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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못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속담이야 말로 오랫동안 우리의 의식과 관행이 배어 있는 어찌보면 훌륭한 격언이기도 하고, 세상을 풍자하는 촌철살인의 경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독 이 속담만은 자신의 가난과 고통을 숙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묻어나오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느낌을 가진다. 물론 긴 세월동안 위정자들의 행태와 지배적 의식과 제도가 그러한 '숙명'을 받아들이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오랜 동안의 '관습'을 인정했는지, 헌법재판소가 예의 판결을 내렸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다운생활을 할 권리'와  경제, 성, 장애여부 등에 차별받지 않을 '평등권'을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은 위반하고 있다는 위헌소송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국가는 '최소한의 조치'를 다하고 있으며, 다른 여타 법률을 통해 보완하고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빈곤사회연대(등)은 '헌법재판소가 빈민을 버렸다'며 강력하게 규탄을 했다.

 

올해는 최저생계비를 계측하는 해이다. 최저생계비 수준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150만에 달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들의 3년 생활과 삶이 달라진다. 참여연대에서 시행했던 '최저생계비로 한달 나기' 체험 프로그램에서 대다수 참여한 사람들이 적자생활을 면치 못했던 것에 대해 정부관계자가 했던 말이 '빈민처럼 살지 않아서'라고 했다고 한다. 아마도 자신의 속내를 가장 잘 드러낸 말일 것이다. 왜 '빈민처럼' 살지, 자꾸 더 많은 걸 요구하냐는 것일 게다. 주면 주는대로, 하라면 하는대로 해야지 왜 자꾸 꿈틀꿈틀 저항의 움직임을 보이냐는 것일 게다.

 

이들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마지않는 헌법에서 여러 생활적,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는 문구는 '악세사리'로 여기는 게 틀림없다. 그러니 '관습헌법'이라는 것에까지 기대어 기존의 질서와 의식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이제는 앞의 속담을 읖조리는 오래된 관습을 버릴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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