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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아직 오지 않습니다』리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은 일주일 전에 이 책 『적은 아직 오지 않습니다』를 보았지만 아파서 이제서야 포스팅 하게 된다.

 

사실 잠수(!) 중인데다가, 오랫동안 포스팅 하지 않았는데 소위 말하는 '청소년 보호법?'이 야기한 음란물 논쟁과 이 책의 리뷰 중에 고민하다가 리뷰를 먼저 쓰게 됐다.

 

이 책은 장편소설이고,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겉표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이순신 외전이라고 할 수 있다. 얼핏 에이 뭐야? 소설가 김훈이 한 거잖아?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서양에서 끊임없이 변주되는 인물로의 '예수'가 있다면, 이 땅의 역사에서는 이순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말에 나로서는 수긍이 된다.

 

이순신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 해 보자면, 원래 그랬든 아니면 프로파간다에 의해서였든 흔히 '민족의 성웅'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곤 하는데 (민족이 선험적이냐라든지에 논의는 뒤로 하고), 이 역사적 인물에 대한 위상이 어느 정도냐하면...

 

갑자기 영화이야길 하니 그렇긴 하지만, 영화 『천군』에서 임진왜란 시기로 타임슬립한 남북한 공작원(?)들의 대화 중, 남측 사람이 "이순신 장군을 모르냐?"라는 투로 말하자, 북측에서 "위대한~"으로 시작하는 장군 드립을 쳐서 남측으로부터 "김씨 조선 말고 이씨 조선 멍청아" 하는 타박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근데 이 장면이 사실은 웃긴게, 남측 못지 않게 북측에서도 프로파간다 때문에라도 이순신 장군을 엄청난 영웅으로 만들어 놓았다. 잘 생각해봐라. 북측이 자랑하는게 건국 1세대들의 항일무장투쟁인데, 임진왜란하고 정치적으로도 결부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적대적 공범자라고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아무튼 다시 소설로 돌아가서. 재미있는 것이 작가는 이순신을 성웅이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러가지 소설적 상상력의 발로겠지만, 흔히 술회되는 것과 달리 이순신은 사대부와 왕을 위해 싸웠다는 부분(재밌게도 소설에서 주인공인 이순신이 직접 이러한 회상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부터 당시의 민중 전체가 그를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이순신은 양반 일반을 의미하기도 하므로, 이름만 다르지 가렴주구와 수탈의 주체 중 한 명으로 본다는 입장이랄지...)도 빼놓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점은 (물론 이건 작가의 말에도 써 있는 거고, 가장 인상적이었지만...) 『난중일기』가 정치적인 이유로 철저히 이순신 본인에게 유리한 이야기만 써놓았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런 생각에 착안하여 전란 중에 써놓은 기록을 이후에 수정하는 대목 등은 (적어도 내 생각에는...) 이 소설의 백미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내용을 구구절절이 다 말해버리면, 요즘 말로 스포일러가 될테니 삼가하겠지만 작가가 수많은 사료를 참조하여 '있음직한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도 구경할만한 거리이다. 세키가하라 전투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중에서도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는 실제 전투장면에서 당대에 썼던 검술에 대한 명칭과 운용법? 이 나온다는 것도 깨알 같은 재미랄지... (그냥 액션씬을 좋아하는거겠지 ㅡ_ㅡ;;)

 

아무튼... 사실은 전란 이후 이순신이 죽은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로 피신해 있었던 것이라는 야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원체 한국문학 읽기를 즐기거나, 혹은 역사물이나, 이순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게 아니더라도 가끔씩이라도 책 들여다보길 좋아하는 이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은승완 /『적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이리 / 12,000원

 

덧) (적어도 나는, 이 책을 손에 잡은 다음에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반나절만에 다 읽어 버렸으니까... 내게 재밌으믄 남들도 재밌겠지 뭐... 랄지?)

 

덧) 뭣보다 표지가 이쁘긔... 

 

덧) 본격문학에서 역사물이 많이 나오는 조류에 대해서 일각의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긴 하던데... 꽤 됐지만 "뭬야?" 라는 유행어를 남긴 사극『여인천하』등은 일제시대 신문학이 막 등장했을 무렵 박종화 선생으로부터 씌여진 소설이 원작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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