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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이의 귀환!!

원래 야구를 아주 구체적으로 좋아하게 된 계기는 BK 때문이었다. 2001년 월드시리즈 양키제국과의 전쟁때 홈런 두방으로 원흉으로 몰릴뻔 하던 바로 그때부터였다. 지금은 갑자기 저 세상으로 가버린 송인득 아저씨(올봄 이봉달 선수의 화려한 복귀식도 멋지게 그려줬던 그분)의 아~ 이럴수가요... 라는 멘트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를 더욱 확실하게 각인하며, 굉장히 협동적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스포츠인 야구를 좋아하게됐던건 극성스러운 빨간양말 팬들을 향해 빨간양말 유니폼을 입고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던 그의 기개와 한국에 돌아와 싸가지 없는 사진기자를 향해 주먹을 날리며 경찰서 앞에선 '한국 언론 각성하시요!!'라고 일갈했던 2003년... 바로 지독히도 세상살기 힘들고 싫었던 바로 그때부터였다. 물론 페드로나 이치로, 카브레라, 레이에스, 델가도등의 선수들도 많은 감동을 주긴 했지만, BK처럼 (인간이면서)노동자다이며 선수다운 선수를 보지 못했다. 그런 BK, 까칠이가 오늘 귀환했다. 새벽경기를 꼭 보리라 작정을 하고 일어나 그림같은 리글리필드도 구경하며 그의 '닌테도커브'를 맘껏 구경했다. '닌텐도커브'란 닌텐도사의 파워풀 프로야구라는 게임 속에나 나올법한 각이 큰 변화구를 말하는데 오늘 바로 BK의 공이 그러했다. 오른쪽 타자 바깥쪽 무릎 높이에 빠른 직구를 쏘고 그 다음에 똑같은 코스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쏜다면 제 아무리 돌부처라도 들고 있던 배트를 휘두룰 수 밖에 없다. 그런 게임에서 본 듯한 공의 궤적을 오늘 티비에서도 본 것이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플로리다 유니폼을 입은 BK를 통해 승을 따내는 모습을 보니 괜시리 맘이 편안해지고 별 이유없는 자신감이 마구 생기는 그런 하루였다. BK 그를 상징하는 단어는 '고집'이다. 콜로라도 산골 시절 구단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고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를 요구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던 그를 보면 언젠가 한 자락하는 기록을 남기지 않더라도 뒷끝 많은 미국문화(그 덕에 그는 쓸데없이 긴 마이너 시절을 보냈다)에서 자존을 지키며 스스로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선수로 그를 기억해도 괜찮으리라. 또한 BK는 '꿈과 변화'라는 목적에 충실한 가장 선수다운 선수이다. 아리조나 시절 마무리로서 맹위를 떨쳤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선발을 고집했고 무려 5년이 되가는 시점인데도 그 고집을 꺽지 않고 자신의 꿈을 위해 아주 조금씩 전진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퀵모션의 불안때문에 주자 통제를 잘 못해 위기를 자초하는, 선발로서는 아주 치명적인 약점을 하나씩 고쳐갔고 왼손 타자와의 높은 피안타율에는 백도어 슬라이더라는 새로운 구질을 계발해 대응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난 완벽한 영웅상이 아니라 가다가 넘어지면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 다른 길을 찾으며 원래의 꿈을 향해 전진해 나가는 긴 시간동안 지켜보기에 딱 맞는!! 바로 그런 선수다운 선수이다. 오늘 하루 치루어내기에 급급했지만 그의 공 궤적을 머리 속에 그리며 즐거워했다. 비록 또 세상과 불화하며 때론 지쳐서 홈런도 펑펑 얻어 맞겠지만 무표정하게 다시 공을 들고 장난칠 그에게 다시 올 하루를 기대해 보는것도 나쁘지 않다. 힘내라! 까칠이...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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