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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의 정치경제학

이 글도 이전 포스팅과 마찬가지로 www.skepticaLleft.com에서 퍼온 글인데..앞의 글과 마찬가지의 필자가 쓴 글이다. 인수위에서 경부, 충청, 호남운하를 임기내에 완성하겠다고 요즘 떠들고 있는 모양인데..참고할 수 있을 듯..

 

 

(이하 퍼온 글)

 

 

경부운하와 같은 미친 공약을 보고 설마 추진할라고 하는 생각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그들로서는 무조건 시작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주변에서, 특히 반대당이나 세력에서 극구 반대하여 그만두는 모양새를 갖추더라도 정치적으로 전혀 손해볼 것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글에서 얘기했지만, 향후 남한 보수층이 권력을 확실히 장악할 담보는, 수도권 중상층부의 지역적 이익을 보장하여 과반 이상의 지지를 확보하고, 영남에서 몰표를 받는 것이다.  투표라는 것은 각 개인에게 내밀한 이익 계산 하에서 행해지는 행위이기 때문에, 계급 계층적 이익, 지역적 이익, 개인적 친분에 의한 이익, 같은 사상이나 감정 상태에 의해 야기되는 정서적 이익의 총합으로 표현된다.  영남에 지역적 이익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단지 지역감정과 같은 정서적 이익만으로는 몰표를 받을 수 없다.
 
지난 10년 수도권 개발 규제로 가장 이익을 본 지역은 강원 원주, 충북 청주, 음성, 충남 천안, 아산, 서산 등 경기도 인접 도시들이다.  공장 총량 규제로 공장 지을 땅이 없어 이들 지역에 공장이 지어졌다.  천안만 해도 10조원 이상이 투자된 삼성 LCD 공장과 이 공장의 부품 원료 공장이 대규모로 들어서면서 엄청난 인구 증가와 소득 증가를 가져왔다.  만약 수도권에 공장 신설을 무제한 허용한다면, 투자 기업으로서는 막대한 부동산 시세 차익까지 누릴 수 있는 수도권에 어떻게든 공장을 지으려 할 것이다.  공장이 지어지고 인구가 늘면 이 공장을 아파트 부지로 팔아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조금 더 외곽으로 공장을 지은 다음 다시 팔아 또 돈을 벌어 왔던 것이 그간의 한국 기업의 수익 모델 중의 하나였다. 
 
인천에서 평택으로 내려오는 모든 길,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농로를 가리지 않고, 그 주변에 정식으로 공장 허가를 받지 않은 무수한 소규모 공장 (일정 이하 면적은 공장이 아니라 조립장으로 편법 허가하여 공장으로 사용하게 함)이 있고 또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공장이 조그만 더 발전하면 정식 공장이 필요로 하는데, 수도권 공장 신설 면적 총량 제한으로 공장을 짓기 위해 수 년을 기다리던가, 아니면 수도권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  이렇게 지어지는 공장에서 근무하는 많은 노동자, 기술자, 관리자, 경영자 들이 살기 위해 수도권에 많은 주택단지가 필요하다.  이전의 수도권 주택단지가 서울의 베드 타운이었다면, 이제는 점차 수도권 외곽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단지가 되었다.  그래서 아침이면 서울로 올라오는 도로뿐만 아니라 내려가는 도로에도 출퇴근 차량을 가득하다. 
 
그간의 우리나라 수출을 위한 전진기지는 부산경남 등 동남해안에 집중해 있었다.  미국과 일본 등에 수출될 조립, 단순 가공 제품이었다.  많은 노동력이 있었던 서울에서 생산된 제품과 그 제품에 필요한 원료는 경부 축으로 수송되었다.  하지만, 단순 가공품의 수출이 거의 없어지고, 동남해안이 점차 중공업 단지가 되면서 경부 축의 수출입 수송 부담은 줄어들었다.  이제 수출입의 핵심이 범중국권과의 교역으로 바뀌었다.  중국과의 수출입이 미국, 일본과의 무역액의 합보다 많아졌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기계, 원자재 등 보다 고도화된 상품으로 바뀌고, 수입은 수입지에서 직접 소비될 식료품, 생활필수품과 같은 단순 상품 위주가 되었다.  따라서 기술도 발달되어 있고 좋은 기술자들을 쉽게 얻을 수 있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수도권의 발전이 더욱 촉진되었다.  이에 따른 중국권에 대한 수출입 상품은 이전처럼 부산을 통하는 것이 아니라 인천이나 평택항에서 직접 운송된다.
 
