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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전거 메신저의 꿈

한 자전거 메신저의 꿈

지음

어느 날 사무실 마당 구석에 낡고 녹 슬은 자전거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바퀴는 휘었고 브레이크는 헐거웠다. 무심코 그 자전거에 올라타고 골목길을 달려봤다. 바람이 시원했다. 그렇게 시작됐다. 지하철역 세 정거장 거리의 집까지 타고 와봤다. 한 시간이 걸렸다. 자전거는 도로를 달려야 하는 차라는 것을 배웠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절반으로 줄고 또 다시 절반으로 줄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발바리 떼잔차질을 나가봤다. 자전거가 한 차선을 가득 메우고 달리는 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동해로 여행을 떠났다. 자전거로 수백킬로를 달리고 산맥을 넘어다니는 게 특별한 사람만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짝과 함께 동남아시아와 유럽으로 1년여의 여행을 갔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배고프면 길가에서 버너와 코펠로 밥을 해 먹었다. 매 끼니마다 최고의 맛이었다. 옷은 자전거 타기 좋은 것으로 두어 벌이면 적당했다. 나머지는 피로를 더하는 불필요한 무게에 불과했다. 자전거 타고 가다가 어두워지면 길 가에서 텐트를 치거나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초대해준 집에서 잤다. 언제나 단잠을 잤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즈음 문득 발견한 사실. 나의 몸은 이미 변해 있었다. 움직이고 먹고 입고 자는 것이 모두 자전거에 맞춰진 것이다. 변해 버린 나의 몸은 익숙하고 편안한 이 삶의 방식을 버리고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는 걸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처음 자전거와 마주 대한 후로 대략 7년이 흘렀다. 지금 나는 서울의 자전거 메신저다. 나는 아직도 내가 자전거 메신저가 된 것인지, 아니면 자전거가 나를 메신저로 만든 것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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