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숨

from diary 2010/12/23 18:17

 

 

기숙사 2인실 할까 4인실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2인실로 등록했다. 언니오빠들한테도 물어보고 트위터에도 물어봤는데 대부분 2인실을 추천하길래 2인실. 하긴 지금도 사람들 많이 만나는 것이 불편해하는데 그 때라고 달라질까. 성격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는 하지만 그게 아주 잠깐이어야 행복해하는 것 같다. 4명이랑 같이 사는건 좀 힘들 것 같다. 이 친구 저 친구 다 신경쓰고 그에서 부속되는 관계들하며 아 생각만해도 머리 터질 것 같다. 아무래도 4명이서 같이 지내면 알고 싶지 않은 것들도 많이 알게 될거고. 물론 좋은 것도 많이 보긴 하겠지만.

 

처음에는 4인실 하면 다양한 과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을 것 같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다른 과 라는 건 정말 '다른' 거니까 피곤할 것 같다. 처음에 2인실 해보고 다음에 4인실 하던지 해야지. 처음부터 4인실 하면 적응 못해서 자퇴하고 싶어질 듯한. 허허. 깊은 관계를 추구하는 난 4인실 하면 더 외로워질 것 같다. 차라리 2인실이 낫겠다는 결론. 그 친구랑 사이가 안좋다 하더라도 그 친구로 끝이 나니까. 그리고 좀 조용할거고. 낮에 학교 다니면서 사람들 많이 만나면 밤에는 좀 혼자 있고 싶고 조용히 있고 싶을 것 같다. 2인실. 마음이 맞는 친구이기를. 근데 왜 최악의 상황일 경우를 생각하며 선택했는지 모르겠네.

 


 

그동안 밤낮이 바껴서 연일 12시 다되서 일어나는 바람에 요가를 계속 못갔다. 그리고 저녁에는 페다고지에서 토론한다고 못갔고. 정말 한 달 중에 간 날보다 안 간날이 더 많은 것 같다. 회비 납부일도 다 되가는 것 같은데 진짜 간 날보다 안 간 날이 더 많으니 뭔가 이건 아니다 싶네. 어쩌다 내가 이렇게 바쁜 인간이 되었는지. 밤에 집에 오면 지쳐서 바로 잠들고 싶은데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지쳐도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왜그런지 잠이 안오고. 새벽 늦게 자거나 밤을 새고 낮에 잔다. 그러다보니 오전시간은 날리고. 그래서 내가 지금 우울한가. 버겁군.

 

오늘부터 25일까지는 집에만 틀어박혀있을거다. 근데 문제는 요가를 계속 결석해서 나가야되는데 또 가기가 싫다는거. 지금까지 못갔는데 오늘은 안가겠다니. 가야겠긴 한데 갈 힘도 없고 가기도 싫고. 쌤도 보고싶고 내 몸도 요가 하기를 원하는데 내 마음은 가기 싫어한다. 그러면 난 늘 그 쪽에 손을 들어준다. 조금이라도 가기 싫다던지 하기 싫으면 안한다. 그게 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데 요즘은 이러한 것을 좀 고치고 싶다. 솔직히 이러한 성격 사는데 아무 지장 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좀 지장 있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것만 살수는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고등학교 다닐 가치 없는 것 같고, 도대체 왜 다니는지 모르겠고, 다니기 싫어서 두 달 다니고 뛰쳐나왔다. 그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대학 마저 두 달 다니고 뛰쳐나오면 진짜 난 인간도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 것 같다. 또 그럴까봐 되게 두렵고. 어떻게 해서든 학교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닐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사실은 잘 모르겠다. 그렇게 3년 동안 생고생을 하며 외로워해놓고는 외로워서 학교 다니는게 말이 되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나도 미쳤지. 덜 힘들었나 진짜. 허허.

