠고 성은이 마음이 아프면 내 마음도 아팠으니까. 신기하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서로 한 마음 한 몸이 되는 것. 아주 미묘한 것에도 반응하고 같아지는 것. 정말 그랬다.

 

엄마에게 난 타인의존적인 인간인 것 같아 라고 하자 엄마는 그럴 수도 있는데 그건 혼자 많이 있어서 라고 했다.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고 많은 친구들을 사겼다면 좀 더 독립적일 수도 있다고. 결국 끝이 있는거니까 너무 다행이지 않냐고. 지금은 확실히 타인의존적이지만 학교를 가고 친구들을 많이 사귄다면 지금보다 훨씬 독립적인 존재가 될거라 믿는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엄마와 준호 밖에 없으니까 자꾸만 그 둘에게 의지가 아닌 의존을 하게 됐는데 준호한테는 많이 미안하게 생각한다. 엄마는 이 모든걸 이해할 수 있지만 준호는 이해하기 힘들겠지. 그럼에도 헤어지잔 말 없이 꿋꿋히 날 지켜봐주는 준호에게 새삼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내게 잘한다 잘한다 가 아닌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때부터 내가 힘을 내지 못한 것 같다고. 엄마의 변화가 내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모든 것을 엄마 탓 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는 전교1등 하는 아이가 계속 1등을 유지하는게 칭찬의 영향이 크듯 그런것과 비슷한거라고 했다. 나에게 관심을 쏟아붓지 않은 순간 나는 무너진거다. 이건 준호와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준호가 나와 통화를 길게 해주고 준호가 내게 문자를 자주 해주면 나는 힘이 나서 공부도 열심히하고 노는것도 열심히하고 즐겁게 생활한다. 그런데 준호가 내게 쏟는 관심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난 쳐져버린다.

 

이러면 안되는데 싶지만 내 안의 힘이 너무나도 부족한 상태인 것 같다. 어서 이 시간이 끝나서 많은 사람들 속에서 힘을 얻어서 내 안의 힘으로 바꾸고 싶다. 내 안의 힘을 많이 만들어내서 다른 이들에게도 힘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타인의존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삶을 살고싶다. 의존해서 상대를 힘들게 하는게 아니라 나도 상대에게 힘이 되는 존재이고 싶다. 곧 그렇게 될거란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벅차다. 마음이 떨린다. 준호에게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수능이 끝나면 다대포에 가기로 약속했다.

 

수능이 4일 남았는데 티비를 보냐는 동생의 잔소리에 4일 남든 얼마가 남든 누나가 티비보는데 나도 뭐라 안하는데 니가 왜 뭐라 하냐고 말해주는 엄마가 고맙다. 내가 책을 읽든 드라마를 보든 영화를 보든 터치하지 않는 엄마가 고맙다. 그러한 것을 지켜봐준다는 것은 지금의 나를 이해한다는 것. 누군가에게 이해 받는 다는 것은 이토록 가슴 벅찬 일이다. 나도 누군가를 이해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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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4 20:52 2010/11/14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