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들, 어떤 엄마, 당신

2008/07/21 05:13 女름
여름:녀름님의 [제발 엄마들이여] 에 관련된 글.

나는 '엄마'가 등장하는 한 편의 글을 쓰고 나서 몇 통의 문자를 받고, 약간의 불면에 시달리고 있다. 오늘은 글을 쓰고 자야지. 내일부터는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해야지 한다.

먼저 교양이 심히 의심되는 글을 써 여러가지 오해를 낳고 누군가에게는 모멸감을 안기고 누군가는 블로그를 닫게? 되어 나는 심히 유감이고 슬프다. 내 글은 곳곳에 나만 아는 맥락과 읽는 이는 이해심 가득하게 생략된 것들을 질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을 인정하며 좀 더 풀어보려 한다.

하지만 사무실 동료의 이야기를 더 쓸 수가 없고 내가 다니는 사무실의 특수성에 대해서도 더 이야기 할 수가 없다. 사무실에서는 간혈적으로 토로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 블로그에 구구절절 쓸 수는 없다.

내가 사무실 동료가 아이와 통화하는 것이 짜증스럽다고 쓴 것은 내 솔직한 감정이다. 그 부분을 읽고 여러 사람 특히 엄마들이 분노한 줄 알지만 '그 엄마의 그런 통화를 나는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내가 견디기 힘들었던 건 목소리의 크기나 전화의 대상이 아니다. 전화의 내용이다. 내가 느끼기에는 전화를 통한 원격조종같았다. 끊임없이 아이에게 그렇게 하라고 하고 그렇게 했냐고 하고 아이와 대화한다기 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마구 쏟아낸다고 생각했다.

그녀와 나는 점심시간에 산책을 같이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했다. 사무실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나 결혼, 육아에 대한 이야기 등등. 나는 그녀가 얼마나 자녀들을 걱정하고 있고 집에서 같이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해하고 있는지 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아이들에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으며 아이들은 엄마가 직장을 다닌다는 것을 알면서(고려하면서)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로서 자식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내가 자식으로 태어나 경험하면서 느낀 바는 우리 가족 상황 혹은 나의 환경을 내가 정확하게 아는(느끼는) 것이 좋다는 것과 그리고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자식들에게 부족하고 생각되는 부분을 (국가도 사회도 직장도 아빠도 아니고) 오로지 엄마의 희생과 봉사와 관심과 사랑으로 메운다는 게 나는 너무 화가 난다.

그녀가 어떤 엄마가 혹은 당신도 그렇다면 나는 제발 그 짐을 내려 놓길 바란다.
그리고 이제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말하고 gg를 쳐도 좋고 손을 내밀어도 좋고 아이를 버려도 좋다. 

자식을 버리는 엄마에 대해서 우리사회가 비난하기는 너무 쉽고 그런 부모가 되지 않겠다고 사람들은 다짐한다. 하지만 자식을 버리는 엄마는 있고 그녀들은 왜 그런 행위를 할까?
나는 아이를 학대하거나 가해하거나 함부로 하거나 하라고 권하는 것이 아니라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상항임에도 '의무로 책임으로 엄마라는 이유로' 감내해야 하냐고 말하고 싶다.


내 글 덧글에 달린 이해심 없는 까칠한 엄마들에 나는 많이 안도했다. 그리고 내 블로그에 메세지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블로그에 혹은 다른 이에게 댓글로 분노하고 화르르 타오른 엄마를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따뜻하게 감싸고 이해하지 않아줘서 말이다.

- 여기까지는 엄마에 대해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7/21 05:13 2008/07/21 05:13
─ tag  ,
Trackback URL : http://blog.jinbo.net/mbc112/trackback/349
  1. 공룡  2008/07/21 1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녀름이 말하는 엄마들의 모습, 나 역시 좋지 않아요.
    하지만 녀름이 풀어내는 방식이 거칠다고 느껴져. 거칠다고 해서 나쁜 것은 또한 아니지만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잖아.
    왜곡된 모성에 대해, 관계집착에 대해 엄마 뿐 아니라 엄마 아닌 누구라도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해.
  2. 여름  2008/07/21 16: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룡 블로그에서 모성한방물 글 읽었어요. '집착'은 꼭 엄마와 자식, 부모와 자식 간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거에 공감해요. 저도 저의 이 거침을 주체할 수 없긴해요. 말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감정선을 확확 바꿀 수 있는데 아직 이렇게 삐뚤빼뚤하게 밖에 안나오네요. 이 수행은 어찌해야 할지...
  3. 요꼬  2008/07/22 10: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 글 덧글에 달린 이해심 없는 까칠한 엄마들에 나는 많이 안도했다. 말꼬리 같지만.이것도 좀.....에효....어쩌겠어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거지.
  4. 포도밭  2008/07/22 18: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름님의 두 번째 글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여전히 소통의 의지없이(없어 보이는)그저 내지르기만 하는 글이 안타깝습니다. 엄마들에게 아이를 버려도 좋다고 윽박지르는 대신, 엄마의 일방적 희생과 왜곡된 사랑이 아닌 다른 형태의 관계와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갈까 함께 고민하는 입장으로 내려오면 좋겠어요. 나는 당장 우리 엄마와 나, 외할머니, 언니..만 생각해도 감정과 이성이 뒤범벅돼 머리가 아파오는데 말이죠. 부러 그 포지션을 감당할려는 이유가 있나 싶기도 하고...너무 뾰족해서 내용을 못보게 행간을 못 읽게 만들지 말았으면.
  5. 여름  2008/07/22 2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꼬/저는 상대방이 저를 이해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반만 얘기하는 것보다...저는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대한 알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상황에서도 그 사람이 어느 정도 성나있는 상황이 솔직한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포도밭/제 글에 언급한 엄마들에는 특정인이 포함되어 있는 건 아니예요. 다만 많은 사람들이 어렴풋이나마 '엄마는 그래야 한다'는 것이 있다면 그걸 겨냥해서 썼어요.
    제 글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포도밭님과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 같아요. 소통의 의지가 없어보이고 거칠고 어쪄면 폭력적이라고요. 하지만 제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서 글을 쓰기는 너무나 힘들었어요. 제가 첫번째에 썼던 글이나 두번째에 쓴 글이나 거의 이런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을 수도 있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 혹은.. 저만의 생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 사람들이 바리나 하루의 블로그에서 엄마들의 입장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과 지지를 보냈다고 생각해요. 저도 어느선에서는 그 의견에 공감하는 것도 있었지만 제 블로그에서는 좀 더 제가 생각하는 걸 언급하고 싶었어요. 쓰고 싶은 글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요. 한 번에 다 써내려가지 못할 거 같고 여러 번에 걸쳐 쓰고 싶어요. 저도 거의 2주 가까이 패닉상태라 정리되지 않은 것도 너무 많고.. 제글이 접근을 차단하고 있고 방어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상태 같기도 하고... 하지만 질문을 막고 있는 건 아니니 이런 저런 얘기 제게 남겨주세요.
  6. 공룡  2008/07/23 1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분노는 고인 물을 정화시킬 수 있는 강한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분노와 불쾌감을 느끼고 그것을 풀어가는 녀름의 방식이 용기있다고 생각해요. 녀름에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