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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개혁안 합의(?) 봉합(?)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이 국민연금개혁(?)안에 합의했다고 한다.

 

아래 표(한겨레에서 인용)가 대략적인 내용을 정리해주고 있다.

 


 

여기에다 덧붙여 2017년까지 보험료율은 12.9%까지 올리고, 급여율도 차츰 40%까지 인하한다고 한다. 그리고 기초연금액수는 2030년에 월 24만원 수준까지 올린다.

 

이런 합의안을 보면서 드는 생각

 

하나, 애초 정부에서 국민연금재정안정화를 이루겠다는 개혁 목표는 달성가능한가? 그 논리를 따르더라도 기냥 시점을 뒤로 미룰 뿐이다. 단 2040년 이후 당분간은 국민연금기금으로는 더 많은 돈이 쌓이게 된다. 2500조 이상이다.

둘, 사각지대 해소는 기초연금도입을 통해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2008년부터 60세 이상된 이들은 무조건 월 8만 3천원을 받게 된다. 2030년부터는 월 24만원(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아마 지금 8만3천원의 가치정도를 하게 될 거다)을 받게 된다. 노후 소득보장은 안되지만 가끔씩 친구들 만나서 술한잔 기울이고,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볼 용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지금도 경로수당이라고 월 3만원-7만원의 돈이 일부 노인들에게 지급되고 있기 때문에 액수는 조금 더 늘어나고 대상자의 혹이 확대되는 정도일 뿐 이를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라고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포장만 바뀐 거 아닌가?

셋, 기존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는 이들은 나중에 수령액수가 줄어들고, 보험료는 더 내게 되었다. 보통 노후소득의 수준은 평균임금의 7-80%정도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고 한다. 유럽의 연금의 경우 대부분 퇴직후 이 수준을 지급한다. 한국사회는 지금도 60%수준인데(이것도 40년간 다 보험료를 납부했을 경우이고, 현재 평균 납부기간은 21년 정도이므로 30%를 약간 넘는다) 이게 50%로 줄어들고, 요즘은 고용이 더불안하기 때문에 보험료 납부기간이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므로 실제 급여율은 더 가중하여 떨어질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지금도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큰데(아마도 국민연금으로 노후 소득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가뭄에 콩나듯이 할 것이다) 이러한 불신이 해소될 여지는 더욱 더 없어졌다.

현재 노동자의 노후소득 보장방안으로는 대부분 퇴직금(퇴직연금제도, 기업연금의 도입으로 앞으로는 연금형태가 일반화될 것이다)과 여기에다가 더붙여 민영연금보험을 가입(재테크라고 하는 모양이던데, 요즘은 부동산투자도 포함되는 것 같다)하는 것이 대다수이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에서 받는 것은 핵심수단이 아니라 기냥 보조수단일 뿐인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넷, 앞으로 몇십년간 엄청나게 쌓이는 국민연금기금(현재도 150조에 가깝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2500조 이상 쌓이게 된다)과 퇴직연금(100조 정도 예상하고 있다)의 운용을 둘러싸고 운용주체, 사용범위와 수준을 둘러싸고 일상적인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이는 자본금융시장에 투여되게 되어있다. 현재도 10조가까이 자본시장에 투여하고 있는데 이 액수는 더 늘어날 것이고, 주식시장은 말 그대로 아주 든든한 자금줄, 저수지를 지금도, 앞으로도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결론, 이것은 개혁 수준도 아니고 기냥 봉합일 뿐이다.

 

2002년 부터 국민연금개혁이 논란을 시작할 때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동안 우리는 무얼 더 진전시켰느냐 하는 자책이 든다.

 

 



 

국민연금 개악안 철회하고, 실질적인 노후소득보장의 대안을 마련하라!

---연금급여 55% 인하는 노동자․민중의 반발을 완충하기 위한 기만적인 발상이다.---


정부는 지난 4월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안' 공청회에서 인구노령화로 인한 국민연금 재정이 2047년 완전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재정안정화라는 명목으로 보험료는 올리고 연금급여는 축소하는 방안들을 내놓았다. 그중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방안은 현행 보험료율 9%에서 15.8%까지 인상, 급여율 60%에서 50%로 인하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정부가 주장하는 이러한 방안은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목적 자체를 축소시키는 개악안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7월 19일 신문보도를 통하여 현행 급여율인 소득대체율 60%에서 55%로 인하하고 단계적으로 보험료를 올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 대하여 정부가 애초 주장한 급여율 60%에서 50%인하 방안에 비하여 개악의 폭이 축소된 것처럼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급여율 55% 인하 방침은 노동자․민중의 반발을 완충시키기 위한 기만적인 조치이다.

