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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아닌가?

혼자 아닌가?


자전거로 물건을 싣고 다니는 것은 전혀 새로운 생각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의 대도시에서는 오토바이 퀵서비스는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자전거 메신저가 당연한 것이다. 케빈 베이컨 주연의 <퀵실버>라는 영화를 보라. 가까운 일본에도 오토바이와 경쟁하는 자전거 메신저가 있다. 쿠사나기 츠요시(초난강) 주연의 영화 <메신저>를 보라.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처럼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인 곳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북경 자전거>를 보라.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쌀, 우편, 신문, 우유, 야채 등등은 자전거가 도맡아서 배달했다. 넓은 지역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재래시장에는 이른바 ‘쌀집자전거’를 이용해서 화물을 나르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오토바이에는 많은 짐을 싣고 다닐 수가 없어서 자전거가 아니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기도 한다.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 쌀집자전거는 시장과 오랜 역사를 함께한 자전거포에서 화물용으로 완벽하게 커스터마이징되고 튜닝되어서 많게는 4~500킬로의 짐을 실을 수 있다. 그 덕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 10년 넘은 중고 자전거도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좁은 의미에서 퀵서비스만 따진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 수차례 자전거 메신저가 시도된 바 있다. 자전거를 같이 타던 몇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시작했던 적도 있고, 오토바이 퀵서비스 회사에서 시도했던 적도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은 운영을 중지했다. 하지만 그 용기와 열정으로 가득 찬 도전의 역사는 기억하고 싶다. 내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었던 것들은 일부분에 불과하겠지만, 그 역사가 담긴 이름들이다. ‘페달과 사람들’, ‘그린사이클택배’, ‘Bike Errand’, ‘LK 택배’, ‘Quick Bike’, ‘대리넷’, ‘자전거퀵’.
한편 자전거 메신저라는 이름을 내건 것은 아니지만, 오토바이 퀵서비스 회사에서 오토바이와 똑같이 주문을 받고 자전거로 움직이는 분들이 있다. 한 분은 무려 8년 동안이나 이 일을 하고 계신다. 그 분 말씀에 따르면 자기 말고도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 더 있다고 한다. 간단히 오토바이로만 바꿔 타도 수입이 두 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자전거를 고집하시는 분들이다. 자전거로 일한다는 사실조차 사람들이 전혀 알아주지 않아도 단지 자전거로 일하는 게 좋아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정말 존경스런 분들이다.
이런 분들에 비하면 블로그 하나 열고 고작 6개월 정도 슬렁슬렁 자전거 타고 다녔을 뿐인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소비자의 부름을 받을 수 있는 자전거 메신저는 한국에서 나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하는 데까지는 해 볼 생각이지만, 언제까지 계속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지금도 여기저기에 자전거 메신저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자전거가 있는 한 자전거 메신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자전거는 자전거 메신저를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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