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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회의 앞 대규모 ‘반세계화 시위’ 예고

G20회의 앞 대규모 ‘반세계화 시위’ 예고
신자유주의 오류 부각…시위대 움직임 활발
28일부터 4월 2일까지 계속…런던 초비상
 
 
한겨레 황보연 기자
 
 
» 주요 반세계화 시위 일지
 
‘4월2일, 런던의 금융인들은 옷차림에 유의하라.’

다음달 2일 주요·신흥 20개국(G20) 금융 정상회의가 열릴 영국 런던에서 대규모 반세계화 시위가 예고됐다. 런던상공회의소는 이미 금융부문 회원사에 직원들이 이날 좀 더 ‘캐주얼한’ 복장을 입도록 하는 지침을 내렸다. 가급적 모임도 취소하도록 권고했다. 금융위기에 성난 시위대가 런던의 금융인들을 집중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영국 런던 경시청의 밥 브로드허스트 경시장은 23일 “‘전례없는’ 규모가 될 반세계화 시위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반세계화 시위는 2001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20만명 가량이 결집하며 정점을 이뤘지만,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주춤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의 오류가 부각되면서, 반세계화 단체들의 움직임도 한층 활발해졌다.

이번 반세계화 시위는 오는 28일 사전 집회를 시작으로, 4월2일 금융정상회의가 열리는 날까지 계속된다. 시위에는 반세계화 단체와 환경단체, 무정부주의 단체 등이 주축이 되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 단체들도 동참할 예정이라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영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은행가들의 연봉과 보너스를 지켜본 이들 사이에 엄청난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며 “시위를 주도하는 강경파들이 실로 오랜만에 그들의 요구에 동조하는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 경찰은 일부 반세계화 시위대가 금융위기를 초래한 진앙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런던의 ‘시티’(금융가)를 마비시킬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무정부주의 그룹인 ‘계급전쟁’은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은행가를 불태우라”는 슬로건으로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있다. 그러나 ‘G20 붕괴’ 등 대다수 시위대는 평화적으로 항의를 표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들은 영란은행(BOE) 등을 주요 시위거점으로 삼아 거액의 은행 구제금융 조처 등에 항의할 예정이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영국 정부는 이번 금융 정상회의를 앞두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각국 정상들의 만찬은 영국의 인기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최대한 간소한 메뉴로 준비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지난해 7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선 캐비어와 새끼양 등심 등 18가지 호화판 코스요리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영국의 보수당은 “정상회의에 드는 비용이 1900만파운드(약 38억원) 가량으로 추산되는데,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이들에겐 매우 높은 금액으로 비쳐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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