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

from diary 2010/11/19 01:14

 

 

이 허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뛰어내리면 자살했다는 기사가 보도되는거겠지.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굉장히 허무하다. 다들 그렇겠지. 휴ㅡ. 어쨌든 나는 끝났다. 최저등급이야 평소실력대로 봤으니 당연히 맞췄다. 대구에 있는 대학교에 가게 될 듯. 이럴거였으면 작년에 수시 쓸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내년에 2학년이 될텐데. 뭔가 빙 둘러서 도착한 느낌. 둘러가면서 본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겠지만 그런것보다 허무감과 우울감이 더 큰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다. 끝은 났다만.

 

재수 한다는 친구들. 걍 닥치고 하향 지원해서 대학 다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속 모르는건 아닌데 결국 지금의 나처럼 생각하게 될걸. 일 년만 더 해봐라. 그걸 후회하게 될거다 진짜. 휴 조곤조곤 잘 말한다고 했는데 알아들을리가. 이건 자퇴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 다시 생각해봐라 후회할지도 모른다 신중히 생각해봐라 했을 때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것과 다르지 않은 거다. 내가 일 년 전에 했던 생각들을 하는 친구들을 보니 괜히 안타깝기도 하고 거리감 느껴지기도 하고 괜히 씁쓸한 것이 참 그렇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은 내가 겪었던 고통과 슬픔, 우울함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은데 그들은 내가 어떤 말을 해도 그 말이 마음에 와닿지 않을거고 결국엔 나와 같은 선택을 하겠지. 그리고 후회하게 될거다. 아마도.

 

설령 성공적인 일 년을 보낸다 하더라도 마음엔 상처가 많이 나게 될거다. 물론 또 그만큼 단단해지겠지만. 에휴ㅡ. 몰라. 괜히 오지랖인것 같기도 하고 나랑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다지 성공한 케이스를 못봐서 재수에는 회의적이다. 더군다나 학교를 다니던 애가 졸업하고 혼자서 공부한다는 건 더 쉽지 않은 일일텐데. 일년 바짝 하면 될 것 같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든 일이란거 안다 라고 말하지만 모르고 하는 소리다. 후회하게 될게 너무 눈에 뻔하게 보이는데 그런 선택을 말릴 수도 없고, 말린다 하더라도 내 말을 들을 것 같지 않고. 안타깝다. 그들이 그 길을 선택하면 난 또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긴 하겠지만 아 제발 그러지 마. 진짜 그 말 듣는 순간 내 마음이 더 아프다. 끔찍하다, 진짜. 고통스러움. 휴ㅡ. 우는거 전화로 다 들어줄 준비는 되있다. 근데 이럴 필요 없잖아. 지금 힘들어도 조금만 자존심에 기스내면 되는데. 인서울 못하면 죽니? 몰라. 그런게 열정인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의지인가 이런게. 이게 자신을 위한 일인걸까. 아 어쨌든 우울증 100% 걸릴거라 확신한다. 알아서해. 난 모르겠다.

 


 

 

트위터 한동안 안들어가야겠다. 인터넷 포털도 안돌아다녀야지. 수능에 관한 글 보면 토나올 것 같다. 어제는 메가스터디 보고 깜짝 놀랐다.  D-357이라고 뜨더라. 오늘은 D-365. 미친. 진짜 욕나온다. 오늘 비엔날레 가려고 했었는데 허리가 안좋아서 못갈 것 같다. 주말에 한예종 시험 치는것도 조금 걱정되고. 컨디션 조절 해야지. 그리고 마음 정리도. 정리할게 꽤 많은 것 같다. 글로 정리하려했는데 뭐부터 정리해야할지 모르겠다. 많이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내 안의 힘을 키워야지. 정말. 자립해야겠다. 준호에게 기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준호가 내게 기댈 수 있게 내가 튼튼해져야겠다. 힘들어서 연애 그만하고 싶은데 그것도 못하겠다. 안맞으면 맞춰서 잘 지내고 싶다. 멀어질까봐 불안하다. 통화도 계속 못해서 우울하다.

 


 

 

작년에는 정문으로 안들어오고 옆문으로 들어와서 고사장의 분위기 같은걸 별로 못느꼈는데 올해는 정문으로 들어와서 2학년 친구들의 응원을 들었다. 북소리를 들으니 왠지 짠하더라. 그리고 대체 수능이 뭐라고 새벽부터 나와서 그 추운데 오들오들 떨어가며 우리들을 응원하는지. 이게 응원 받아야하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슬퍼졌다. 그래도 누군가 나를 응원한다는 생각에 짠해져 교문을 지나고 나서 눈물이 핑 돌았다. 기를 쓰며 응원하는 그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했다. 내년에는 그 아이들이 또 다른 아이들에게 응원을 받으며 교문을 지나겠지. 그리고 나처럼 교문 지나고 나서야 눈물이 핑 돌겠지. 아ㅡ 하게 될듯.

 


 

작년엔 허무함보다는 막막함이 더 컸는데 올해는 막막함보다는 허무함이 더. 홀가분해지고 싶다. 일단 한예종 시험 치고 나면 조금은 홀가분해질듯. 내일은 집에서 푹 쉬고 토요일에 서울 올라가서 양숙 아줌마 집에서 자고 일요일에 시험 치고 일산 가서 외삼촌집에서 하루 자고 그 다음은 파주 고모집 가서 하루 자고 올 계획. 그리고 울산 와서 마음 정리하고 책 읽고 영화 보는데에 집중해야지. 계획 세워둔거 지키고. 아ㅡ 일단 지금 좀 자고싶다. 사실 허리도 너무 아프고 몸이 많이 안좋은데 아까 얘기하다가 우울해져버려서 또 못자고 있다. 아 어제도 그랬는데. 요즘 매일 그런다. 정말 연애 그만해야하나. 힘들다. 수능 끝나자마자 주영이 보미 지인이 만나서 3시간 풀로 수다 떨었는데 또 보고싶다. 사람들에게 위로받고 싶다. 아니 위로를 받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함께 있고 싶다.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니까. 내일 페다고지 가야지. 비엔날레 가고 싶은데 으아 무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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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9 01:14 2010/11/19 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