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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메신저는?

외국의 메신저는?


자전거는 초창기 1860년대에 효율적인 이동수단으로써 개발된 것과 동시에 운송수단으로도 쓰였다. 1870년대의 파리 증권교환소에서는 이미 지금과 유사한 의미의 자전거 메신저가 활약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90년대 미국에서 자전거 붐이 일어나면서 운송업체가 뉴욕을 비롯한 인구밀집지역에서 메신저들을 고용하기도 했다. 194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최초의 메신저 회사가 설립되었고, 이후 점차로 체계화된 메신저 회사들이 미국 주요 도시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한편 유럽에서는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운송수단으로써의 자전거는 점차로 잊혀져갔다. 현대적인 의미의 자전거 메신저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83년 영국 런던에서 'On Yer Bike'와 'Pedal-Pushers'라는 개척자들이 나타난 이후다. 80년대 후반에 이르면 런던 중심에서 자전거 메신저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되고, 유럽 대륙에서도 미국과 런던에서 자극받은 기업가들이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전거 메신저의 수는 점점 늘어서 1993년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최초의 '세계 자전거 메신저 챔피언십'에는 각국에서 400명이 넘는 메신저들이 참가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에서는 영화 <메신저>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도쿄의 자전거 메신저 회사 '티서브(T-serv)'가 단 두 명의 메신저로 출발한 것이 1989년의 일이다. 2평짜리 사무실을 설치한 것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후다. 2001년에는 비율제에서 시급제로 전환했고, 메신저 전원의 사고 보험을 완비하고 있으며, 현재는 하루 수주 건수가 4000건을 넘는 일본 최대의 메신저 회사로 성장했다. 티서브는 10km를 기준으로 그 이상은 오토바이를 이용하지만 순수하게 자전거만을 쓰는 회사들도 있다. 도쿄 말고도 오사카, 요코하마, 후쿠오카, 교토 등의 대도시에서 자전거 메신저들이 활약하고 있다.
메신저들이 사용하는 자전거는 로드바이크, 산악자전거, 하이브리드, BMX, 경주용 자전거 등 갖가지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메신저들의 자전거로 잘 알려진 고정기어 자전거는 오히려 소수의 메신저들만이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메신저들은 이른바 '메신저백'으로 알려진 어깨 끈 하나짜리 가방을 사용한다. 자전거 짐받이와 바구니, 또는 트레일러가 사용되기도 하고, 어떤 회사는 커다란 트렁크를 달고 있는 세발짐자전거를 특별히 제작해서 사용하고 있다.
대도시 별로 있는 여러 메신저 단체들은 도시 내에서 메신저의 권리와 안전과 이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다시 국가별로 국제적으로도 연대해서 교류와 협력을 하고 있다. 1993년부터 시작한 자전거 메신저 챔피언십은 대륙과 국가를 오가며 매년 치러지는 가장 큰 행사다. 메인 종목은 선수들 각자가 곳곳에 있는 몇 개의 물건들을 수집하고 이동시키는 복합적인 경주인데 빨리 달리는 것은 물론 효율적인 루트를 결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밖에도 단거리 스프린트, 무거운 짐 갖고 달리기, 자전거 높이뛰기, 정지자세로 오래 버티기, 급정거시켜서 타이어 자국 길게 남기기, 멈추거나 뒤로 가지 말고 천천히 달리기, 페달로 가는 보트 경주,  자전거 폴로 시합 등이 있다. 이 대회는 올해 2009년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자전거 메신저들의 노동조건은 국가나 도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다들 힘들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퀵서비스 노동자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독립적 계약자로서 수입의 일부를 커미션으로 지불하는 조건으로 자전거 메신저 회사와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경우 노동자로서 고용되는 것과는 달리 각종 보험이나 사회보장을 받지 못한다. 사고 위험도 높아서 가장 위험한 직종의 하나로 꼽힌다. 미국에서 1년에 보통 한 명 이상의 메신저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런던에서는 1989년과 2003년 사이에 여덟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메신저의 사고에 대해서 육체적 정신적 회복을 돕는 기금을 모으는 단체가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높은 사고 위험과 하루에 8시간씩 일하고, 거리로는 60~100km 이상 달리는 높은 노동 강도에 비하면 보수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확한 통계 자료는 구하기 힘들지만, 2006년 영국에서의 한 조사에 따르면 자전거 메신저들이 평균적으로 45~65파운드를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5.52파운드니까 8시간 일하는 것으로 계산하면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물론 최저임금이 우리나라에 비해서 훨씬 높긴 하지만 말이다. 일본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는데, 시급 1000~1200엔에서 시작해서 최고 등급의 메신저는 시급 1600엔 이상의 수입을 얻기도 한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766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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