오히려 이번 발표는 연금 급여율 인하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반발을 완충시키기위한 기만적인 조치로 보여진다. 정부는 연금수급자가 대폭 늘어날 2010년에 60%에서 50%로 급격한 인하가 가져올 노동자의 반발을 의식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무마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다. 현재 연금 수급자는 그다지 많지 않고 국민연금에 대한 기대 또한 높지 않은 2004년 시점부터 단계적으로 급여율을 인하하여 노동자․민중의 반발을 무마해보고자 하는 수작에 불과하다. 또한 노동자․민중의 현실 부담을 가중시키고, 노후 소득을 축소시킬 방안들은 계속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정부의 '재정안정화 방안'이 연금급여 50% 인하에 무게가 실려 있음을 상기해 본다면 2004년 55% 인하 방침은 단계적으로 50% 인하로 갈것이고 이에 발맞추어 보험료 역시 단계적으로 인상되어질 것이 뻔하다.


국민연금 축소는 연금의 시장화, 연기금의 금융자본화 의도 속에 노동자․민중의 노후 빈곤화를 가져올 뿐이다.

정부는 이후에도 끊임없이 국민연금을 공격하면서 지속적으로 보험료는 올리고 급여율은 낮추어 가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각종 세제혜택을 자양분으로 성장한 민간 보험회사 주도의 민간연금시장의 확대를 꾀할 것이다. 즉 오늘의 국민연금의 급여 축소와 보험율 인상은 단순히 재정고갈문제의 해소를 목적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연금제도의 파괴와 민간연금시장의 확대를 통한 노동자 민중의 노후 빈곤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의 적립된 연기금은 경기부양등을 목적으로 불안정한 금융시장에 투자됨으로써 노동자민중의 노후소득은 언제 폭삭 주저앉을지 모르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결국 국민연금의 축소는 보험시장 확대와 연기금의 금융자본화라는 자본의 의도 속에 노동자 민중의 노후 빈곤화를 가져올 것이다.


인구노령화와 재정고갈이 문제가 아니다. 안정적 노후생활의 보장이 문제이다.

정부는 인구노령화를 들며 재정고갈 운운하고 있다. 정부는 재정고갈을 해소할 방안으로 2070년까지 연급지급액의 2배를 적립하기 위하여 보험요율 인상과 급여율 인하를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이번 재정안정화 방안은 사회보험이 가지고 있는 연대의식과 사회적 책임의 의미를 제거해버린 채 노후생활의 모든 부담을 노동자․민중 개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려고 한다는데 있다. 인구노령화는 의료기술의 발달과 인구구성 변화로 인한 사회적 결과이다. 이러한 사회적 결과로서 노후생활보장은 사회적 비용의 차원에서 고려되어야하지 맹목적인 재정안정화 방안이나 연금 축소 방안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 연금 개혁안에서 가장 중요하게 중심에 두어야할 것은 노동자․민중의 안정적인 노후생활보장이다.


국민연금 개악 시도를 중단하고, 실질적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라

불안정노동이 증가하고 노동자․민중의 빈곤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노동자․민중에게 더 많은 보험료를 내도록 강요하고 더 적은 연금으로 노후를 살아가라는 것은 노동하고 있는 시점에서도 빈곤하게, 노후에도 빈곤하게 만들 뿐이다. 또한 정부는 국가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노후생활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민중은 정부의 재정안정화 방안을 거부한다. 정부는 모든 부담을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노동자․민중의 삶에 전가시키는 모든 재정안정화 방안을 철회하여야한다. 그리고 재원이 문제라면 날로 살찌워져가고 있는 자본에게서 새로운 재원 마련의 경로를 찾아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국민의 노후 생활 보장을 위한 사회적 책임하에 연금의 실질적 개혁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03. 7. 24

보건복지민중연대(민중복지연대․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 사회진보연대,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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