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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민간시장활성화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회서비스, 공공중심의 인프라구축이 우선이다

- 사회적기업, 민간시장활성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보육, 노인간병, 방과 후 활동, 장애인 도우미 등 그동안 개인과 가족이 책임지고 있었던 서비스 분야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인구의 증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증가 등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사회서비스 일자리창출 전략’을 제출하여 2010년까지 8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전략은 알려져 있다시피 민간시장 활성화를 기본 방향과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인수발보험제도의 도입, 요양서비스의 건강보험 수가 포함, 각종 바우처제도의 활성화, 보육료 상한제 철폐 등의 제도개선과 이를 위한 재정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선제적 사회투자, 양극화 해소를 위 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이다. 사회서비스 관련 2007년 예산에 대한 설명에서도 정부는 2006년 예산에 비해 세배 정도 많은 예산을 편성하면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신규 공익형 사업은 지양하겠다고 한다. 즉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연계형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기업에 대한 컨설팅의 확대도 사회서비스 일자리 사업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일환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간시장으로 ‘사회양극화’를 해소한다?


하지만 민간시장은 ‘이윤’추구를 최우선적인 목표로 한다. 그리하여 첫째, 사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해소나 사회서비스의 질 향상 등은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간공급자는 정해진 법적 서비스로는 이윤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정해진 법적 서비스로는 이윤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급여 항목의 서비스를 개발하게 된다. 이때 추가적인 비급여 항목은 고비용일 가능성이 크고, 결과적으로 소득이 낮은 노인들은 질 낮은 규정서비스만을 받게 되고, 그 외 소득이 높은 집단에게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양극화 현상을 낳게 된다. 아울러 이에 따라 비용 또한 증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해진 서비스의 질이 낮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정 정도 돈을 지불하더라도 질 좋은 서비스를 공급받으려 할 것이므로 추가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결국 ‘사회적 부담’이란 명분은 퇴색된 채 개인 부담은 더욱 더 늘어날 것이며, 비용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계층은 잔여적이고 시혜적인 서비스만을 받게 된다. 현재 대표적인 분야가 의료분야인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간병이나 보육 등 아직 공급과 수요가 초기단계인 현 시점에서 민간시장 중심의 전략을 채택한다는 것은 잘못된 전철을 밟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둘째,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수입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 민간서비스공급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저임금, 노동강도 강화, 고용의 미보장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고용노동자의 임금을 낮추는 것이다. 사회적 일자리나 보육료 지원처럼 정부의 예산지원이 정해져 있는 경우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보육교사의 살인적인 노동시간이 대표적인 예이다. 재정지원규모에 따라 고용노동자의 수가 좌우될 것이므로 당연히 고용보장은 낮을 수 밖에 없다. 한편 이를 강화하는 명분으로 간병․보육․장애인도우미 등의 사회서비스 노동을 ‘반숙련 노동’으로도 취업가능한 일자리이고, 특히 취업취약계층에게 우선적으로 마련될 수 있다고 하면서 ‘노동자성’마저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 2007년 사회서비스일자리 관련 예산에서도 일인당 인건비는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의 개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질’의 문제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만드느냐 하는 점이다. ‘민간시장’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최종적으로 서비스의 수요당사자의 부담을 늘 수밖에 없다. 또한 서비스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범위는 더욱 더 늘어나고 공급의 직접당사자인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권과 노동조건은 후퇴할 수밖에 없고, 역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사회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기업, ‘보호받는 시장’인가? 민간시장활성화 수단인가?


민간중심의 사회서비스 일자리창출 전략이 갖는 문제에 대한 지적이 사회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과정에서 지난 12월 8일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다. 교육, 보건, 사회복지 등 사회서비스의 혜택을 적절히 누리지 못하는 취약계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특히 취업이 어려운 노인이나, 여성 등에게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여 사회통합과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이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 유럽의 사회적기업처럼 ‘보호받는 시장’이라기 보다는 민간 중심의 사회서비스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위에서 지적한 민간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보다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양산할 우려가 크다.

