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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녹보라, 우리 지금 만나] 자연의 언어와 농민의 삶이 공존하는 생태를 위해

 

[적녹보라, 우리 지금 만나] 자연의 언어와 농민의 삶이 공존하는 생태를 위해

네 번째 이야기: 생태환경운동의 속내이야기 2

 
이안지영
네 번째로 열린 NGA 가나다 토론회의 주제는 ‘생태/환경 운동 속내이야기’였다. 이제 3년차에 접어든 녹색연합의 김성만 활동가와 여성 농민으로 평생을 살아온 20년 차 활동가 임은주 전여농(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처음에는 두 활동가의 활동 시간 차이만큼이나 활동 공간이 멀게 느껴졌지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서로의 공간에 성큼 다가선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두 활동가는 서로 만난 적은 없었지만 같은 공간에 있었다. 김성만 활동가가 4대강 공사 반대를 위해 4개월간 지냈던 지역이 바로 임은주 활동가가 활동하며 살고 있는 삶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임은주 활동가는 당시 지역의 분위기상 여성 농민회에서 적극적으로 연대하지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그 때 얼굴을 맞대고 만났더라면 지금 상황과 조금은 달라져있을까? 지나가버린 시간이 문득 아쉬워진다. 

자전거를 타고 떠난 여행길의 끝에서 녹색 연합을 만나다

먼저 4대강 현장팀에서 현장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는 김성만 활동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성만 활동가는 어린 시절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어린 시절 김성만 활동가는 낙동강 주변에 살았다고 했다. 썰물이면 친구들과 게를 잡고 놀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하구둑이 생기면서 이제 그 곳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추억의 공간이 되었다고 했다. 그런 어린 시절 때문이었는지 김성만 활동가는 결국 대학교를 그만 두고 1년 2개월 간 훌쩍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중국 상하이에서 포르투갈까지 이어진 여정……. 여행에서 돌아와 녹색연합에 정착한 걸 보면 아마 그 여행이 한 사람의 삶을 많이 바꾸었나 보다. 

현재 김성만 활동가는 4대강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여주 신륵사에 머물면서공사 현장을 지켰다. 그 활동을 하면서 못내 아쉬웠던 점은 지금의 환경 단체 활동이 너무 언론 및 정부 정책 대응 중심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활동들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것이 전부여서는 안되는데, 김성만 활동가는 현재의 환경단체 활동의 대부분이 언론이나 정부 정책 대응에 치중되고 있다고 보았다. 실제 사람들을 바꾸어내기 위한 활동은 그에 비하면 너무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김성만 활동가의 이런 문제의식은 얼마 전 열린 4대강 반대 인간띠잇기 행사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행사 홍보를 많이 했는데도 녹색연합 회원은 두 명 정도밖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녹색연합과 회원 수가 비슷한 한 단체에서 200명의 회원이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적은 수였다. 사실 녹색연합에서는 연말마다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고 한다. 여전히 회원참여에 많은 비중을 둘 수 없는 현실이 늘 문제다. 

그렇지만 김성만 활동가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을 바꾸어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곧 강원도에서만 40개 골프장이 생긴다고 하는데 골프장 반대 활동을 위해 녹색연합에서 활동가를 현장에 파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골프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바꾸는 것은 아닐까? “시민들을 바꾸는 운동이 있었더라면”이라고 말하는 김성만 활동가의 얼굴에 아쉬움이 남아 보였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녹색연합에서는 서울 성곽 순례길 기획을 했었다고 했다. 서울 성곽을 둘러둘러 걷는 여행. 산 정상으로 향하는 여행이 아닌, 중심만을 향해 가는 여행이 아닌, 둘레를 걷는 여행. 그런 여행을 통해 사람들에게서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천천히 걸으면서 말이다. 김성만 활동가는 이젠 자전거만큼이나 걷기의 매력에 빠져있다고 했다. 결국 운동은 사람을 바꾸어나가는 것이라 믿으며, 김성만 활동가는 “사람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자연의 언어를 잃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끝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그 어느 때보다 흉흉한 2011년, 빨리 지나갔으면

20년차 활동가, 역시 흘러간 시간은 저력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 부담감을 토로하며, 긴장감을 호소했던 임은주 활동가는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그 자리에 있는 사람 모두를 마력으로 빨아들였다. 농민들에게 청천벽력 같았던 2010년, 그리고 2011년. 구제역으로 농민들은 많은 타격을 받았다. “어느 농가가 매몰 작업을 했다더라”, “포크레인 작업을 했다더라” 등등 흉흉한 소문들로 농가는 공포 분위기였다. 2차 백신을 맞추고 나서 안심인가 했더니 또 조류 독감이 터졌다. 작년과 올해 너무 모진 꼴을 많이 보았다고 말하는 임은주 활동가 얼굴에 순간 근심이 맺혔다. “올해 무사히, 탈없이 날 수 있으면 좋겠다.”

