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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TAKE ACTION!!

종종 배달가는 독립영화배급사 씨네마달에 들렀다가

예전에 보고 감동받았던 다큐멘터리 <작별>&<어느날 그 길에서> DVD가 발매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길에 누워 있는 저 삵이...

몇 주전 황학동 도로에서 발견했던 머리가 으스러진 고양이를 닮았다고 느꼈다.

이 도시는 근처에 고양이 한 마리 묻어줄 땅뙈기도 없어...

남산까지 자전거 상여에 태우고 와서 묻어주었던 고양이.

 

자동차는 동물을 치어죽이고, 그 사실을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자전거는 천천히 달리며 그 동물들이 어떻게 참혹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지를 본다.

자동차를 타면 자기가 동물을 죽이는지도 알 수 없고, 죽여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전거를 타면 죽어가는 동물들을 보고 무섭고 두렵고 끔찍하고 슬프고 불쌍하고 화나는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탈 것에서 내려서면 엇비슷한 상식을 가진 같은 시민이겠지만... 이렇게 달라지고 만다.

나는 두렵다. 내가 무수한 생명을 죽일 수 있는 물건을 탄다는 것이. 그리고 그것을 의식조차 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것에 조금 익숙해지기만 하면, 적당히 체념하고 충분히 위안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그래서 나는 기어코 자전거에 내 몸을 밀어넣는다.

그러면 자전거는 내 몸을 내가 생각하고 바라던대로 만들어 준다.

고양이를 묻어줄 수 있게 했던 슬프고 미안한 마음, 끔찍한 사체를 똑바로 보고 안을 수 있게 한 용기, 남산까지 오르게 한 체력, 이런 몸을 만들어 준 자전거에게 나는 감사한다.

분명 자전거를 타기 전까지의 나라면... 절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일이다.

 

그래서 나는 상식과 의식을 믿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떤 머리를 몸에 얹고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교통수단에 몸을 싣고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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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마달은 좋은 회사이고, 황윤 감독의 두 작품 모두 훌륭한 작품입니다.

DVD 세트에 포함된 <작별> & <어느 날 그 길에서> Teacher's Guide 에 실린 아래 글만 봐도 어찌나 훌륭한지...

소장할 가치가 충분... 흠흠.

 

 

TAKE ACTION!!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운전자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
    • 시속 60km 이하로 달리면 로드킬을 많이 예방할 수 있습니다.
    • 폭풍우 전야나 길에 눈이 살짝 내렸을 때는 도로로 야생동물들이 자주 출몰하니 서행합니다.
    • 신설도로와 산악지형을 통과하는 도로, 밤의 시골도로는 특히 로드킬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니 과속하지 않습니다.
    • 봄과 가을은 로드킬이 많이 발생하는 계절입니다. 특히, 5월과 10월은 고라니의 이동이 잦은 시기이니 주의합니다.
    • 야생동물은 주로 새벽이나 해 질 무렵에 먹이와 물을 찾아 이동합니다.
    • 야생동물은 무리지어 이동하기 때문에 한 마리의 야생동물이 나타난 후에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합니다.
    • 로드킬을 발견하거나 일으킨 경우 안전에 유의하여 갓길로 옮기고 해당 관청(시청, 군청 등)에 위치를 알립니다.
    • 네비게이션 서비스업체에 야생동물 출현이 잦은 지점의 안내를 요구합니다.
    • 주위 사람들에게 로드킬에 대해 알리고 정보를 공유합니다.
  • 자전거면 충분하다!

로드킬은 더 빠른 것, 더 편한 것을 바라는 우리들의 과도한 욕망에서 비롯된 비극입니다. 자동차와 '이혼'하고 자전거와 친해집시다. 선진국은 도로 중심의 교통 정책이 아닌, 철도와 자전거 중심으로 전환한지 오래입니다. 도시에서 대부분의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일터와 학교에 갑니다.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타는 것이 더 편하고 빠르도록, 자전거 전용도로가 도시 전체에 깔려 있습니다. 늘어나는 자동차에 맞춰 계속해서 도로를 만든다면, 우리 삶은 황폐해지고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될 것입니다. 우리가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한다면 로드킬, 지구온난화, 석유고갈 등 많은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과 자연이 건강해집니다. 시민모임 '발바리'는 "자전거면 충분하다!"는 깃발을 걸고, 매달 정해진 토요일에 시내에서 '떼거리 잔차질'을 벌입니다. 정부가 자동차에서 자전거 중심의 교통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힘을 모읍시다.

  • 더이상의 도로는 그만!

정부는 우리나라에 도로가 부족하다며 도로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고속도로와 국도의 연장이 세계 10위 안에 들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 작은 국토에 이미 10만km가 넘는 도로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전국 곳곳의 산과 들을 파헤치며 국도와 지방도가 계속 신설되고 있고, 기존의 국도는 4차선 이상의 대형도로로 확대되고 있으며, 고속도로는 현재의 두 배로 확장될 예정에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에 나왔듯이, 이렇게 많은 도로 건설은 상당수가 중복, 과잉 건설입니다. 건설사가 정부로부터 도로건설을 허가받기 위해 통행량 예측을 부풀리거나, 공사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려 폭리를 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불필요한 도로 건설로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되며, 무려 수조원에 달하는 소중한 혈세가 낭비되고 있습니다. 도로 건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정부부처, 지자체, 도로건설 회사에 항의 메일을 보냅시다.

 

  • 발자국을 찾아서! - 야생동물 보전 단체에 참여하기

전국 각 지역의 많은 환경단체와 시민모임에서 야생동물 보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야생동물소모임(야소모)'에서는 산과 들로 정기 탐사를 떠나 발자국과 똥 같은 흔적을 조사합니다. 또한 다양한 주제로 정기 강좌를 열어 야생동물에 대한 이해를 넓힙니다. '녹색연합'에서는 매해 겨울 야생동물의 목숨을 앗아가는 덫과 올무를 제거하러 산으로 가고, '녹색교육센터'에서는 야생동물 교육자 양성 과정인 '야생동물길라잡이' 교육을 정기적으로 펼칩니다. 관심이 가는 단체에 실제로 참여해 봅시다.

 

  • 즐거운 불편

빨리 많이 생산해서, 빨리 많이 소비하고, 많이 버리는 생활을 위해 더 많은 자동차와 도로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까요? 로드킬은 결국 소비와 속도 중심의 태도에서 비롯된 문제일 것입니다. 전 지구인이 한국인처럼 살면 지구가 3개 있어야 하고, 전 지구인이 미국처럼 살면 지구가 7개 있어도 모자란다고 합니다. 물건과 에너지의 소비를 줄여봅시다. 적게 갖고 나눠 쓰고 적게 버리는 삶은 우리를 보다 자유롭고 풀요롭게 할 것입니다. '즐거운 불편'은 어머니 지구를 위한 우리의 의무이자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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