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속의 나

from diary 2010/12/01 09:52

 

 

수능 끝나자마자 비엔날레 보러 간다고 부산 가고, 한예종 시험 보러 간다고 서울 가고. 서울 간 김에 일주일간 돌아다니다 울산 와서는 독서토론 기획한다고 계속 집 밖에 있었다. 집에 있는게 그렇게 지겨워 미칠 것 같더니 수능 끝나고 나서는 집에 오래 붙어 있었던 적이 하루도 없다. 오늘도 곧 있으면 기획회의하러 페다고지 간다. 집 안의 내가 아닌 집 밖의 내가 조금은 신선하다. 그치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 정신적으로는 조금 더 편안해진 것 같긴 하지만 갑자기 집 밖으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니까 약간의 스트레스도 있다. 그치만 지금까지는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 속에서 내 안의 힘을 키우려 노력 중.

 


 

어떤 사람에 대한 누군가의 판단은 그 사람을 더욱더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어떤 방향으로든. '힘내', '우울해 하지마' 라고 하면 나는 힘을 더 잃어가고 우울해했던 것 같다. 그리고 '넌 좀 짱인듯', '친화력 짱이야!' 라고 하면 난 정말 짱인 사람이 되고 친화력도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그만큼 타인에게 휘둘린다 라고 볼 수도 있겠지. 이건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것 같다. 칭찬해주면 그만큼 더 잘하고 싶어지고, 그게 아닌 그 사람의 감정과 상태를 판단하는 말을 하면 그 감정은 더욱더 깊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축 쳐져 있는 친구에게 힘내라는 말을 하는게 사실은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하게 된다. 어떡하지.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거. 다 나 같지는 않다는거다. 다 나처럼 이상적이거나 감성적이지 않다. 책만 하루종일 읽고 싶어하는 나도 있지만 수능이 끝나서 책이든 뭐든 글로 된 것들은 들여다보고 싶지도 않고 드라마나 TV에 빠져 지내고 싶은 사람들도 있는거다. 가치관도 너무나도 다르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였다 하더라도 서로 관심있어 하는 분야는 천차만별. 대화하다보면 가치관이 다르다는게 너무나도 확연히 드러나고. 솔직히 깜짝깜짝 놀랐던 순간이 몇 있었다. 그 순간 '아!' 하게 됐고.. 그 다음 '아...' 하게 됐다.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에서 '아.. 나랑은 다르구나.' 에 이어 '나와 비슷한 친구가 있어 참 다행이다..' 까지.

 

나와 다른 사람들 속에서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나와 비슷한 친구와 함께 있는 안정감이 지금은 조금 더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그치만 모두와 함께 어울리고 싶다. 인정할건 인정하고 받아들일건 받아들이고. 그리고 내가 말하고 싶은건 지금처럼 또 그런식으로 말하고. 다다 프로젝트의 의미처럼 내 안의 다름은 더 키우고 내 밖의 다양성에 물들고 싶다. 2010년의 마지막 달을 의미 있게 보내게 될 것 같아 벅차다. 그리고 1월도 2월도 그리고 또 앞으로의 내 삶도 풍요로움이 가득할 것이라 믿는다.

 


 

어제 페다고지에서 독서토론 열림식 끝나고 소극장 품에서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펭귄>을 봤다. 아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본 것 같아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그리고 교육단체에서 후원해주셔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또 좋았다. 나마스까르 가서 난과 커리를 맛있게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밥도 좀 더 시켜서 거의 싹쓸이 했다. 흐흐.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좋았다. 근데 난 참 많이, 그리고 잘 먹는 것 같다. 히히.

 


 

보미랑 요가 같이 다니기로 했다. 오랜만에 하니까 조금 힘들었다. 그치만 오랜만에 느끼는 그 안정감…. 아 정말 반가웠다. 유월에 점점 날이 더워지면서 빈혈이 심해져서 요가 할 때마다 어지러워서 비틀거렸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워서 가기 싫어서 안갔다 라는 말은 반농담이고 사실은 가기 싫은 이유가 아프고 힘들어서 였다. 다시 겨울이 와서 요가를 할 수 있게 되서 기쁘다. 흐흐. 근데 오랜만에 했더니 죽을 것 같다. 허리가 제일 아프고 지금 온몸의 근육 마디마디들이 아우 정말 아우성이다. 저녁되서 또 하면 괜찮아지겠지. 아아 요가를 다시 시작하게 되서 기쁘다. 정말로! 무슨 일이 있어도 요가는 절대 빠지지 않을 생각이다. 그 어떤것보다도 지금 내게 중요한건 휘어진 척추를 교정하는 것이고, 갑자기 많은 사람들 속에 들어간 나를 안정시킬 시간이 필요하다. 갑자기 뭔가 붕 떠있는 것 같아서 조금 불안해졌다. 좋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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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1 09:52 2010/12/01 0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