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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덫

민주노동당이 사회연대전략을 제출했다. 골자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노동자의 소득세를 올려서, 가진 자들의 세금 인상에 대해 압박을 가하자는 것이다. 부유세, 금융소득종합과세, 보유세 등이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래 연급 수급액의 일부를 저소득층의 연금보험료로 충당하자는 것이다.

 

그 자체로만 보면 그리 나무랄 일이 없을 듯이 보이지만, 뭔가 허전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니 기냥 '좋은 정당' '좋은 정책'일 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촉발하기에는 2%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첫번째 내용은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재정을 늘리자는 것이다. 세수를 늘려서, 그게 과세기반을 확대하는 것이든,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는 것이든, 세율을 확대하는 것이든, 이에 대한 사회적 조건을 노동자가 앞장서서 형성하자는 것이다. 어떤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사회 국민은 자본이 원하는 '저비용 저복지'보다는 '고부담 고복지'를 원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그리 불만이나 저항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그리 하고나서 어떻게 하자는 얘기가 없다. 그냥 좋은 얘기 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야 이 얘기만큼 설득력 있는 것이 없다. 문제는 부자들로 하여금 더 내게 하고, 그리고 법인세 등도 더 높이는 것이 목표인 바, 정부나 자본이 기냥 시쳇말로 쌩까버렸을 때 어떻게 할 거냐는 것이다. 

 

두번째 내용도 그 자체만 보면 없는 이들끼리 서로 나누는 미덕을 지녀온 이 땅의 서민들의 정서에는 반발감도 없을 지 모른다. 문제는 이 내용이 가뜩이나 불만이 가득찬 국민연금에 대해 그것을 올곧게 세워나가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하는 점일 게다. 사실 알고보면 정부가 추진하는 '더 내고 덜 받자'는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그리고 사각지대를 해소하자고 내놓는 기초연금 도입안과는 굳이 연관성을 찾을라고 하면 못 찾을 거야 없지만 그리 연관성이 높은 내용인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이 이런 내용을 내놓은 이유를 찾자면 '이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 말고는 떠오르는게 없다. 이 제안에 대해 국무총리는 검토해 볼만 하다고 했고, 여타 세력이나 언론은 무관심할 지언정 반대하거나 트집잡을 게 없는 태세이다. 어쩌면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없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이쁜 짓을 해서 여론의 지지를 얻는 게 목표인가? 아니면 실제 소득연대전략을 통해서 얻어내고자 하는 것을 관철시키는 게 목표인가? 아무래도 전자인 것 같다.

 

바로 '여론의 덫'에 걸린 게 아닌가 싶다. 정책이나 의제를 실제 관철하기 위한 전략이나 전술, 행동, 조직화에 힘쓰기 보다, 뭔가 '좋아 보이는 것'을 중심으로 정책을 내놓는 것. 아니 보다 정확히 얘기하면 근본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기냥 '좋은 얘기'로 치부해 버리는 태도, 그리고 '현실 가능성'이라는  근거하에서 무시해 버리는 것, 결국에는 문제의 해결이나 대안과는 커다란 연관이 없는 피상적인 정책을 중심으로 한 의제 채택을 전략이랍시고 제출하는 것...

 

그런데 워낙 비이성적이고, 몰상식적이고, 폭력적이고, 싸기지 없고, 얼굴 철판의 두께가 얼마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자본이나 시장, 보수주의자이 판치는 한국사회에서  이렇게 제안된 전략이라도 지지하고 실현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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