 

또 자퇴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과 두려움. 내가 학교 라는 곳을 잘 다닐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이런 잔걱정이 많아서 내가 정신적 피로도가 높은건가. 그래 지금 내가 남일 바라보고 상담해줄 때가 아니라 나를 들여다봐야한다. 내 단도리도 못하는 주제에. 몰라. 차라리 바로 입학해버렸으면 좋겠다. 뭔가 그래 참. 고등학생도 대학생도 아닌 것이 소비만 하는 애 같고 뭔가 뭔가 어정쩡. 그래서 내가 요즘 계속 답답해하는건가. 휴. 어쨌든 그간 계속 사람 만나고 토론한다고 너무 애 쓴 것 같다. 그럴 필요 없는데.

 

쉬면 괜찮아지겠지. 근데 또 갑자기 쉬니까 우울하네. 좀 외롭고. 미쳤나봐 정말.

 

 


 

준호가 손난로를 선물해줬다. 충전식 손난로인데 귀엽게 생겼다. 귀요미 손난로! 아직 사용해보진 않았는데 추워지면 써봐야지. 그러고보면 준호는 날 참 잘 챙겨주는 것 같다. 난 준호가 춥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같은거 한번도 해본 적 없는데. 하하. 아무튼 쓰면서 계속 준호 생각해야지. 쉽게 고장이 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그리고 그 다음 해에도 쓸 수 있겠지? 쓸 때마다 생각해야지!

 

준호의 편지를 보면서 '아..' 하는 생각을 했다. 약간의 염려가 담긴 편지. 카드의 반이 바람과 걱정이었다.

 

'자, 넌 올해를 어떻게 보냈고, 또 내년은 어떻게 보낼 것 같니? 힘든 재수생활도 끝났으니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려나? 난 네가 대학교에 가면 대학교를 즐겨봤으면 좋겠어. 고등학교 때 못해봤던 동아리도 가입해보고, 수업도 즐기고, 알바도 해보고, 여행도 가보고. 너무 책에만 파묻혀있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네. 그리고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잘 꾹 참고 견뎌냈으면 좋겠다. 미래에는 무엇을 먹고 살아갈지 진지하게 고민도 해보구. 한예종에 들어가겠다면 당장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대학 중간에 들어갈 수도 있지 않아? 정말 의지가 있다면 대학 4년 동안 가능한 빨리 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올해 어떻게 보냈어? 라는 말에 학교에 다니는 고3 친구들은 이렇다할 말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난 정말이지 별로 할 말이 없다. 일 년 내내 외로워서 울었고, 공부라고는 안했다. 그러한 힘든 시간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라고는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식의 질문은 아닌 것 같고. 어쨌든 올해 무사히 잘 넘겨서, 그리고 대학에 합격해서 다행이다. 그리고 내년? 내년을 어떻게 보내야겠다 하는 계획은 없다. 솔직히 겁도 나고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근데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그 때 가서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 어떻게 되든 다 괜찮다. 그리고 나도 학교 다니기 싫어도 꾹 참고 견뎠으면 좋겠다. 아니 그만두지 않을 이유를 꼭 찾고 싶다. 그만두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꾹 참을 일이 없게. 난 절대 꾹 참는 짓 따위 하지 못하니까.

 

그리고 한예종 영화과는 심리학과 졸업하고 가고싶다. 이건 희망사항인데 학문을 깊게 배우고 싶다. 재미없으면 학교 휴학하거나 자퇴하겠지. (엄마아빠가 들으면 기절하실듯. 휴학하면서 쉬엄쉬엄 다닌다 했다가 '얘가 무슨 소릴 하나' 하는 소리 들었다. 흐흐.) 그리고 한예종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고. 꼭 가야지 하는건 아니다. 어찌됐든 영화감독이 꿈이긴 한데 이걸 언제 이뤄내야지! 하는 욕심이랄까 목표랄까 그런건 없다. 되는대로 살고싶다. 왜 한예종에 빨리 들어가야하고, 그러한 의지가 있어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난 현재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고싶다.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면서 즐기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내 스무살이길 바란다. 타인보다는 나를 생각하는 스무살이길 바란다. 이건 열아홉이 되기 전에도 했던 말인 것 같은데 스무살도 그렇게 살기를. 마음을 들여다보며 살기. 휩쓸리지 않기. 주체적으로 살기. 그리고 이건 꼭 지킬건데 스물 두살에는 혼자 여행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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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3 18:17 2010/12/23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