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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빈곤'의제가 희미한 진보 양당의 총선정책공약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총선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노동당은 "서민도 좀 먹고 삽시다"란 제목으로 '3생 경제, 민생살리기 4.9서민행복 약속'이란 이슈하에 18개 분야, 49개 정책과제를 제시했고, 진보신당은 사회연대전략, 북한과의 인권대화, 녹색사회전환을 골자로 한 22개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양당 모두 이명박 정부 시기 한국사회가 맞이할 위기와 위험, 민생파탄에 대비하여 구조적이고 전환적인 '대안의 제시'에 대한 필요성의 강조와 더불어 당장의 민생문제에 대한 긴급처방, 그리고 추진되고 있는 공공부문 민영화에 대한 '반대'와 '저항'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위와 같은 요구안의 내용을 보면서 이들이 말하는 '서민'에는 '빈곤층'은 포함되지 않거나, 빈곤층에 대한 시급한 대책은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력하다. 양 당이 제시한 정책공약의 내용은 사실 대부분 빈곤층이라고 할 수 있는 하위소득 20%계층에 해당된다기 보단, 그것보다 위의 소득을 올리는 계층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누군가는 서민을 소득 수준으로 보면  1, 2, 3분위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양 당의 공약내용은 대부분 1, 2분위에 해당한다기 보다, 3분위 이상의 계층에 해당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 사회의 빈곤층은 기초생활보장의 수급권자와 최저임금적용 예외 노동자, 4대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 노숙인, 금융피해생활자, 일할능력을 갖지 못하는 노인, 한부모 가정, 이주노동자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에게는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로 하든, 보험료를 지원하든, 대학등록금을 내리든, 밥상혁명을 하든, 대형유통자본 규제를 하든 이들 정책은 '그림의 떡'이거나, 피부적으로 와닿기에는 너무 멀다. 

 

물론 양당이 제시하는 서민의 민생을 해결하겠다는 공약이 대다수 노동자와 민중이 빈곤한 삶으로 떨어지는 것을 예방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자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과제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1017빈곤철폐 공동행동을 통해 천명된 반빈곤을 위한 10대 요구안의 내용이 부분적으로는 정책공약에 반영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현재 사회적, 정치적으로 쟁점화되어 있는 비정규직, 교육 영역에 비해 빈곤 의제가 부차화되어 있거나,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언론에서 생계비관으로 인한 자살이 가끔씩 거론될 때 빈곤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환기되듯이, 진보정당에서조차  '민생'의 문제에서 빈곤은 예외적이거나 특수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은지,  이러한 우려가 노파심에서 나온 것으로 간주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실 이 시대의 빈곤층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이는 일차적으로 빈곤층 스스로의 목소리와 행동을 조직하지 못해 왔던 반빈곤 주체운동의 조건과 상황, 역량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렇다 하더라도 진보정당이 제시한 공약에서 판단컨데 진보의 방향이 수평적으로는 넓어졌을지 몰라도, 보다 낮은 곳으로의 지향과 눈높이는 아직은 더욱 더 낮아져야 할 듯 싶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도로가 나 있어서 산중턱 부터 등산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산을 제대로 오르고 산의 깊은 맛을 알려면 가장 낮은 곳에서 한걸음 한걸음씩 발걸음을 옮길 때 가능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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