임은주 활동가가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전여농은 올해로 22주년을 맞이했다. 여성 농민들, 그 누구보다도 농촌에서 구슬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임에도 늘 기록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경찰 저지선을 통과하는 투쟁의 선두에는 늘 여성 농민들이 있었다. 남성 농민들이 이리저리 타협해도,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것이 여성 농민들이었다. 임은주 활동가는 그런 여성 농민으로, 그런 여성 농민을 위해 살아왔다고 했다. 처음 시작은 농활이었다. 그리고 88년 고추 투쟁 때 당시 학생이었던 임은주 활동가는 결국 교사의 꿈을 버리고, 그 투쟁에 합류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2002년부터 여성 농업인 센터를 시작하면서 여성 농민들이 쉬고, 문화 활동도 할 수 있는 공간을 꾸미기도 했다.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여성 농민 교육, 문화 활동, 상담 활동, 어린이집, 공부방 등등의 활동을 했다. 물론 한 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투쟁에도 적극 가담했다. 이게 무너지면 줄줄이 무너질 거라는 생각에 돼지를 몰고 국회로 달려갔다. 속사포처럼 몰려오는 개혁 개방 흐름 속에서도 농촌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매달렸다. 

여성농민회가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것! 식.량.주.권. 아자!

임은주 활동가는 몬산토 같은 다국적 기업이 종자를 장악하고, 토종 씨앗의 씨를 말리고 있는 현실에서, 전여농은 식량 주권을 중요한 의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여농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전세계적 농민 조직인 비아 깜파시나가 최근 선언한 닐레니(Nyeleni) 선언을 소개했다. 짧게 소개하자면, “먹거리는 인권이다”,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들이 소유해야 한다”(그런데 현재 한국 기업들이 탄자니아에서 토지를 영구 임대해 원주민을 쫓아내는 일들을 하고 있단다), “지속가능한 농사를 위해 토종 종자를 보존해야 한다”, “먹거리 무역을 재편해야 한다”, “굶주림의 세계화를 막기 위해 초국적 자본들을 통제해야 한다”, “먹거리는 사회적 평화를 위해 쓰여야 한다” 등이다. 2011년에도 전여농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농민 생존권 보장, 토종 씨앗 지키기, 소비자와 농민 네트워크 만들기 등등의 활동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여성 농민으로 살아오면서 임은주 활동가는 여성 농민들이 그 동안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여성 농민들은 그 동안 해온 역할에 비해 발언권이 많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말이다. 여전히 여성 농민들의 갈 길이 멀어보였다. 이뿐 아니라 여성 농민들이 현실적으로 많이 고민하는 문제는 한국 사회 전체의 사회 문제와 많이 맞닿아 있었다. 점점 농가가 경제적으로 생존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자녀들의 기본 학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은 농민들을 무력감 속에 빠져들게 한다고 강조했다. 점점 함께 농사를 짓는 사람은 줄고, 과거 선배 농민들은 나이 들어가고 점점 농민들의 현실은 어려워만 간다. 그래도 임은주 활동가는 전여농 정책위원으로서 최근 새롭게 농촌으로 들어오고 있는 이주 여성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여성 농민을 포괄할 정책들을 고민하고 있다. 임은주 활동가는 이처럼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한 걸음씩 무언가를 바꿔나가고 있다며 이야기를 마쳤다.

환경운동과 농민운동,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서로의 이야기를 마친 후, 환경운동과 농민운동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임은주 활동가는 김성만 활동가가 지적한 것처럼 기존의 환경 운동이 대중과 같이 소통하는 운동 보다는 활동가 중심, 이슈 중심이라는 것에 동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농민들과 환경 단체 간 나름의 긴장이 있어왔다고 했다. 농민회에서는 환경 단체들이 자연을 생각한다면서 농민의 처지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개구리를 구하려고 농민을 죽인다”는 오해.


이에 김성만 활동가는 활동가들 내부에서도 도시에 살면서 녹색운동을 할 수 있느냐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며, 분명 농민 문제와 환경 문제는 만난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문제의식 속에서 녹색연합은 귀농운동본부와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으로 더 많이 내려가자는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광주 전남 녹색연합의 경우는 활동가들이 직접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다고 소개했다. 물론 김성만 활동가 역시 개인적으로 몇 년 뒤에는 농사를 짓고 살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임은주 활동가는 지역 농민들에게 환경 문제는 참 어렵지만 중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지역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농기계, 승용차, 핸드폰 등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장비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전여농에서도 소농 중심의 지속가능한 농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화되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짧은 토론으로 서로의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다 풀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늘의 이야기 나눔은 서로를 조금은 더 이해하는 시작점이 된 것은 분명했다.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하고, 자신이 아는 이들을 서로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6월 23일 저녁 6시에 열리는 “새로운 사회 변화의 씨앗 여성 농민 후원의 밤”(서울 여성프라자 국제회의장) 소식도 나눴다. (임은주 활동가가 여러 번 강조한) 식량 주권의 중요성을 함께 공유하며, 그렇게 오늘의 토론회를 마쳤다. 


* 다음 NGA 가나다 토론회는 ‘생태/환경 운동과 여성 운동의 속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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