우리나라 공업입지를 보면 대구와 경북 구미를 제외하고는 모두 해안에 위치해 있다. 반도이기 때문에 연안 운송이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의 생산, 수출액이 증가함에도 연안 운송이 발전하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 운송의 핵이 무역에 있고, 수도권 무역 상품이 범중국권으로 직접 운송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부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철도의 여객운송 부담이 줄어들면서 철도가 화물 운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더욱 연안 운송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가령 화성의 한 공장에서 컨테이너를 부산항으로 실어 날아야 한다면, 화물차로 이용해 직접 부산항으로 가든지, 화물차로 의왕 열차 컨테이너 센터에 보내면 된다.  하루 안에 부산항에 도착한다.  배로 운송할 경우, 인천항이나 평택항으로 보내 환적한 다음 부산항으로 보내야 하는데, 3일 정도 걸릴 것이다.  많은 갑문과 댐을 통과하고 구불구불한 강을 지나야 하는 경부 운하는 이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미국, 일본에 대한 무역 비중이 줄고, 그 무역도 대량 운송을 요구하는 품목이 점차 줄어 들고, 그것도 그 운송에서 철도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부운하보다 효율 (시간, 비용)이 좋을 연안운송이 활성화되기 힘든 구조에서, 엄청난 돈을 들여 기술적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경부 운하를 만드는 것은 누가 보아도 미친 짓이다.  환경 파괴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한번 비가 크게 오면 모든 것을 쓸어 가버린다.  하천은 거기에 맞게 적응해 왔다.  운하를 위해 하상을 준설하더라도 한번 큰 비가 오면 강 바닥 지형이 모조리 바뀔 것이다.  해마다 강 바닥을 조사하고 준설해야 한다.  낙동강 본류에서 충주댐까지 직선 거리만 해도 수십 km이다. 여기는 고도가 급격하게 변하는 곳이다.  폭 수십m의 운하를 파고 표고 200m 를 올라갈 수 있는 계단식 갑문을 만들고, 5000천 톤급 배가 다닐 수 있는 20km에 이르는 이중 수로 터널을 뚫는데 얼마나 큰 돈이 들지 모른다.  표고 300m 수로로 배를 들어올리고 내리기 위해서는 그 높이 이상에서 지속적으로 막대한 물을 공급해야 한다.  수로에 고여 있는 물이 겨울에 얼면 운행하지 못한다.  화물 운송업자들에게 겨울에는 운행할 수 없다면 애초에 그런 운행 노선은 정하지 않는다.  안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 공약이 사람들 주의를 일단 끌기 위한 미끼 공약이었고, 일단 이를 성공했으니까 폐기될 공약일까?  누군가가, 특히 반대 세력이 심하게 반대하기를 기다려 이들 핑계를 대고 빠져 나가기 위해 일단 세게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정치적 목적이 있어 일단 추진하는 것일까?  모든 가능성이 있다.  앞의 두 가능성은 단순한 것이지만, 뒤는 면밀히 따져 보아야 한다.  이 이후에 대운하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명박 공약대로 수도권 규제를 풀면, 수도권 부동산 소유자, 공장 소유자, 기업 등에 막대한 이익을 줄 것이다.  수도권에 공장, 기업 신설은 더욱 가속화되고 지방의 피폐화는 더욱 심해진다.  미국,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드는 것이 비례하여 영남 지역의 이익은 심대하게 침해 받는다.  여기에 대학 적자 생존을 요구하는 차기 정부의 공약과 맞물리면 지방 대학의 몰락은 가속화되고, 수도권의 교육 집중 또한 가속화된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필연적으로 영남의 지역적 이익과 상충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내륙에 있는 대구, 경북이 가장 타격을 받을 것이다.  대구의 섬유 산업은 이미 몰락했고, 구미의 전자 산업 중 후진 산업은 다른 나라로 이전될 것이고 선진 산업은 수도권으로 올라올 것이다.  한국 보수층의 정치적 고향이 바로 그들의 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이다.  이럴 경우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정당이 출현할 경우, 대선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총선에서는 과반수를 못 넘길 확률이 높아진다.
 
이 대구 경북을 당분간 묶어둘 가장 최선의 공약이 바로 이 경부운하이다.  건설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을 풀어 이 지역의 경기를 일정 이상으로 유지 시킬 수 있고, 건설 전, 건설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분화 과정에서 이들 지역을 자신의 세력으로 묶어 둘 수 있을 것이다.  경부 운하 주변에서 일어날 부동산 경기 활성화도 이들 지역의 상층을 묶어 두고 이들이 지역에서 적절한 여론을 만들어 대중이 이탈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경부 운하는 경제적 효과는 거의 없다.  정치적 제스쳐일 뿐이다.
 
수도권의 활성화와 중국과의 관계 긴밀화는 곧바로 그 외연이 충남, 호남축으로의 발전으로 연결된다.  이미 그 영향이 군산까지 내려가 있다.  평택항에서 한 시간만 고속도로를 달리면 군산이 나타난다.  그래서 저들이 서해안 고속도로를 완공시키려 하지 않았다.  서해안 고속도로는 노태우 때 착공되어 10년 동안 완성되지 않다가 DJ 집권 후 불과 몇 년 만에 완공되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정치적으로만 본다면야 열심히 반대할 필요가 없다.  다음 정권까지 저들에 내준다 하더라도 (또 어떻게 해도 그럴 확률이 높다.  수도권 규제 해제의 효과가 그때까지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 다음에 경기 활성과 같은 경제적 효과는 다하고 경부 운하의 부작용만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의 피폐화가 본격적으로 발현할 때, 그들을 결정적으로 공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섣부른 공격은 적만 튼튼하게 해주고 빌미만 제공할 뿐이다.  열심히 반대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오히려 당황할 것이다.  그 다음을 걱정할 남한의 보수 세력 중에 반대하는 자들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그때 움직이면 된다.
 
하지만, 국가를 위해서나 환경을 위해서나 경제 효율을 위해서나 경부 운하는 절대 착공조차도 되면 안 된다.  대의와 정치적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정당의 목표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실패했다.  올해 세금 잉여가 10조가 훨씬 넘는다.  이 돈으로 유류세 인하라도 했으면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잉여를 가지고 유류세 인하, 종부세 인하, 법인세 인하 등 이명박은 내년 한해 한껏 선심을 쓸 것이다.  이 얼마나 이적 행위인가?  그 돈으로 올해 초부터 서민 생활에 도움을 줄 유류세 인하, 부가가치세 인하, 자영업자 소득세 환급의 대폭 확대만 했어도 대선에서 이 지경은 안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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