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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2주 병원살이

 

운전자는 뒤를 안본걸까 보고도 나를 못본걸까? 그 순간 난 자전거를 버리고 후다닥 인도로 피할 수  있었을까? 자신은 후진하지 않았다고, 자전거가 들이받았다며 어이없이 거짓말 하던 운전자, 경찰서에서 그는 왜 진술을 번복했을까! 엑스레이로는 잡히지 않는 교통사고 후유증, 평생 나를 괴롭힐까? 이번 사고는 나에게 쉼표일까, 터닝포인트일까, 마침표일까? 다시 자전거를 끌고 도로로 나서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제 전보다 차가 무서울까? 이제사 나는 겁을 먹었나?!

 

전치2주, 사람도 자전거도 타박상. 간지러이 새살도 돋고 멍의 흔적도 점차 희미해지며 사람은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데 자전거는 타박당한 그대로. 바깥은 불볕더위라지만, 약간의 불편함과 갑갑함을 감수하며 더위도 추위도 모른 채 지내고 있다. 저녁을 먹고 출퇴근 환자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낮엔 4인실이었던 병실이 1인실로 바뀐다. 침대 넷과 방안에 샤워실 겸 화장실 딸린 도미토리로. 에어컨과 냉장고 완비. 주방 아주머니께 살짝 얘기하면 숙박손님에게도 아침밥 제공가능. 뜻밖의 사고로 자전거를 타는 대신, 밭을 매는 대신 24시간 같은 옷을 입은 채로 문병객을 맞고, 짬짬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며, 하루 책 한권, 영화 한편 이상을 소비하며, 느릿느릿 코바느질 한다. 그 사이 정해진 시간에 먹는 하루 세번의 끼니와 두번의 물리치료. 음...  늘 하루하루가 예측불가했는데 일상이 매우 규칙적, 아니 엄청 뻔해졌다. 이제 한 시간 후면 딱 1주일 전 오늘, 사고가 났던 그때다.. 돌이킬 수 없는. 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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