첫째, 이번 통과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사회적기업에 관한 정의가 구체적이기 보다는 너무 포괄적이고, 포함하는 영역이나 분야도 지나치게 광범위하다.(2조 정의) 또는 인증 요건에 비영리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민법 상 법인, 조합, 상법 상 회사 등에게 모두 허용하고 있어서(7조 1항), 필수사회서비스를 취약계층에게 제공한다는 애초의 취지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회사의 이해에 종속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비록 발생 이윤 3분의 2이상을 사회서비스 목적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지만 ‘사회서비스 목적’이란 이를 수행하는 사회적기업의 이윤추구 활동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의미 있는 규정이라 할 수 없다. 만약 이러한 모호한 목표와 규정 하에서 추진될 경우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각종 민간기업이 규제완화와 세제지원 혜택을 등에 없고 난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사회적 기업에 고용되는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법안 15조와 16조에서는 연계기업의 역할에 관한 규정을 내리고 있는데 사회적기업의 근로자에 대해서는 고용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세제지원 혜택을 받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점에서 2조 4항에서 “사회적기업과는 인적․물적․법적으로 독립되어 있으나, 사회적기업의 발전을 위하여 다양한 지원을 행하는 기업”이라는 ‘연계기업’의 정의는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그리고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해서 노동조건 관련 4대보험료를 지원하는 것 이외에 여타 노동관련 법률 규정에 대한 조항이 발견되지 않는다. 임금결정, 고용여부 등에 대해 이들 노동자의 권리보장이 정부 예산의 규모나 사회적기업의 수익 수준에 좌지우지되어 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가 있다. 이는 사회적기업의 정의와 사회서비스 포괄범위가 애매모호하고 포괄적임에 비해, 사회적기업육성위원회의 구성과 포괄범위는 지극히 제한적인 데에서도 확인된다.(9조) 노동자대표의 참여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정리하면 ‘사회적 기업’에 대한 규정과 ‘사회적 목적’에 관한 정의가 모호하며, 사회서비스 분야로 교육․보건․사회복지․환경․문화 등 지나치게 포괄적인 범주 규정은 향후 사회적기업의 규정에 있어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이 같은 모호한 목표 하에 추진되는 사회적기업에는 각종 민간기업이 규제완화와 세제지원 혜택을 등에 업고 난립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를 시행할 주체에 대한 명확한 판단 없이 내년 7월부터 시행할 경우 많은 혼란과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시행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점이 보완되어야 한다. 우선 법안 제2조 정의 조항 전반에 ‘사회적 목적’과 ‘사회서비스’ ‘사회적기업’관한 규정을 보다 엄밀히 해야 한다. 둘째, 사회적기업의 자격을 비영리민간단체 및 비영리법인으로 제한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기업 내 유급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준수 등 노동조건관련해서 지켜야 할 조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넷째, 연계기업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노동자에 대한 고용사항의 책임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다섯째, 사회적기업육성위원회에 노동자 대표 등 기업참여 주체의 참여를 확장된 형태로 보장해야 한다.


공공중심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민간중심의 사회서비스 공급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공공인프라 중심의 서비스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즉 서비스공급자인 노인요양병원, 어린이집 등을 공공적으로 설립해야 한다.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가책임을 분명히 하고, 운영은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결합하여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 및 서비스 수요자, 그리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민주적 원리 하에서 운영하고 책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애초에 목표로 하고 있는 사회통합 및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사회양극화 해소라는 취지를 실현할 수가 있다.

또한 취업취약계층에게, 속칭 ‘목구멍이 포도청’인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사회적 일자리가 당장의 소득을 발생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할지라도 이들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뒤로 미루는 명분으로 작용해선 곤란하다. 정부에서 실시하는 사회적 일자리이든, 향후 만들어질 사회적기업의 일자리든 이을 일자리에 참여하는 불안정노동자의 임금 및 고용조건, 노동조건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이들의 ‘노동자성’을 확보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도록 하고, 최저임금 예외대상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노동권 확보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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