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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은 머지 않아 만나게 될 나의 얼굴

"노년은 머지 않아 만나게 될 나의 얼굴"
[인터뷰] <마흔에서 아흔까지>의 저자 유경을 만나다
텍스트만보기   김혜원(happy4) 기자   
노년으로의 안내서인 <마흔에서 아흔까지>가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서점가는 물론 출판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남의 일 같지 않게 기뻤던 것은 아마도 책이 나왔을 당시 서평을 올렸던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 마흔에서 아흔까지-서해문집
ⓒ 서해문집
그녀와의 첫대면은 기자와 독자로서의 순수한 만남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연재되고 있던 <유경의 녹색노년>은 막연히 노인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저에게 구체적이고 재미있는 노년의 한 모습을 보여 주었던 것입니다.

두 번째 만남은 <녹색 노년>의 팬이었던 제가 시민기자의 입장에서 그녀의 책 <마흔에서 아흔까지>의 서평을 쓰면서 책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전문 비평가가 아닌 비슷한 나이를 살아가는 중년독자의 입장에서 읽은 <마흔에서 아흔까지>는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우리 생활의 한 모습이었으며 살아서 숨쉬는 현장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런 인연때문이었던지 그녀와의 세 번째 만남은 오래 전에 미리 예정되어 있었던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명실공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유경씨를 만난 것은 지독한 황사가 한반도를 덮었다던 지난 20일 수원중앙양로원의 한 강의실에서 였습니다. 30여명의 수강생들이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맑은 목소리로 강의에 열중하는 그녀의 모습은 황사도 비켜갈 만큼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 왠만해서는 수강자들을 울리고 웃기는 그녀의 열강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 김혜원
"눈을 맞추면서 대화 하라고 했지요?"
"네."
"그렇다고 눈을 빤히 쳐다보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겠죠?"
"하하하."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목에서 턱 그리고 코, 뺨, 눈의 순서로 시선을 보내시는 거예요."

"푸념을 늘어놓으실 땐 어떻게 하죠? 두 번만 더 들으면 백 번이라고 할까요?"
"하하하."
"그러면 안 되죠. 난감하지만 방법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드리는거지요."

<마흔에서 아흔까지>가 담담하고 진지하며 명쾌하다면 그녀의 강의는 그 모든 내용에 생명력을 불어넣듯 더욱 다양하며 활기와 재미가 넘쳤습니다. <마흔에서 아흔까지>가 출판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세 시간에 가까운 열강을 끝내고 수강생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 속에 강의실을 나선 그녀는 저를 보자마자 반가운 악수로 먼저 인사를 청합니다. 앞선 두 번의 만남 때문인지 상대방을 긴장시키지 않는 그녀의 배려 때문인지 인터뷰는 마치 가까운 친구나 이웃과 수다를 떨 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 노년을 밝고 긍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유경. 표정 역시 밝고 화사하다.
ⓒ 김혜원
- 저자로서 <마흔에서 아흔까지>에서 이야기 하려고 했던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 역시 노년에 관심을 갖고 여러 책들을 읽어 보았지만 이제까지 책들의 경우 지나치게 노년을 어둡거나, 무겁게 다루는 측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또 실용적인 면을 앞세워 재테크 위주로 나간다든지 혹은 일부 현실적이지 못한 희망만을 드러내는 등 충족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제 책은 어려운 원칙론이나 실용서라기보다는 현장중심의 안내서라고 할수 있습니다."

- 저자가 생각하는 노년은 무엇인가요?
"노년이란 머지 않아 만나게 될 나의 얼굴입니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노년들이 나와 다른 사람이나 관계 없는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지금까지 가져왔던 부정적인 생각들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성찰을 하게 되고 마침내 노년과의 긍정적인 만남으로 발전 시킬 수 있는 것이죠."

- 청년이나 중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청년과 중년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노년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요즘 청년들의 경우 중년과 달리 자신들의 노년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오직 자신만을 위한 준비일 뿐 함께 살고 있는 주변의 노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들도 좀더 깊이 노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주변의 노년에 대해서도 애정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중년들에게 특별히 부탁하고 싶은 것은 제발 두려움에서 벗어나라는 것입니다. 자신에 처지에서 얼마든지 노년을 준비할 수 있고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으니 희망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으시다면?
"아마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로 노인복지에 관련된 일을 하게 되겠지요. 이번 기회에 노인복지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노인 관련 민간자격증 피해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인복지사나 케어복지사, 실버복지사 등 다양한 이름의 민간자격증이 있지만 이런 자격증을 가지고는 취업이 어려우니 현혹되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유경과의 대화는 풍부한 현장경험에서 바탕된 그녀의 경륜이 전직 아나운서다운 고운 목소리와 과장되지 않은 달변에 녹아나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의 경험과 지혜가 녹아있는 책 <마흔에서 아흔까지>가 수많은 독자의 마음에 공감을 일으키고 그 소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마침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마흔에서 아흔까지>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를 묻는 우문에 그녀는 "마흔 즉 우리 같은 386세대는 뭐든 책으로 배우는 세대에요. 그러다 보니 노년기 역시 책으로 먼저 배우기를 원하죠. IMF 이후 힘들었던 중년들이 이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서서히 노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글쎄 잘 모르겠네요"라고 답했습니다.

봄 햇살처럼 밝게 웃는 유경씨는 기사와 책으로 만났던 대로 다정하고 친절한 안내자며 신뢰할 만한 이유 있는 훌륭한 조언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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