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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실제로는?


생각해보자. 서울이 넓다지만, 남산을 중심으로 2km 동심원 안에 사대문은 다 들어온다. 5km 동심원 안에는 강북의 주요지역들이 대충 다 포함된다. 10km로 넓히면 강서구, 강동구, 금천구, 도봉구, 노원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서울 지역과 구리시, 고양시, 과천시의 경계까지도 포함된다. 20km 안쪽에는 구리, 고양, 부천, 과천, 하남, 성남, 광명, 안양의 중심부가 포함된다. 실제 거리는 물론 더 많이 나오겠지만, 어쨌든 대략 중심부에서 15km 정도 달리면 서울의 어지간한 곳까지는 갈 수 있다. 서울 도심에서 자동차의 평균 속력은 14km/h인데, 웬만한 자전거도 그 정도는 된다. 결국 한 시간 정도면 어지간한 곳에 다 갈 수 있는 셈이다.
다음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1월까지 내가 달린 실제 주행기록이다. 물건을 받아서 자전거를 굴리기 시작할 때부터 멈추고 난 직후까지의 기록으로서 신호대기, 정체, 길찾기 시간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중복배송은 하지 않았다. 보시다시피 전체 거리가 10km 이하인 경우가 69%이고 20km를 넘는 경우는 5%에 불과하다. 평균 거리는 9.2km. 일단은 주문 자체가 그다지 장거리인 경우가 많지 않다. 그리고 걸린 시간으로 보면 30분 이내에 배송 완료한 경우가 58%이고 1시간을 넘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 평균 시간은 32.4분이다. 그리고 평균속력은 가장 느렸을 경우가 8.3km/h, 가장 빨랐을 경우가 25.3km/h, 전체 평균은 17.0km/h였다.

내가 빠른 게 아니다. 도로에서 자전거 타는데 익숙한 사람이라면 무리하지 않아도 이 정도 속력은 나온다. 한강 자전거 도로에 가면 나를 추월해서 달리는 자전거들이 적지 않게 있다. 도로용 싸이클이나 고정기어 자전거를 좀 타는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나보다 빠른 것 같더라. 조금 여유있게 달릴라 치면 손잡이에 장바구니를 걸고 달리는 아주머니가 앞질러 가시기도 한다. 사람들이 정말 잘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데, 자전거는 생각보다 빠르다. 자전거가, 자전거 타는 사람이 원래 그 정도는 된다.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지배되어 있지 않은 사람 말이다.
물론 어느 정도 이상의 거리가 되면 오토바이의 속도가 빛을 발하기 시작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한 회사에서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병행하는 곳이 있다. 대략 거리로는 8~10km 시간으로는 한 시간 안쪽은 자전거가 전담한다. 위 주행기록으로 보면 10km 이상은 31%, 한 시간 이상은 고작 10%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90%의 오토바이는 자전거보다 속도나 효율성 면에서 그다지 월등한 것도 아니면서 기름 낭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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