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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 않나?

느리지 않나?


물론 자전거는 오토바이보다 느리다. 고속도로 같은 길에서 경주를 한다면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 하지만 도시에서 물건을 배송하는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당신이 보내는 물건이 배송지에 도착하는 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친다. 회사에서 적절한 기사를 배정하는 시간, 신호 대기 시간, 코스 선정에 따른 지연 시간, 시내 교통 상태에 따른 추가 시간, 정체 시에 차 사이를 빠져나가는 시간, 목적지 근처에서 해당 건물을 찾는 시간, 발송자 및 수령자와 통화하는 시간, 주차하는 시간, 또 걷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 발송자가 포장하고 주소 적고 요금 내는 시간, 수령자의 상황 또는 수령자가 있는 건물의 규정에 따른 추가 시간, 때로는 식사 시간까지. 이 시간들을 모두 고려하면 오토바이의 빠른 속력이 온전히 발휘될 수 있는 시간의 비율은 그리 크지 않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그 비율은 더 줄어든다.
상황이 이 지경이라면 단순히 이동수단의 속력을 비교해서 퀵서비스의 속도를 비교하는 것은 얼마나 순진한 것인가? 게다가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물건을 받자마자 목적지까지 바로 달렸을 경우를 가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하는 퀵서비스 라이더는 거의 없다. 보통 두세 개 많게는 대여섯 개까지 물건을 동시에 들고 배송한다. 오토바이가 한두 곳만 더 들렀다가도 곧장 가는 자전거보다 빨리가기는 쉽지 않다. 결국 하나의 물건을 빠르게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이동수단의 속도와 함께 주문자와 수령자의 협조, 퀵서비스 회사의 시스템, 라이더의 상황, 도시의 교통 시스템 등이 종합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왜 이리 늦느냐고 기사에게 짜증을 부리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래봐야 서로 감정만 상하지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전혀 없다. 왜 물건을 여러 개씩 들고 배송하느냐고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해봐야, 당신이 지불하는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퀵서비스의 가격은 10년전 그대로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라이더가 도착하기 전에 바로 보낼 수 있는 모든 준비(물건 포장, 주소와 전화 번호 적기, 약도 출력 등)를 다해 놓고 운이 좋아서 다른 곳 몇 군데 안 거치고 가기를 기대하는 것뿐이다. 사실 가장 빠른 것은 직접 물건을 들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것이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누구나 다 갖고 있기는 어렵고 면허도 따야 하고 유지비도 든다. 그렇다면 가까운 거리의 경우 직접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은 가장 빠르고도 쉽고 간편한 현실적인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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